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역대급 전력 평준화 이뤘던 KBO리그, 상위 7팀-하위 3팀 분리 가속화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순위표…1위부터 7위까지 2.5게임 차 대혼전

-상위권 팀마다 불안 요소 뚜렷해 독주하는 팀이 나오지 않는다

-갈수록 상위권에서 멀어지는 하위 3팀…작년 KT처럼 반전 만드는 팀 나올까

1위로 치고 올라온 SSG 랜더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1위로 치고 올라온 SSG 랜더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1부리그와 2부리그가 서서히 나뉜다. 시즌 초반 1위부터 10위까지 촘촘한 순위표를 형성하며 ‘역대급 평준화’ 소리까지 듣던 KBO리그가 조금씩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으로 분리되는 흐름이다. 상위 7개 팀은 매일 1위 팀이 바뀌는 대혼전이다. 반면 하위 3개 팀은 좀처럼 상위권과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게토화’되고 있다.

5월 24일 현재 KBO리그 순위표는 혼란 그 자체다. 삼성 라이온즈가 4월 중순부터 선두를 달리다 지난주 LG 트윈스와 KT 위즈, 삼성이 ‘1일 천하’를 누렸고 22일부터는 SSG 랜더스가 1위다. 24시간 동안 잠시 1위의 기쁨을 누린 LG는 4연패로 6위까지 내려앉았다. 2위를 유지하던 NC도 지난주 1승 5패에 그치며 7위가 됐다.

반면 7위였던 SSG는 파죽의 5연승과 함께 1위로 올라가는 반전을 이뤘다. 하위권에서 맴돌던 키움도 최근 7연승으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1위 SSG부터 7위 NC까지 승차가 2.5경기 차에 불과해, 산술적으로는 3연전 한 번에 1위와 7위가 바뀌는 일도 가능하다. 자고 나면 순위표가 뒤집히는 지금의 혼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위 SSG 승률이 작년 같은 시기 5위 KIA와 같다…확실한 강자 없는 ‘7강’ 싸움

시즌 초반 1위를 달린 삼성 라이온즈(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시즌 초반 1위를 달린 삼성 라이온즈(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지난 시즌 비슷한 시점에는 일찌감치 상위 그룹이 정해졌다. NC가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더니 시즌 내내 안정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LG, 두산, 키움의 상위 그룹도 초반부터 줄곧 4강권을 유지했다. 지금과 비슷한 시점(팀당 39~40경기)에 1위 NC의 승률이 0.692에 달했고 3위 두산도 0.600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는 확실하게 치고 나가는 팀이 보이지 않는다. 각 팀마다 전력상 약점과 불안 요소가 워낙 뚜렷해, 서로 물고 물리고 발목을 잡히면서 좀처럼 독주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1위 SSG의 승률(0.575)이 지난해 같은 경기 수 기준 5위 KIA(0.575)의 승률과 같다.

SSG는 순위는 1위인데 팀 득점 203점, 실점 222점으로 실점이 득점보다 훨씬 많다.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은 0.459로 7위 수준이다. 버릴 경기는 버리고 잡을 경기를 확실하게 잡는 전략을 구사했다 볼 수도 있지만, 마운드와 수비력 면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다만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지난주 최주환이 복귀해 공격에서 베스트 라인업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불안한 선발진도 아티 르위키가 이번 주에 복귀하면 한층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진 논란’을 야기했던 추신수도 조금씩 리그 투수들에 적응하는 모습. 투타 전력 강화로 기대승률을 실제 승률만큼 끌어올릴지, 아니면 실제 승률이 팀 전력을 보여주는 기대승률에 수렴할지 지켜볼 일이다.

5월 중순까지 선두를 질주하며 왕조 향기를 피우던 삼성은 기세가 한풀 꺾였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최채흥은 아직 기대 이하다. 수술 얘기까지 나오는 라이블리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시즌 내내 마운드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주전 유격수 이학주에 대한 구단의 인내심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예상하긴 했지만 좀 더 늦게 찾아오길 바랐던 고비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요즘 제일 무서운 팀은 키움 히어로즈다. 제이크 브리검 복귀전부터 내리 7연승을 달리며 어느새 4위까지 올라왔다. 7연승 기간 6승이 선발승으로 앞문이 안정되고, 조상우 복귀를 기점으로 뒷문도 안정돼 계산이 서는 경기를 하고 있다.

타선에선 특유의 홈런이 사라진 대신 매 경기 두 자릿수 안타와 득점을 쏟아내는 따발총 타선이 맵다. 특히 5월 5할 타율로 살아난 이정후와 리그 도루 1위(20도루) 김혜성, 5월 7홈런의 박동원이 돋보인다. 국내 타자들의 타격이 워낙 좋아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의 무존재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 여전히 운동장 밖 구단 사무실은 시끄럽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도 남아 있지만 최근 흐름이 가장 좋은 팀인 건 분명하다.

