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침통한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최규순 리스트'에 포함됐다. 전직 삼성 구단 핵심 관계자는 "2005, 2006년부터 최규순이 삼성에 돈을 요구했고, 이를 삼성이 들어줬다"고 털어놨다.

‘최규순 사건’이 터진 뒤, 삼성 라이온즈는 계속해서 말을 바꿨다.

처음 사건이 보도된 2016년 8월, 삼성은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보낸 공문에서 ‘금전거래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이 답변은 1년간 유지됐다. 그러나 2017년 8월 30일엔 하루 사이에 세 번이나 입장을 바꿨다.

이날 오전엔 ‘최규순과의 금전거래 여부’를 공식 질의하는 한 매체에 '거래 사실이 없음을 강조’했다가 불과 몇 시간 뒤 검찰발 보도를 통해 '삼성 구단 직원이 KBO 최규순 전 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자, “확인해 보겠다”는 유보적 자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날 오후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 직원이 2013년 10월 폭행 사건 합의금을 위해 금전을 빌려달라는 최 전 심판의 요청을 받고 4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검찰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털어놨다.

1년 넘게 고수해온 ‘절대 거래한 적이 없다’던 입장이 불과 몇 시간 만에 ‘확인해 보겠다’를 거쳐 ‘400만 원을 송금했다’로 거듭 바뀐 것이었다.

전직 삼성 핵심 관계자의 증언 "2005, 2006년 최규순으로부터 돈 요구 받아 구단 수뇌부 지시로 송금"

삼성 사과문을 보면 마치 최규순과의 돈거래가 ‘구단 직원’ 개인의 일탈이며, ‘2013년 10월 400만 원 송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최규순에 400만 원을 건넨 삼성 관계자는 일개 직원이 아닌 팀장급 인사였다. 삼성과 최규순의 돈거래를 단순한 개인적 일탈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삼성과 최규순의 돈거래는 2013년 10월이 처음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최규순의 부적절한 관계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직 삼성 구단 핵심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에 “삼성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최규순 심판에게 돈을 줬다”고 제보했다.

이 인사는 “2005, 2006년의 일이다. 한 10년쯤 된 것 같다. 그때 일을 잘 기억한다”며 “당시 심판이 구단 수뇌부에 (돈을) 요청했다. (그 심판이) 최규순이 맞다”고 확인했다.

구단이 최규순에게 돈을 건넨 이유를 묻자 이 관계자는 “2005, 2006년에 삼성이 우승을 차지했다. 최규순이 ‘(우승 축하금을) 요청했나보다’ 생각했다. 그때 구단 수뇌부가 (돈을 보내라고) 말씀하셨다”고 털어놨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비시즌 기간에 삼성 구단 수뇌부 지시로 최규순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건 충격적인 증언 이상이다.

삼성이 이미 2005, 2006년부터 최규순에게 돈을 줬다는 증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최규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도 그럴 게 검찰의 ‘최규순 사건' 수사는 주로 2012, 2013년 사이의 돈거래에 집중돼 있다. 검찰 조사로 드러난 여러 구단과의 돈거래도 거의 2013년에 이뤄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2015년부턴 심판진에 불이익 당했다?

KBO는 소속 심판이 1,000 경기 출장을 달성하면 그때부터 기념식을 한다. 1,500경기, 2,000경기, 2,500경기 등 주로 500경기 단위로 기념식을 해주는데, 기념식이 열리는 구장은 해당 심판이 결정한다. 지난해 '최규순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구단들은 심판 출장 기념식이 자기 홈구장에서 열리는 걸 반기지 않았다. '뭔가를 줘야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린 까닭이다(사진=삼성)
KBO는 소속 심판이 1,000 경기 출장을 달성하면 그때부터 기념식을 한다. 1,500경기, 2,000경기, 2,500경기 등 주로 500경기 단위로 기념식을 해주는데, 기념식이 열리는 구장은 해당 심판이 결정한다. 지난해 '최규순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구단들은 심판 출장 기념식이 자기 홈구장에서 열리는 걸 반기지 않았다. '뭔가를 줘야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린 까닭이다(사진=삼성)

엠스플뉴스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한 전직 삼성 구단 핵심 관계자는 “내가 확신하기로”란 전제를 달고서 “2015년부턴 삼성이 되레 심판진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했다”며 “심판들이 요구한 ‘것들’을 삼성의 바뀐 구단 수뇌부들이 들어주지 않으면서 갖가지 판정 불이익을 겪어야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6년 야구계엔 “두 구단 정도가 심판들에게 야구장 입장권을 제공하지 않아 판정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엠스플뉴스와 만난 한 구단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심판진) 요구하는 입장권이 너무 많아 ‘말씀하신 입장권 가운데 일부만 할인해 드리면 안 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역제안을 했다. 그러자 심판들이 ‘우리가 돈 주고 티켓을 사겠다는데 왜 구단이 제대로 협조해주지 않느냐’고 화를 냈다.

왜 심판들에게 돈 받고 티켓을 팔지 않았느냐고? 심판들이 ‘돈을 주고 입장권을 사겠다’고 했다 치자. 순진하게 그 돈을 다 받는 구단이 어딨나. 그랬다간 심판들 사이에서 당장 ‘쪼잔한 구단’ ‘어디 두고 보자’란 소리가 나올 게 분명하다. 가장 베스트한 상황은 심판들이 우리에게 아무 요구도 하지 않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삼성도 우리와 같은 일로 곤욕을 당하는 것으로 안다.”

엠스플뉴스는 2005, 2006년 최규순에 돈을 준 적이 있는지 삼성에 공식 질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 같은 일이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겠다”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답했다.

삼성 홍준학 단장은 “검찰 소환 조사를 통해 밝혀진 구단과 심판간의 부적절한 돈거래를 교훈 삼아 심판을 포함한 모든 야구계 관계자 및 종사자들과의 관계를 재정비하고, 부적절한 어떤 행위도 벌어지지 않게끔 근본적인 차단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구단과 심판 간의 부적절한 금전 차용 건으로 크게 실망하고, 분개하신 팬분들께 재차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은 사과문을 다시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

박동희, 배지헌, 김원익, 전수은, 강윤기, 김근한, 이동섭 기자

one2@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