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상위권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는 삼성 라이온즈, KT WIZ, SSG 랜더스는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단 공통점이 있다. 1군에서 자취를 감춘 벤 라이블리와 윌리엄 쿠에바스, 그리고 아티 르위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엠스플뉴스]
외국인 선발 투수의 부상이나 부진은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외국인 타자들은 어느 정도 기다릴 시간을 준다고 해도 외국인 투수들을 두고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시즌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제 40경기를 찍고 넘어가는 2021시즌 KBO리그에서도 외국인 투수를 두고 고민에 빠진 몇몇 구단이 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 그리고 SSG 랜더스다.
라이블리는 2021시즌 6경기 등판 1패 평균자책 4.05 38탈삼진 13볼넷을 기록했다. 라이블리는 시즌 초반 두 경기 등판에서 불안한 흐름을 보였지만, 이내 컨디션을 되찾고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를 달성 중이었다.
부상 불운은 갑자기 찾아왔다. 라이블리는 5월 11일 수원 KT WIZ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으로 등판이 불발되는 일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라이블리는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1군 복귀가 가능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라이블리의 복귀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불안한 시선이 증폭됐다. 삼성 허삼영 감독도 최근 라이블리의 복귀 시점과 관련해 “길게 봐야 할 듯싶다”라며 변화한 분위기를 언급했다.
만약 라이블리가 어깨 통증을 계속 호소하면서 수술을 고집할 경우 삼성 구단이 라이블리를 그대로 끌고 갈 방법은 없다. 삼성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라이블리가 최대한 잘 회복해서 뛰길 바란다. 상황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물론 선수가 끝까지 못 뛴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다른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라고 전했다.
KT WIZ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도 ‘위기의 남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쿠에바스는 2021시즌 6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 7.39 23탈삼진 14볼넷 WHIP 1.86으로 기대 이하의 시즌 초반 성적을 남겼다.
KBO리그 3년 차인 쿠에바스는 2021시즌 출발도 약간 늦었다. 등 담 증세로 4월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첫 등판을 치른 쿠에바스는 그간 6경기 등판 동안 단 한 차례도 5이닝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결국, 5월 19일 수원 두산전에서 5이닝 6피안타 5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승을 거뒀음에도 KT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이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정신 차려야 한다는 뜻이다. 2군에서 부진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봤으면 한다. 시범경기 등판 뒤 좋은 공이 안 나온다. 냉정하게 말해서 매우 안 좋다. 그렇다고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 퓨처스리그에서 반등을 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유한 이 감독이지만, 채찍일 필요할 때는 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쿠에바스가 2군에서 제대로 된 반등을 못 보여준다면 예상보다 더 재조정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거기에 선두권 싸움을 펼치는 팀 사정을 고려하면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를 결정할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SSG 랜더스도 아티 르위키의 복귀 흐름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르위키는 4월 16일 등판 도중 옆구리 부상을 당한 뒤 1군에서 이탈한 상태다. 르위키는 2021시즌 3경기 등판 1승 1패 평균자책 4.05 9탈삼진 2볼넷으로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소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1개월이 훌쩍 넘는 공백 기간이 생겼다.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복귀 시동을 건 르위키는 5월 23일 퓨처스리그 고양 히어로즈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속구 최고 구속 149km/h와 함께 날카로운 변화구 움직임으로 많은 탈삼진을 기록했단 게 구단 측의 설명이다.
SSG는 르위키의 1군 복귀 일정을 다가오는 주말 대전 한화 이글스전으로 계획 중이다. 르위키가 1군에 복귀해 건강한 몸 상태를 증명한다면 SSG 구단은 한숨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혹여나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경우엔 지난해 ‘킹엄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SSG 관계자는 “(외국인 투수들이) 지금보다 못하거나 더 아프면 안 된다”라며 목소릴 높였다.
공교롭게도 외국인 투수들로 크게 골머리를 앓는 팀들은 상위권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1위부터 7위까지 2.5경기 차밖에 안 나는 살얼음판 상위권 경쟁에서 외국인 선발진의 장기 이탈 혹은 장기 부진은 치고 나갈 동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미 레이더망 자체는 가동 중인 몇몇 구단이 어떤 시점에서 칼을 뽑아들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