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중단’ 모두 결정된 뒤에야 ‘방역수칙 위반’ 털어놓은 NC. 그러나 끝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함구

-‘사건’ 보고받았던 정지택 총재 “벌써 신문, 언론 기사 보면 게네들도 다 알고 있는 것 같더라…호텔방에 2명 이상 못 들어가는데 그 이상 들어갔다”

-NC, KBO 말로만 ‘징계’ 운운, 실제론 방역 당국에 비협조. 방역 당국 관계자 “의도적으로 혼란 빠트리고, 행정력까지 쓰게한 게 사실이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정지택 총재가 NC, 두산 대표에게 내린 징계 “9월 이사회 끝나고 골프할 때 핸디 주는 것으로 잠정 의결하겠다”

정지택 KBO 총재가 긴급이사회 때 NC, 두산 사장들에게 '9월에 이사회 끝나고 골프할 때 핸디를 마이너스 10점씩 깎겠다'고 말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정지택 KBO 총재가 긴급이사회 때 NC, 두산 사장들에게 '9월에 이사회 끝나고 골프할 때 핸디를 마이너스 10점씩 깎겠다'고 말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리그 중단’을 결정한 7월 12일 긴급이사회 당시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이 과연 NC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행위를 알고 있었는지가 대표적인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다.

한 구단 고위층은 “긴급이사회에 모인 구단 대표들이 코로나19로 곤란을 겪던 NC, 두산 구단을 향해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게 아닐텐데’ ‘누구든지 다 해당할 수 있다’는 식의 동정과 위로를 했다”며 “특히나 NC와 관련해선 적지 않은 구단 대표가 이사회 전후로 ‘힘내라’는 식의 덕담을 많이 들려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긴급이사회가 끝나고 4개월여가 흐른 지금. 이 구단 고위층은 “그런 동정을 했던 걸 후회한다”며 다음과 같이 목소릴 높였다.

“긴급이사회 때 NC 선수 일부가 숙소로 외부인을 불러들여 술판을 벌였고, 그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구단들의 3분의 2 이상이 리그 중단에 반대했을 거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는 NC와 정지택 총재가 합작해 동료 구단들을 기만하고, 방역 당국까지 농락했다고 본다.”

도대체 이 사장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술판 사태’ 알고도 적반하장으로 일관한 NC 대표이사 “방역 당국이 이번에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 -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전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전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7월 12일 긴급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NC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은 딱 두 차례 언급됐다.

첫 언급은 회의 초반 황순현 당시 NC 대표이사의 발언에서 나왔다. 구단별 확진자 ·자가격리자 발생 상황과 리그 중단 포함 5개 전반기 잔여경기 리그 진행안 브리핑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은 황 대표는 NC, 두산에서 자가격리 대상이 대규모로 발생한 원인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조정 탓으로 돌렸다. (아래 그래픽 참고)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전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전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이어 황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정말 어느 구단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어찌 됐든 저희 구단에서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제가 참으로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굉장히 크다”며 NC 선수단에서 발생한 술판 감염을 ‘어느 구단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치부했다. 방역수칙 위반에 대한 첫 언급은 여기서 나온다.

황 대표는 “만약 그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이 호텔 숙소에서 지침 위반이나 이런 게 있었으면 별도의 프로세스를 따라서 당연히 벌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나가듯 언급한 뒤 “그런데 아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제가 봤을 때는 전체 사회 방역 상황하고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을 것 같다”고 다시 한번 사태의 원인을 거리두기 단계 상향조정 탓으로 돌렸다.

긴급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NC 황순현 대표이사(현재는 사직)는 소속팀 선수의 방역수칙 위반 가능성을 두 차례 언급했다. 물론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외부인과의 술자리’가 위반의 핵심이었지만, 일체의 설명도 하지 않았다(그래픽=엠스플뉴스)
긴급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NC 황순현 대표이사(현재는 사직)는 소속팀 선수의 방역수칙 위반 가능성을 두 차례 언급했다. 물론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외부인과의 술자리’가 위반의 핵심이었지만, 일체의 설명도 하지 않았다(그래픽=엠스플뉴스)

황 대표는 이후 회의 중간 발언에서도 “사실 저는 방역 당국이 이번에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했는데”라며 또 한 번 방역 당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때 황 대표는 ‘우리 선수들’이 호텔 숙소에서 어떤 ‘지침 위반’을 했는지는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다.


