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은 올 시즌 KBO리그 40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에 도전한다. 한 시즌 20도루 이상과 100% 성공률을 동시에 기록하는 불가능한 미션, 지난 시즌 김하성도 실패한 기록을 ‘후계자’ 김혜성이 이룰 수 있을까.

올 시즌 20도루-0실패를 기록 중인 김혜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올 시즌 20도루-0실패를 기록 중인 김혜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혜성은 5월 23일 현재 타율 0.284에 OPS 0.761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 타자 가운데 타율 26위, OPS는 35위로 유격수치곤 괜찮은 성적이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기록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대체 선수대비 기여 승수를 나타내는 WAR 지표는 1.60승으로 전체 야수 중에 8위다. 이정후-양의지-애런 알테어-최정-강백호-호세 피렐라-홍창기 등 정상급 타자들 바로 다음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 유격수 중에서는 압도적인 1위다.

비현실적이다 못해 경이로운 도루 기록이 김혜성의 가치를 높인다. 김혜성은 22일 고척 NC전에서 도루에 성공해 시즌 40경기 만에 20도루를 달성했다. 2018시즌부터 4년 연속 20도루. 총 20차례 도루를 시도해 아직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그러면서 도루 시도율도 27.8%로 리그 1위다.

22일 경기 후 만난 김혜성은 ‘4년 연속 20도루’ 기록에 대해 “딱히 중요하지는 않다”며 “10년 연속으로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더 높은 목표를 바라봤다.

그는 “시즌 초반에 많이 뛰다 보니 페이스가 좋아서 나도 모르게 뛰게 된다. 뛰다 보면 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나. 내 뒤의 타자들이 좋으니까 득점권에 가보면 어떨까 해서 계속 뛰고 있다”고 말했다.

도루는 순발력과 본능의 영역이다. 0.1초라도 주춤하거나 타이밍이 늦으면 그 순간 바로 아웃이다. 발은 빠른데 스타트가 늦고 판단력이 떨어져 도루를 잘 못 하는 선수도 많다. 반면 SSG 추신수처럼 나이 먹고 스피드가 떨어져도 자신만의 노하우로 많은 도루를 해내는 선수도 있다.

김혜성의 도루는 타고난 빠른 발과 동물적인 반사신경, 그리고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비결이다. 그는 “겨울에 순발력 운동을 통해 스타트를 잘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시즌 들어와서는 조재영 주루코치님이 도루하는 포인트와 투수 습관을 알려주셔서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키움은 조 코치가 주루를 맡은 2017년 이후 팀 도루 2위(428도루)와 성공률 1위(76.0%)를 기록 중이다.

높은 성공률의 비결을 묻자 김혜성은 “나름대로 확신이 있을 때 뛰긴 하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며 “몸이 먼저 뛰어 버려서, 언제 뛴다고 하기는 어렵다. 나도 모르게 뛴다”고 답했다. 상대 투수 퀵모션이나 포수의 팝타임 등을 계산해서 뛰는 게 아닌지 묻자 “거기까지는 계산을 못 한다. 신경 쓰긴 하는데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트가 제일 중요하니까 ‘스타트 잘해야지’ 생각만 하고 뛴다”고 했다. 본능의 영역을 남이 알아듣게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듯했다.

경기후 김혜성의 유니폼은 언제나 흙투성이가 된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경기후 김혜성의 유니폼은 언제나 흙투성이가 된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만약 지금의 도루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김혜성은 2018년 기록한 자신의 한 시즌 최다도루(31도루)를 넘어 72도루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KBO리그에서 마지막으로 7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994년 해태 이종범(84도루), 60도루 이상은 2015년 삼성 박해민(60도루)이 마지막이다.

50도루 이상도 2016년 삼성 박해민(52도루) 이후 5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김혜성은 “도루 100개는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다”며 “목표는 항상 50도루로 잡고 있다”고 했다. 도루는 언제나 위험을 수반한다. 시즌 내내 부상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체력을 잘 관리해야 목표한 50도루, 어쩌면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에 관해 김혜성은 “아직 젊어서 그런지 체력은 괜찮다”고 자신했다. 통산 홈런 개수(15홈런)만 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사실 키움 팀 내에서 박병호 다음으로 무거운 벤치프레스를 드는 선수가 김혜성이다. 다른 타자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키운 힘을 홈런에 쓴다면 김혜성은 도루와 수비, 한 시즌을 버티는 체력에 쓰는 셈이다.

김혜성은 “박병호 선배님은 넘사벽이다. 너무 세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다음으로 내가 잘 든다”며 은근한 ‘근육 자부심’을 드러냈다. “신인 시절 2군에 있을 때 트레이너님이 워낙 웨이트 트레이닝을 ‘빡세게’ 시켰다. 그 도움을 받다 보니 아무래도 좋아진 것 같다. 아직 젊기도 하고 비시즌에 열심히 몸을 만든 덕분에 체력은 괜찮은 것 같다.” 김혜성의 말이다.

올 시즌 김혜성이 도전하는 도루 대기록이 하나 더 있다. 만약 지금 이대로 한 번의 도루 실패도 없이 시즌을 마치면, 김혜성은 KBO리그 역대 최초 20도루 이상과 100%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가 된다. 이는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하성이 지난해 도전했다가 실패한 기록이다. 김하성은 21도루/0실패를 이어가다 22번째 도루 시도가 실패해 대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공수주에서 김하성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시작한 시즌. 김혜성은 김하성을 의식하기보단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야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하성이 형처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면서도 “당장 내가 하성이 형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신 작년의 나보다 더 잘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성의 경쟁자는 김하성이 아닌 지난 시즌의 김혜성이다. 이전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게 김혜성의 목표다. 그는 “도루만큼은 작년보다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 보완할 게 많다. 송구도 안정적으로 해야 하고, 타격에서도 출루율을 높여 더 좋은 타자가 돼야 한다. 수비도 타격도 다 잘하는 완벽한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욕심을 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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