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단 때부터 NC를 괴롭힌 1차 지명 제도, 올해도 여전히 마땅한 1차 지명 감이 없어 골머리를 앓는 NC다. 그나마 위안은 1차 지명 제도가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

2019 신인 1차지명에서 NC가 선택한 용마고 내야수 박수현(사진=NC)
2019 신인 1차지명에서 NC가 선택한 용마고 내야수 박수현(사진=NC)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와 1차지명은 항상 악연이었다. 매년 1차지명 때마다 마땅한 대상자가 없어 고통받아온 NC는 1차지명 마지막 해인 올해도 연고지에 대어급 선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 선수는 물론 연고지 밖 군산상고, 전주고까지 범위를 넓혀 살피고 있지만 모래사장에서 공룡 화석 찾기처럼 막막하다.

모든 비극은 1차지명 제도 부활에서 시작됐다. 지역 인구와 야구부 수가 많고 야구 저변이 넓은 서울, 대도시 지역과 달리 NC 연고지인 창원·경남권은 대어급 선수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다. 신생팀인 NC와 KT가 기존 구단과 공정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선 전면드래프트 제도가 반드시 유지돼야 했다.

그러나 일부 구단의 주도로 KT 창단에 발맞춰 1차 지명 제도가 되살아났고, 서울과 일부 팀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됐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1차지명 실패로 돌아왔다. 전면드래프트에선 5라운드 안에 뽑히기 힘든 선수를 울며 겨자 먹기로 1순위 지명하는 일이 반복됐다. 어쩌다 연고지에 괜찮은 선수가 나와도 전학이나 유급 경력 탓에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될 때가 많았다.

2017 신인드래프트가 한 예다. 그해 NC 연고지 마산용마고는 이정현이란 걸출한 에이스 투수가 포수 나종덕(현 나균안)과 호흡을 맞춰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정현은 유급 경력 탓에 1차 지명 대상이 아니었고, 결국 NC는 김해고 좌완 김태현을 1차 지명에서 선택했다. 김태현은 입단 5년째인 현재까지 1군에서 2경기만 등판했다.

이듬해 2018 드래프트 때도 용마고 이승헌이란 좋은 투수가 나왔지만, 역시 유급 경력으로 1차 지명에서 배제됐다. NC는 대신 마산고 우완 김시훈을 1차 지명했다. 이승헌은 현재 롯데 1군 주축 투수로 활약 중이고, 반면 김시훈은 아직 1군 등록 기록이 없는 상태다.

2019 드래프트에선 연고지 안에 마땅한 1차지명 감이 없어 애를 먹었다. 결국 용마고에서 3년 내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박수현을 1차 지명했다. 박수현 역시 현재까지 1군 출전 기록이 없다. 그해 NC가 1차지명 후보로 검토했던 용마고 포수 김현우는 2차지명 7라운드 전체 68순위로 롯데에, 동의대 내야수 신용수는 2차지명 10라운드 98순위로 역시 롯데에 지명됐다.

NC의 1차지명 잔혹사는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1차지명 전까지만 해도 NC 관계자들은 한껏 고무돼 있었다. 150km/h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는 김해고 에이스 김유성이 등장해 ‘오랜만에 연고지에 괜찮은 투수 유망주가 나왔다’며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1차 지명 직후 김유성의 과거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졌다. 한창 연예계와 스포츠계가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을 때라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거센 비난에 직면한 NC는 결국 김유성 지명을 철회하는 선택을 했다. NC의 반면교사를 지켜본 다른 구단들은 부랴부랴 지명 대상 유망주의 학폭 이력 점검에 나섰다. 일부 선수의 고교 시절 학폭 의혹이 불거졌지만 크게 이슈화되지 않고 넘어갔다.

지역 최대어 김영웅은 1차 지명 대상 제외, 2차 지명은 매 라운드 10순위…눈물 나는 NC의 드래프트

이호중, 구창모, 류진욱을 지명한 2016 신인드래프트(사진=NC)
이호중, 구창모, 류진욱을 지명한 2016 신인드래프트(사진=NC)

1차지명 마지막 해인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NC 연고권 최대어는 물금고등학교 유격수 김영웅이다. 그러나 김영웅은 전학 경력 탓에 1차 지명 대상자가 아니다. 거포 유격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춘 선수지만, 2차 지명 때도 NC 차례까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6월 10일 현재 김영웅은 9경기 타율 0.400에 2홈런 9타점 7도루 장타율 0.733의 환상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NC는 대신 용마고 포수 박성재와 전주고 중견수 한승연, 김해고 유격수 서준교 등을 눈여겨보는 중이다. 박성재는 송구 능력이 좋고 한승연은 공수주 3박자를 겸비한 선수, 서준교는 고교 내야수 중에 수준급 수비력을 갖춘 선수다. 박성재가 10경기 타율 0.333으로 가장 성적이 좋고 한승연이 6경기 타율 0.286을 기록 중이다. 서준교는 6경기 타율 0.118로 아직 부진하다.

NC 스카우트 팀 관계자는 “3명의 선수를 비롯해 범위를 넓게 잡아서 지켜보고 있다. 지역 주말리그에서 보여준 활약과 큰 규모 전국대회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또 다를 수 있다. 1차지명 전까지 아직 2달 이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선수들의 잠재력과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잔혹사를 거듭한 1차지명과 달리 NC는 2차지명에선 매년 눈부신 성과를 내왔다. 2017 드래프트에선 3라운드에서 우완 소이현을 발굴했고 2018 드래프트 때는 1라운드에서 포수 김형준을, 5라운드에서 신민혁을, 8라운드에서 김영규를 건졌다.

2019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도 송명기를 지명하는 쾌거를 거뒀고 4라운드 배민서, 7라운드 최정원, 10라운드 노시훈이 입단 3년 만에 1군 선수로 올라섰다. 김주원, 오장한, 한재승 등을 지명한 지난해 2차지명도 성공적이란 평을 듣는다.

다만 올해 열리는 2차 지명에선 매 라운드 맨 마지막에 지명권을 행사할 예정이라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1차 지명도 마땅한 선수가 없어 걱정인데 2차 지명까지 불리한 조건이라 NC로선 막막한 상황이다. NC 관계자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1차지명 제도가 사라진다는 게 위안”이라며 “만만찮은 조건이지만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스카우트 팀 전체가 발로 뛰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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