- ‘리그 중단’ 모두 결정된 뒤 ‘방역수칙 위반’ 털어놓은 NC 대표. 그러나 끝까지 총체적 진실에 대해선 침묵했다 -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전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전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회의 초반 황순현 NC 대표는 대규모 자가격리자가 발생한 팀 상황을 적극 어필했다. 자기 구단 소속 2군 대체 선수들을 ‘인도네시아 국가대표’에 비유한 뒤엔 NC에서 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리그 중단부터 요구했다. (위 그래픽 참고)

결국 NC와 두산의 바람대로, 정지택 KBO 총재는 ‘두산, NC의 상황이 방역 매뉴얼에 나온 예외적 상황에 해당돼 경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총재 직권으로 내렸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으로 미국과 야구하는’ 상황을 피한 황 대표는 원하는 바를 이룬 뒤 모든 회의가 정리될 때 비로소 소속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 사과했다. (아래 그래픽 참고)

황순현 전 NC 대표의 발언 가운데 기억해야할 부분이 있다. ‘KBO한테 리포트는 저희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다 했고’와 ‘리그 차원의 징계와 구단 자체 징계도 있어야 할 사안’이라는 발언이다. 이는 KBO가 모든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 ‘사실’이 리그 차원의 징계와 함께 구단 차원의 징계까지 받아야할 중차대한 사건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강남구청이 호텔을 찾아가 CCTV를 살펴볼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래픽=엠스플뉴스)
황순현 전 NC 대표의 발언 가운데 기억해야할 부분이 있다. ‘KBO한테 리포트는 저희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다 했고’와 ‘리그 차원의 징계와 구단 자체 징계도 있어야 할 사안’이라는 발언이다. 이는 KBO가 모든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 ‘사실’이 리그 차원의 징계와 함께 구단 차원의 징계까지 받아야할 중차대한 사건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강남구청이 호텔을 찾아가 CCTV를 살펴볼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래픽=엠스플뉴스)

당시 황 대표 발언을 기억하는 모 구단 고위층은 “NC 사장이 갑자기 징계 운운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저지른 방역수칙 위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했다” “정 총재도 뭘 알긴 아는 것 같았으나 역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정 총재는 ‘뭘 알고’ 있었다. 정 총재는 “네, 그거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제가 그전에 이미 나왔을 때도 벌써 신문, 언론 기사 보면 게네들도 다 알고 있는 것 같더라”고 운을 뗀 뒤 말을 이어갔다. (아래 그래픽 참고)

NC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해 구체적 보고를 받았던 정지택 KBO 총재는 긴급이사회에서 구단들에 NC의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수차례 언급했지만, 안타까운 사정의 전말을 공개하진 않았다(그래픽=엠스플뉴스)
NC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해 구체적 보고를 받았던 정지택 KBO 총재는 긴급이사회에서 구단들에 NC의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수차례 언급했지만, 안타까운 사정의 전말을 공개하진 않았다(그래픽=엠스플뉴스)

발언 내용만 보자면 이사회 당시 정 총재는 이미 NC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 NC는 박석민으로부터 술자리 동석자의 감염 사실을 보고받은 7월 8일 즉시 KBO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총재는 사건의 전모를 알면서도 이사회에서 “방에 정원을 초과해서 들어가고 뭐한 것” 정도로 사실관계를 축소해서 전했다. 다른 구단 이사들은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채로 이사회 논의에 참여했고, 한 구단 사장의 증언을 그대로 쓴다면 ‘총재가 끌고가고 싶은 방향대로 끌려갔다.’

술판 사건의 전모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뒤, 모 구단 사장이 “리그 중단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선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되고서 크나큰 배신감을 느꼈다. 미리 알았다면, NC가 원하는 대로 이사회 방향이 흘러가게 그냥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개한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었다.

- 긴급이사회에서 NC와 정지택 총재만 알았던 ‘방역위반 진실’. 방역 당국은 아무 것도 모른채 혼선을 거듭했고, 행정력은 낭비됐다 -

7월 13일 엠스플뉴스 단독 보도. 이 기사가 나간 뒤 NC는 “리그 중단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사진=엠스플뉴스)
7월 13일 엠스플뉴스 단독 보도. 이 기사가 나간 뒤 NC는 “리그 중단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NC와 KBO는 이사회에서 발언한 대로 방역수칙 위반 선수를 실제 징계할 의사가 있던 것일까.

7월 13일 엠스플뉴스가 ‘NC 일부 선수의 호텔 술판 사건’을 보도하기 전까지, NC와 KBO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선수단 내 확진자 발생 당일부터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한 엠스플뉴스의 확인 요청에는 ‘방역당 국의 조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선수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밝힐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엠스플뉴스 보도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뒤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뭔가’를 기다렸다. 그 ‘뭔가’가 나온 건 엠스플뉴스 보도 다음날인 14일이었다.

