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5일’ 하면 대부분 사람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펼쳐진 한국전쟁 발발일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세계 선원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만들어진 기념일 ‘선원의 날’이기도 하다. 롯데는 선원의 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특별한 시구 행사를 준비했다.

이란 억류 선원 송환의 일등공신 정태길 선원노련 위원장(사진=선원노련)
이란 억류 선원 송환의 일등공신 정태길 선원노련 위원장(사진=선원노련)

[엠스플뉴스]

부산 롯데 자이언츠가 6월 23일 사직 NC 다이노스 전을 앞두고 특별한 시구 행사를 진행한다. KBO리그 최초로 거행하는 ‘선원의 날’ 기념 시구다. 그간 ‘선원의 날’은 6·25와 날짜가 같아 선원들만의 기념일로 치러져왔다.

롯데는 23일 선원의 날 기념 시구자로 전국해상선원 노동조합연맹 정태길 위원장을, 시타자로 한국케미호 김문수 기관장을 초청했다. 선원의 날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10년 세계 선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선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세계인의 풍요로운 삶과 경제를 위해 고된 생활을 견디며 배에서 일하는 선원들을 기억하고 감사를 전하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이런 전 세계적 기념일이 유독 한국에선 제대로 된 취급을 받지 못했다. 하필 날짜가 한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날인 6월 25일이다 보니, 선원들만을 위한 축제나 행사를 열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 대중은 아예 선원의 날이란 기념일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날짜를 한국 실정에 맞게 다른 날로 조정하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매번 국회 문턱 앞에서 좌절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롯데의 시구 행사는 그동안 6·25에 가려 음지에 있던 선원의 날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시구자로 나설 정태길 위원장은 1960년 거제 출생으로 오랫동안 배에서 일한 선원 노동자 출신이다. 2003년부터 14년 동안 전국선망노조 위원장을 역임했고, 2007년 선원노련 위원장에 당선돼 지금까지 선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롯데, ‘한국케미호 이란 억류 사건’ 선원이 시타자로 나서는 뜻 깊은 시구 행사 진행

억류전 한국케미호 상황.
억류전 한국케미호 상황.

한편 시타자로 나서는 한국케미호 김문수 기관장도 주목할 만하다. 김 기관장은 올해 초 터진 ‘한국케미호 이란 억류 사건’으로 큰 고초를 겪었다. 이 사건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1월 4일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이란의 반다르아바스 항에 장기간 억류한 사건이다.

당시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한국 민간 은행에 70억 달러에 이르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이 묶여 있다고 주장하며 선박과 선원들을 인질로 삼았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협상한 끝에 일단 2월 2일 19명의 선원이 석방됐다. 이후 4월 9일엔 한국인 선장과 선박까지 풀려나며 사건이 일단락됐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분주히 뛰었던 이들이 바로 정태길 위원장이 중심이 된 선원노련이었다. 당시 정 위원장은 "단 한 명의 선원도 이란에 남겨둘 수 없다"며 선원들 송환을 위해 노력했다. 김 기관장의 시타는 선원들의 공헌과 노고를 기리는 선원의 날 행사 취지에 더없이 어울린다는 평이다.

롯데의 밀리터리 시리즈 홍보물(사진=롯데)
롯데의 밀리터리 시리즈 홍보물(사진=롯데)

롯데는 선원의 날 행사와 함께 6·25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행사도 준비했다. 6·25 하루 전인 24일, 경기전 허경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부산지부장이 시구자로 나선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허 지부장은 6·25 참전유공자회 지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6·25 전쟁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롯데는 6·25 전쟁 71주년을 맞아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기리고, 보훈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로 이번 시리즈 기간 밀리터리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다. 같은 기간 매 경기 입장 관중 선착순 700명에게 태극기 클래퍼도 제공한다. 선원의 날과 6·25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롯데의 시구 행사는 오늘 오후 6시 30분부터 사직구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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