키움의 반격을 이끄는 서건창과 이정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키움의 반격을 이끄는 서건창과 이정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두산도 악조건 속에서 꾸준히 강팀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 누수와 부상 선수가 많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빈자리를 잘 채우고 있다. 1선발 워커 로켓과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수 최원준이 선발진을 지탱한다. 이승진-홍건희-박치국-김강률이 지키는 뒷문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하다. 최근엔 김민규까지 살아나면서 더욱 강력한 불펜을 완성했다.

타선 역시 김인태, 장승현 등이 쏠쏠한 활약으로 주전의 부진, 부상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우는 중이다. 다만 로켓, 최원준 외에는 확실한 이닝이터가 없는 선발진이 약점이다. 유희관의 100승 도전과 팀 승리를 언제까지 맞바꿀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LG는 탄탄한 마운드를 갖췄지만, 경기력이 수시로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정말 무서운 팀인데, 한번 분위기가 꺾이면 과거 약팀 시절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 주말 SSG전에선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놓고 9회말 뭔가에 홀린 듯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로 패했다. 이후 3연전 싹쓸이패, 최근 4연패 늪에 빠졌다.

NC도 위기의 팀이다. 부상 선수가 끊이지 않고 나오면서 베스트 라인업을 꾸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 양의지가 한 경기도 포수로 나오지 못한 지난주에는 1승 5패에 그쳤다.

이용찬과 FA 계약으로 뒷문 보강에 성공했지만, 공교롭게도 영입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부터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시즌 중 FA 영입이 미묘하게 팀 분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한창 시즌을 치르는 선수단 입장에선 누가 20인 보호선수에 들어갈지, 보상선수로 누가 나갈지 얘기가 나오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닐 것”으로 바라봤다.

보호선수 명단이 미정인 가운데 SSG와 트레이드로 2명의 1군 선수가 추가되면서 20인 명단의 문이 더 좁아졌다. NC 한 선수는 “계속 지는데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다”며 일시적인 현상이라 했지만, 한 NC 관계자는 “외부 영입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라 했다. NC로선 하루빨리 이 흐름을 반전시켜야 구창모, 이용찬이 합류했을 때 힘을 낼 수 있다.

외국인 사령탑 이끄는 인기구단 3팀, 이대로 승수자판기 되나

위기의 남자, 맷 윌리엄스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위기의 남자, 맷 윌리엄스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반면 하위그룹 3팀(한화, KIA, 롯데)은 최근 10경기에서도 반등 포인트를 만들지 못해 상위그룹과 더 멀어졌다. 공교롭게도 리그 최고 인기 구단이자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3팀이 나란히 하위권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한화의 하위권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우선순위에 두고 라인업을 짜고, 경기를 운영하기 때문에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편이다. 좋을 때는 상위권 팀들도 움찔할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만 좋지 않을 때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경기를 한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1~3선발과 불펜이 탄탄해 지난해처럼 연패가 길어지지 않는다는 점.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이 폭발하기 전까지는 완전히 최하위로 내려가지도, 그렇다고 상위권으로 올라가지도 않으면서 지금 수준의 성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KIA는 올 시즌 최대 위기를 맞았다. 마운드, 타선, 수비 등 무엇 하나 강점이 없다. 팀 득점은 169점으로 리그 꼴찌, 팀 홈런은 15개로 NC 애런 알테어(13홈런) 혼자 친 홈런과 비슷하다. 마운드도 최다실점 2위(234점)로 갈수록 한계를 드러낸다. 애런 브룩스의 위력이 지난해만 못하고, 국내 선발진의 기복이 심하다 보니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크다.

KIA는 NC 상대 0승 5패, 두산전 0승 4패, KT전 0승 3패, SSG전 1승 4패로 철저히 당했다. 상위권 강팀 상대로 처절하게 박살나며 ‘승수자판기’가 될 조짐마저 보인다. 지난주엔 경기 우천순연 직후 수석코치 교체를 단행해 의문을 자아냈다. 새로 수석코치가 된 김종국 코치는 갑작스레 보직 변경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하게 내려진 이 결정이 맷 윌리엄스 감독의 리더십과 팀에 어떤 영향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롯데는 감독 교체 이후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선수 기용을 늘리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좀처럼 승리라는 결과물로 돌아오지 않아서 문제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 후 10경기에서 3승 7패, 내용상으로는 6승 4패나 5승 5패도 가능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마지막 한 방이 부족했다. 롯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들이 SNS에 묘한 글을 올릴 빌미가 된다.

그나마 지난주부터 투수력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 위안이다. 감독 교체 직후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도 한결 나아졌다. 서튼 감독은 선수 개개인과 식사 자리를 갖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 시간을 자기 방어용으로 낭비하지 않는 점, 상식적인 경기 운영과 선수 기용도 성적과 별개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주 외야수 민병헌, 투수 박진형의 1군 합류가 추진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순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감독들도 지금의 성적과 순위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다. ‘백신 브레이크’로 5경기만 치르는 이번 주엔 2차 접종 후유증이 어떤 선수와 어떤 팀에 나타날지 몰라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주가 지나면 순위표가 또 한 번 크게 뒤집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2부리그로 내려간 세 팀 중에 지난해 KT처럼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만드는 팀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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