이날 서울시는 오전 브리핑에서 “강남구 심층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NC 선수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은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NC와 KBO가 계속 기다린 게 이런 발표였다면, 환호성을 지를 만한 발표였다. 방역수칙 위반을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그냥 넘어갈 명분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NC와 KBO는 서울시 발표에 대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은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7월 14일 ‘NC 선수단에서 방역수칙 위반 의혹이 없었다’고 발표한 서울시. 서울시의 허술하기 짝이 없던 발표에 강남구청이 반전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정지택 총재가 언급한 ‘징계’는 정말 ‘골프 핸디 마이너스 10점’으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KBO가 징계를 내리려 했다면 당연히 방역 당국에 협조했을 일이다. 하지만, 강남구청이 진실을 밝힐 때까지 KBO는 침묵으로 일관했다(사진=엠스플뉴스)
7월 14일 ‘NC 선수단에서 방역수칙 위반 의혹이 없었다’고 발표한 서울시. 서울시의 허술하기 짝이 없던 발표에 강남구청이 반전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정지택 총재가 언급한 ‘징계’는 정말 ‘골프 핸디 마이너스 10점’으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KBO가 징계를 내리려 했다면 당연히 방역 당국에 협조했을 일이다. 하지만, 강남구청이 진실을 밝힐 때까지 KBO는 침묵으로 일관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때 등장한 게 바로 강남구청이었다. 강남구청은 제보를 통해 서울시의 발표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즉시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결국 NC 일부 선수가 외부인과 호텔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가 나와봐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던 NC는 그제야 구단 대표이사와 선수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리그 중단 결정의 주역인 황순현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구단 경영본부장, 단장도 직무 배제와 사직 수순을 밟았다. 김택진 구단주도 사과문을 내고 야구팬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무엇보다 주축 선수 4명의 72경기 출전정지 징계 처분으로 NC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으로 6경기 안 하려다 후반기 전 경기를 주축 선수 없이 치러야 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NC 구단과 KBO가 일부 선수의 방역지침 위반을 모두 알고 있었고, 그 위반 발생 장소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호텔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모른 척했다면, 대단히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업무가 산더미인 방역 당국을 의도적으로 혼란에 빠트리게 하고, 굳이 쓰지 않아도 될 행정력까지 쓰게 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반드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KBO는 엠스플뉴스에 "NC 구단 측으로부터 선수단 확진 상황 관련 보고를 받은 건 7월 9일이다. 선수 4명과 외부인 2명이 합석해 자리를 가졌고 선수 1명이 백신 접종자라는 NC 구단의 보고를 받았다. NC는 외부인 2명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보고했다. 바로 보건소에 역학조사 의뢰를 해달라고 조치했다"며 "실행위 때도 NC 쪽에서 선수단 방역수칙 위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KBO 차원에서 은폐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전해왔다.

- 정지택 총재 “NC와 두산은 대국민 사과하고, 9월 이사회 끝나고 골프할 때 핸디 주는 것으로 잠정 의결하겠다.” 모두에게 아픔이던 리그 중단이 ‘골프 핸디 주는 것’밖에 되지 않던 KBO 이사회 -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정지택 KBO 총재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정지택 KBO 총재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여기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리그 중단 이사회 당시만 해도 황순현 대표이사와 정지택 총재, 그리고 10개 구단 이사들은 자신들 앞에 닥쳐올 쓰나미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말미, 정 총재는 “이제 그러면 남은 거는 딱 하나네. 우리 NC 사장님 그때 안 계셨을 때 우리가 결정했던 사항”이라며 “NC나 두산이 대국민에도 사과해야 하지만 우리 구단에도 뭘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구단 책임자 징계나 제재금, 향후 드래프트 지명권 박탈 같은 페널티를 주려고 한 것일까. 뒤이은 정 총재의 말은 KBO와 이사진이 리그 중단 사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는지 잘 보여준다. (위 그래픽 참고)

수많은 야구팬과 야구인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야구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방송사를 비롯한 파트너사들에 막대한 금전적 타격을 안긴 리그 중단 사태를 KBO 총재는 한낱 농담 소재이자 친목 골프 핸디캡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실제 이사회가 끝난 직후, 목적을 이룬 NC와 두산은 같은 시간에 리그 중단에 대해 사과하는 반쪽짜리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황순현 NC 대표에게 핸디캡 마이너스 10점을 주려던 정 총재의 계획은, 황 대표의 자진사임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KBO는 상벌위를 거쳐 NC 구단에 1억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 사태가 핸디캡 10점 정도로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전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전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그래픽=엠스플뉴스)

KBO 긴급이사회에서 정지택 총재는 뭔가 막힐 때마다 모 구단 사장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모 구단 사장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정 총재를 옹호했다. 정 총재는 회의 내내 '리그의 정상 진행'을 '강행'으로 표현했고, 코로나19 메뉴얼에 따른 정상적 선수 충원을 '2군을 동원해서라도'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황순현 NC 대표는 “(경기를 안하는) 상황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KIA 이화원 사장의 묵직한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그래픽은 정 총재, 모 구단 사장, 황 전 사장, 이 전 사장이 긴급이사회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재구성한 것(그래픽=엠스플뉴스)
KBO 긴급이사회에서 정지택 총재는 뭔가 막힐 때마다 모 구단 사장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모 구단 사장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정 총재를 옹호했다. 정 총재는 회의 내내 '리그의 정상 진행'을 '강행'으로 표현했고, 코로나19 메뉴얼에 따른 정상적 선수 충원을 '2군을 동원해서라도'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황순현 NC 대표는 “(경기를 안하는) 상황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KIA 이화원 사장의 묵직한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그래픽은 정 총재, 모 구단 사장, 황 전 사장, 이 전 사장이 긴급이사회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재구성한 것(그래픽=엠스플뉴스)

배지헌, 김근한, 이근승, 박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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