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프로 데뷔 김건희, 2021시즌 데뷔 후 최고 활약 보인다

-“신인 시절부터 몸 상태는 항상 좋았다”

-“외국인 스트라이커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꾸준한 출전 기회 확보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경기력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느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하고 싶다”

수원 삼성 김건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수원 삼성 김건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화성]

김건희(26)는 연령별 대표(U-14·20·23)를 두루 거쳤다.

김건희는 수원 삼성 유소년팀 매탄고등학교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K리그1 데뷔 시즌(2016)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여러 감독, 선수가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그들은 “김건희의 축구 열정과 노력은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국인 스트라이커가 K리그1에서 자릴 잡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김건희의 경쟁 상대는 2017년 K리그1 득점왕 조나탄, K리그1에서 MVP(최우수선수상), 득점왕, 베스트 11 등을 받은 데얀, 2019시즌 K리그1 최고 골잡이 아담 타가트였다.

김건희는 2016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수원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53경기에 출전했다. 4골을 넣었다. 상주 상무(김천상무의 전신)에서 뛴 2019시즌보다 골 수가 적다. 김건희는 2019시즌 K리그1 10경기에서 8골을 터뜨렸다.

김건희가 수원에서 펄펄 날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 16경기에서 뛰며 6골을 기록했다. 엠스플뉴스가 수원 주전 스트라이커 김건희를 만났다.

“프로 데뷔 시즌부터 몸 상태는 항상 좋았다”

수원 삼성 스트라이커 김건희(사진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수원 삼성 스트라이커 김건희(사진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수원 삼성은 5월 29일 FC 서울전(3-0)을 마친 뒤 6월 9일까지 휴가였습니다. 잘 쉬었습니까.

휴가가 길었습니다. 푹 쉬었죠. 본가가 있는 전라북도 전주에 다녀왔어요. 가족과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친구들도 만났고요. 9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마치고 개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잘 쉰 만큼 후반기 준비 철저히 해야죠.

수원이 2021시즌 K리그1 전반기를 3위로 마쳤습니다. 단독 선두 울산 현대와의 승점 차가 3점에 불과합니다. 4월 21일 대구 FC전에서 0-1로 패한 후엔 K리그1 8경기에서 5승 3무를 기록했습니다. 그 중심에 주전 스트라이커 김건희가 있었습니다. 올 시즌 K리그1 16경기에서 뛰며 6골 1도움을 기록했습니다.

2021시즌 일정의 절반을 마쳤어요.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 더 많은 골로 팀이 나아가는 데 힘을 더할 거예요. 올 시즌 전반기 아주 재밌게 축구했습니다. 이기는 날이 늘면서 자신감이 붙었죠. 휴식기가 긴 게 아쉽지만, 후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자신 있습니다. 골로 말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2016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K리그1에 데뷔했습니다. 수원 유소년팀 매탄고등학교 출신으로 큰 기대를 받았죠. 하지만, K리그1에서 주전 공격수로 뛰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2020시즌까지 수원 소속으로 53경기에 출전해 4골 4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올 시즌은 달랐어요. 2월 28일 K리그1 개막전 광주 FC와의 경기에서부터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1-0)를 이끌었습니다.

패배로 한 시즌을 시작하면 분위기를 바꾸는 게 매우 힘들어요. (염)기훈이 형, (김)민우 형을 중심으로 철저히 준비한 경기였습니다.

올 시즌 준비 과정에서 예년과 다른 게 있었습니까.

경험이 쌓였죠(웃음). 항상 의욕이 앞섰어요.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든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로 죽을힘을 다했죠. 무리했습니다. 부상이 이어졌어요.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다치지 말자. 건강하게 한 시즌을 마무리하자’고 다짐했죠. 팀에 유능한 트레이너가 많아요.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었습니다. 올 시즌 개막전부터 자신감이 있었어요.

김건희란 선수가 K리그1에서 기량을 증명하지 못했던 건 아닙니다. 2019시즌 상주 상무(김천상무의 전신)에서 뛸 때였죠. K리그1 10경기에서 8골 1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프로 데뷔 시즌부터 몸 상태는 항상 좋았어요. R리그(2군)나 연습경기에 출전하면 좋은 경기력으로 골을 터뜨렸습니다. 기훈이 형이 그런 저를 보고 이런 말을 했어요.

어떤?

기훈이 형이 “네가 남몰래 흘린 땀이 경기력으로 나온다”며 “꾸준히 출전하면 아주 좋은 활약을 보일 것 같다”고 했죠. 하지만, K리그1에서 꾸준히 뛰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제 경쟁 상대는 조나탄, 데얀, 아담 타가트 등 K리그1 최고로 꼽히는 외국인 골잡이였어요.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지 못하니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상주에선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자신감이 붙은 거군요.

2018년 5월 28일 입대했습니다. 그런데 2018시즌 상주에선 1경기도 뛰지 못했어요. 발바닥 부상으로 긴 시간 재활에 매진했습니다. 푸른 잔디가 그리웠어요. 운동장으로 돌아왔을 때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고 싶었죠.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을 실었습니다. 근육량을 엄청나게 늘렸어요.

효과가 있었습니까.

컸죠. 2019시즌 이전까진 상대 수비수와의 대결에서 ‘버겁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힘이 부족했던 거예요. 달라졌습니다. 어떤 수비수가 막아서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습니다.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고 골까지 넣었어요. 두려울 게 없었죠.

