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 사라지자 개인 SNS에서 악성 DM 사례 쏟아져

-공개적인 법적 대응 예고한 에이전시들, “선처 없이 강경 대응하겠다.”

-명예훼손죄 혹은 모욕죄 피해도 정보통신망법 처벌 가능성 있어

-팬서비스 등 SNS 순기능도 분명히 있어, 온라인 문화 자정 흐름도 필요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개인 SNS로 이동해 악성 메시지를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개인 SNS로 이동해 악성 메시지를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에게 화살을 쏠 때는 죄책감이 안 느껴진다. 하지만, 화살을 제대로 맞아봐야 그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특정인을 상대로 한 댓글도 마찬가지다. 악성 댓글을 재미로 다는 이가 있겠지만, 영문도 모르고 화살을 맞아야 하는 특정인에겐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진다.

야구 선수들도 2020년까진 매일 댓글 고통에 시달렸다. 자신의 기사가 실린 포털 사이트 뉴스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댓글 때문에 인터뷰를 꺼리는 선수들도 꽤 많았다. 특정 선수를 향한 도가 지나친 댓글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2020년 8월 고(故) 고유민 선수의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포털 사이트 스포츠 뉴스에서 댓글이 사라졌다. 온라인상에서 스포츠 선수들이 댓글로 더는 고통받을 일은 없는 듯했다. 하지만, 악성 댓글은 더 악랄하게 진화했다.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이라는 공간에서 선수 개인 SNS 공간으로 이동해 개인 메시지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이 날아온다. 선수들은 사적인 온라인 공간에서도 여전히 고통받는다.


- 원정 시리즈 맹활약 뒤 날아온 가족 모욕 DM, 이름 밝힌 공개 대응으로 이어져 -

SSG 내야수 최주환은 최근 개인 SNS에서 겪은 악성 DM에 대한 공개적인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SSG 내야수 최주환은 최근 개인 SNS에서 겪은 악성 DM에 대한 공개적인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2021시즌 SSG 랜더스로 이적한 내야수 최주환은 시즌 초반 타율 0.360/ 27안타/ 4홈런/ 15타점으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기분 좋은 출발을 했음에도 최주환은 뒤에서 남모를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바로 개인 SNS로 날아오는 가족을 향한 모욕적인 DM(다이렉트 메시지) 때문이었다. 최주환 소속 에이전시인 브리온컴퍼니는 “SNS에서 최주환 선수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심한 욕설과 모욕적인 내용이 들어간 DM을 확인했고 관련 증거자료를 수집 중이다. 익명성을 악용한 모욕적인 내용의 DM으로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들도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고 있다. SNS에서 악의적이고 비인격적인 행위가 반복되면 더 이상의 선처나 합의 없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최주환이 자신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SNS 악성 DM에 대한 경고를 날린 이유는 내용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브리온컴퍼니 관계자는 “최주환 선수가 4월에 원정 시리즈를 다녀왔는데 당시 맹활약을 펼친 이유인지 특정 팀 팬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부모님을 향한 모욕적인 내용의 DM을 곧바로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 최주환 선수가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대응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번 건은 꼭 공식적으로 대응해야겠다고 결정했다. 단순 욕설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만큼 내용이 심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인 SNS DM으로 더 악랄한 내용의 메시지가 쏟아지는 이유는 법망을 피할 수 있단 일부 ‘악플러’들의 생각이 있는 까닭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개인 SNS 악성 DM으로 고통을 받아 법적인 자문을 구했더니 처벌이 쉽지 않다는 얘길 들었다고 하더라. 악플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다수가 해당 표현을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성립돼야 한다. DM는 개인 간 대화로 상대방만 볼 수 있기에 공연성이 성립되기 어렵다. 몇 차례 DM으로만 법적 처벌이 쉽지 않은 이유”라고 전했다.


- "악성 DM 뿌리 뽑기 위해 끝까지 법적 대응 간다." 순기능만 가득한 SNS로 변화할까 -

지난해까지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LG 내야수 오지환(왼쪽)과 키움 내야수 박병호(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까지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LG 내야수 오지환(왼쪽)과 키움 내야수 박병호(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앞선 얘기처럼 법적 처벌이 쉽지 않다고 해도 도를 넘는 악성 DM에 대한 에이전시의 강경 대응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대표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도 소속 선수들을 향한 악성 DM 사례를 모아 적극적으로 법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 관계자는 “예전엔 선수들이 악성 댓글이나 악성 DM 사례를 놓고 혼자 끙끙 앓는 분위기였다면 이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는 분위기다. 개인 DM을 통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적용은 어렵더라도 정보통신망법 등 다른 방향으로 법적 처벌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선처 없이 끝까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악성 DM 내용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게 리코에이전시의 판단이었다.

앞선 관계자는 “정말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의 악성 DM 내용이 쏟아진다. 특히 약자인 아이나 여성 가족을 두고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은 일일이 다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다. 어떻게 사람에게 저런 내용을 보낼 수 있는지 이해가 도저히 안 간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인 악성 DM으로 시달리는 선수들을 위한 법적인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에이전시가 있는 선수들은 에이전시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지만, 에이전시가 없을 수 있는 저연봉 저년차 선수들은 그런 법적 대응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KBO나 구단, 선수협, 프로스포츠협회 등이 머리를 모아 선수들을 향한 온라인 악성 댓글이나 DM에 대한 법률 지원 방안을 검토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제안했다.

물론 악성 DM을 이유로 개인 SNS 사용을 무조건 제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개인 SNS를 통한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개인 SNS를 사용하는 한 선수는 “가끔 악성 DM으로 마음 고생하는 순간이 있지만, 그래도 팬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실 때 정말 큰 힘을 얻는다. 그리고 코로나19로 팬들과 대면 접촉이 쉽지 않기에 개인 SNS를 통해서라도 조금이나마 팬서비스를 해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SNS는 정말 좋은 온라인 소통 창구”라고 힘줘 말했다.

이처럼 야구 선수에게 SNS는 양날의 검이다. SNS를 통한 적극적인 팬서비스로 미담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악성 DM으로 고통받는 사례도 나온다. 결국, 온라인 SNS 문화 자정 흐름과 함께 공개적인 법적 대응 경고와 함께 실질적인 처벌 사례로 악성 DM을 줄이는 방향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순기능만 가득한 SNS 공간이 되길 바란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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