|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하성의 후계자 김혜성이 공·수·주에서 환상적인 활약으로 키움의 6연승을 이끌었다. 타석에서는 4안타 타격쇼로, 루상에서는 시즌 20번째 도루로 펄펄 날았다.

경기후 흙투성이가 된 김혜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경기후 흙투성이가 된 김혜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김하성 형처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당장 내가 하성이 형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작년의 나보다 잘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떠난 ‘평화왕자’ 김하성이 멀티히트 맹타를 휘두른 날, 김하성의 후계자 김혜성은 4안타 쇼를 펼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김혜성이 이달 들어 두 번째 4안타 경기에 시즌 20도루까지 달성하며 공·수·주에서 펄펄 날았다.

김혜성은 5월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상대 시즌 5차전에 유격수 겸 리드오프로 출전해 6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의 환상적인 활약으로 팀의 13대 6 대승에 앞장섰다. 키움은 김혜성을 포함해 총 7명의 선발타자가 멀티히트 이상을 기록하며 19안타로 13득점, NC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김혜성의 타격 쇼는 2회말 두 번째 타석부터 시작했다. 팀이 2대 0으로 앞선 2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김혜성은 NC 선발 송명기의 포크볼을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3대 0으로 달아나는 타점.

6대 1로 앞선 4회말엔 선두타자로 나와 역시 포크볼을 공략해 중전안타,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어 서건창 타석 때 초구에 바로 2루 도루에 성공해 시즌 20번째 도루까지 달성했다. 올 시즌 20도루에 성공할 동안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률 100% 행진. 이후 이정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키움이 7대 1로 달아났다.

김혜성은 6회에도 추가점의 발판이 되는 안타를 날렸다. 1사 후 우중간 안타로 출루해 3루까지 진출했고, 박병호의 좌익선상 2루타 때 홈까지 들어와 팀의 8득점째를 올렸다.

김혜성의 타격쇼는 3안타에서 멈추지 않았다. 12대 4로 크게 앞선 8회말 공격에서 기어이 이날 경기 4번째 안타를 날렸다. 2사 1, 3루에서 타석에 나온 김혜성은 0-2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4구째 빠른 볼을 받아쳐 우전안타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김혜성의 타점으로 점수는 13대 4까지 벌어졌다.

키움은 NC의 9회 추격을 뿌리치고 13대 6으로 완승을 거뒀다. 주말 홈 3연전에서 먼저 2승을 챙기며 우세시리즈를 확정했고, NC를 6위로 밀어내며 반 게임 차 5위로 올라섰다. 7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진 선발 에릭 요키시는 시즌 5승째, 팀은 최근 6경기 연속 선발승과 함께 파죽의 6연승을 달렸다.

김혜성의 목표는 작년의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김혜성의 목표는 작년의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혜성은 “연승 분위기를 이어가서 기분이 좋다. 타석에서 운도 따라주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도루로 김혜성은 4년 연속 20도루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40경기 만에 20도루에 성공한 김혜성은 지금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갈 경우 72도루를 바라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혜성은 “10년 연속 (20도루를) 해야 할 것 같다.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답했다.

많은 도루를 기록하는 비결에 대해 김혜성은 “초반에 많이 뛰다 보니 페이스가 좋아서 나도 모르게 뛰는 것도 있고, 뛰다 보면 팀에도 보탬이 되니까 많이 뛴다. 뒤에 나오는 타자들이 좋으니까 득점권에 가보면 어떨까 해서 계속 뛰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겨울에 순발력 운동을 많이 해서 스타트를 잘할 수 있게 연습했다. 시즌 때는 조재영 주루코치님이 포인트나 투수 습관을 많이 알려주셔서 잘 되고 있다”고 했다. 상대 투수나 성공 확률 등을 따져가며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스타트를 잘해야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한다고.

최근 물오른 타격감에 대해 김혜성은 “아직 표본이 적어서 잘한다고 말은 못 하겠다”면서도 “강병식 타격코치님이 새로운 연습방법을 많이 알려주신다. 코치님과 얘기하며 꾸준히 연습한 게 도움이 됐다. 간단한 루틴인데, 티배팅을 조금 바꿔서 꾸준히 하다 보니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김혜성은 유격수 외에도 2루수, 3루수, 좌익수 등 여러 포지션을 오갔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올해는 붙박이 유격수로 경기에 나오고 있다. 그는 “유격수 한 포지션으로 나오니까 좀 더 주전 선수라는 느낌이 든다. 제가 좋아하는 포지션으로 계속 나오니까 더 좋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시즌 초반 불안했던 수비도 최근에는 부쩍 안정을 찾았다. 첫 14경기 실책 7개로 불안감을 줬지만 최근 26경기에선 단 3개의 실책만 나왔다. 그는 “너무 조급한 마음이 컸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과하다 보니 실수가 나왔다”며 “요즘에는 욕심 안 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성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부담은 없을까. 김혜성은 “물론 하성이 형처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당장 제가 하성이 형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작년의 나보다 잘하려고 열심히 했다”고 했다. 이어 “아직 초반이라 모르겠지만, 도루만큼은 작년의 나보다 많이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김혜성은 “나는 수비 욕심도 타격 욕심도 많다. 둘 다 잘하는 완벽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송구도 안정적으로 해야 하고, 타격도 출루율을 높여서 좋은 타자가 돼야 한다. 도루는 100개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항상 50개를 목표로 잡고 있다”며 야심을 드러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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