여러 감독과 선수가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김건희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뿐 아니라 노력을 아주 많이 하는 선수라고 합니다.

욕심이 있습니다. 수원에서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하고 싶어요. 수원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습니다. 내 꿈을 이루려면 K리그1 경기에 꾸준히 출전해야 해요. 재능이 뛰어난 선수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수원에 이적을 요청한 적이 있어요.

“스트라이커에게 신뢰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낀다”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한국의 전방을 책임졌던 김건희(사진 오른쪽)(사진=대한축구협회)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한국의 전방을 책임졌던 김건희(사진 오른쪽)(사진=대한축구협회)

이적이요?

뛰고 싶었습니다. 수원 삼성에선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웠어요. 주전 경쟁이 덜한 팀으로 가서 성장하고 싶었죠. 임대라도 가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코칭스태프와 갈등이 있었어요. 결과적으론 제 뜻을 이루지 못했죠. 코칭스태프에선 수원에서 자릴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방법이 없었습니다. 운동만 했죠.

아.

시즌 중엔 웨이트 트레이닝을 과하게 해선 안 됩니다. 부상 위험이 커요. 그런데 스트레스 풀 방법이 운동밖에 없으니까 무리했죠. 근육 부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어렸던 것 같아요(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경기에서 패한 날엔 잠을 못 자요. 제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은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 거예요.

상주 상무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친 뒤 수원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2020시즌 K리그1 17경기에 출전해 2골을 터뜨리는 데 그쳤습니다.

몸엔 문제가 없었어요. 자신감도 있었죠. 하지만, 출전 시간이 들쑥날쑥하면서 경기 감각 유지가 어려웠습니다. 팀도 K리그1 11위까지 내려앉으면서 분위기가 안 좋았죠. 뭘 해도 안 되는 시기였습니다. 철저히 준비하고 경기에 나서도 결과가 따라주질 않았어요. 힘들었습니다.

2020년 9월 8일 박건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팀이 달라졌습니다. 일찌감치 K리그1 잔류를 확정하고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선 8강에 진출했습니다.

박건하 감독님이 오시고 신뢰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꼈어요. 2020시즌 팀이 안 좋을 땐 모든 선수의 경기 출전이 불규칙했어요. 선발 명단이 크게 바뀌곤 했죠. 많은 선수가 자신감을 잃었어요. 감독님은 달랐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확실하게 기회를 줬어요. 선수를 믿고 기다려준 겁니다.

선수를 믿고 기다린다?

이번 라운드에서의 부진이 다음 경기 출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선수가 실수를 두려워하죠. 안정적인 것만 하려고 합니다. 선제골을 내주면 크게 휘청이고요. 박건하 감독님은 “널 믿는다. 실수해도 괜찮다. 후회 없이 플레이하라”고 합니다. 선수를 향한 확고한 신뢰가 상승세로 이어진 것 같아요.

2020시즌을 마친 뒤에도 이적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건하 감독님은 스트라이커 출신입니다. 스트라이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죠. 감독님이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수원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말이었습니까.

“너는 수원에 꼭 필요한 선수다. 도망가지 마라. 여기서 성공해라. 네 플레이를 잘 보면 네가 없다. 전방에서 압박하고 수비에 가담하는 등 온 힘을 다해 뛴다. 그런데 슛 기회에선 주춤하다가 패스를 선택한다. 넌 스트라이커다. 골을 넣고 싶으면 슛을 해라. 스트라이커의 이기심은 팀을 승리로 이끈다. 그동안 쌓인 불만을 그라운드에서 모두 표출해라. 골이 있든 없든 널 믿겠다.”

“지금 당장 은퇴해도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원 삼성 김건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수원 삼성 김건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축구계는 김건희를 ‘육각형 스트라이커’라고 표현합니다. 결정력, 스피드, 몸싸움 등 스트라이커의 모든 능력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강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야죠. 다 잘하는 스트라이커로 성장하고 싶어요.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기 위해 존재합니다. 골로 말할 거에요.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주변 동료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 겁니다. 팬들에게 짧고 빠른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득점하는 재미난 축구를 보여주고 싶어요.

2021시즌 꼭 이루고자 하는 게 있습니까.

꾸준한 활약으로 공격수 부문 베스트 11에 들겠습니다. 내국인 스트라이커의 기량이 외국인 스트라이커 못지않다는 걸 꼭 증명할 거예요. 골로 말하겠습니다. 2016년 정조국 선배처럼 득점왕, MVP까지 받고 싶어요. 또 있습니다.

네.

은퇴하는 날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싶어요. 언젠가 유럽 리그를 경험하고 싶습니다. 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처럼 빅리그일 필요는 없어요. 유럽 선수들은 어떤 환경에서 운동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싶습니다. 좋은 축구인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 겁니다.

태극마크요?

모든 축구 선수의 꿈이죠.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어요. 수원 유니폼을 입고 꾸준한 활약을 보이겠습니다. 2021시즌이 끝나면 기록으로 평가받겠습니다.

축구계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누구든 세월은 이길 수 없습니다. 언젠가 잊히죠. 내가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훈이 형에게 물어본 게 있어요.

어떤?

기훈이 형에게 당장 은퇴해도 후회가 없느냐고 물어요. 기훈이 형은 고민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뭐라고 합니까.

형은 “매 순간 온 힘을 다했다. 후회 없다”고 합니다. 아주 멋져요. 오늘 은퇴해도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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