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우승후보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던 KCC  (사진=KBL)
개막전 우승후보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던 KCC (사진=KBL)


[엠스플 뉴스]

공 하나에 웃고, 공 하나에 운다. 하나의 농구공 안에는 선수와 팬들의 기쁨과 눈물, 기대와 환희가 가득하다. 한 선수, 한 경기, 한 시즌에 담겨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숫자와 기록을 통해 꿰뚫고자 한다. ‘엠스플 Key 넘버’, 경기를 예측하고 팬심을 읽는 농구를 향한 시선이다.

지난 시즌 에밋은 KCC, 그리고 KBL을 통틀어 최고의 득점을 올린 선수였다. 경기당 평균 28.8득점을 올렸는데, 이는 득점 2위인 오리온 헤인즈의 23.9득점보다 약 5점은 많은 득점이었다. 그러나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이자 득점력을 갖춘 에밋을 보유하고도 소속팀 KCC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KBL 10구단 가운데 최하위, 10위에 그치며 차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성적을 거뒀다. 이에 KCC는 ‘FA 최대어’ 이정현을 ‘최고 몸값’으로 잡으며 선수 보강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15일, KCC는 DB와의 개막전을 치렀다. 그 결과, 에밋과 이정현의 시너지 효과, 그리고 하승진, 전태풍, 송교창 등 선수 간의 호흡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개막전에서 KCC는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 개막전을 통해 본 KCC의 전력을 ‘기록’을 통해 분석해봤다.

? : KCC는 정말 우승 후보 일까?

검증된 슈터이자 믿고 보는 외국인 선수 에밋, 그리고 평균 15.3득점으로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이정현. 이 두 선수의 만남으로도 KCC는 제1의 우승 후보로 꼽힐 만했다. 어디 에밋과 이정현뿐인가. KCC는 정휘량, 정민수, 정의한까지 은퇴로 팀에서 빠져나간 것 외에 큰 전력손실이 없었다. 오히려 모비스에서 뛰었던 로드가 보강됐다. 에밋, 이정현, 로드, 그리고 기존에 KCC 핵심 전력이었던 전태풍, 송교창, 김지후, 하승진 등이 힘을 보태면서 그야말로 ‘드림팀’을 구축했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드러난 KCC의 전력은 기대 이하였다. 에밋, 이정현, 전태풍, 하승진 등 주요 선수들은 각자 따로 놀았고,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최약체’로 평가 받은 DB가 KCC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32 : 에밋, 개막전 32득점 기록

개막전에서 외국인 선수이자 에이스인 에밋은 32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과 자신의 체면을 살렸다. 에밋이 32득점을 기록했다는 건 겉으로 보기에 제 몫을 다했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에밋의 득점 기록은 팀으로써 결코 좋지 못한 기록이었다. 에밋의 ‘32득점’은 팀이 기대했던 에밋과 이정현의 시너지 효과가 아닌, 에밋 한 선수만의 볼 소유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온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에밋의 볼 소유 시간이 길었다는 건, 개막전 상대인 DB에게 수비를 정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는 것과 같았다. 실제로 DB는 에밋의 개인플레이 외 거의 모든 공격을 차단해냈다. KCC 에밋의 득점은 팀 동료들 간의 협업 플레이보다는 개인의 능력으로 득점을 해낸 것이 대부분이었다.

에밋이 ‘32득점’을 기록하고도 KCC가 패했다는 건 분명 시사하는 점이 크다. 에밋과 이정현이라는 선수를 동시에 보유하고도 그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건 KCC에게 숙제를 안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하나된 모습이 필요한 KCC  (사진=KBL)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하나된 모습이 필요한 KCC (사진=KBL)


12 : 이정현, 개막전 12득점 기록

에밋이 개인기를 통해 개막전에서만 32득점을 기록했다면, 이정현은 개막전에서 불과 12득점 밖에 올리지 못했다. FA를 통해 KBL 역대 최고 보수 총액 9억 2,000만 원으로 KCC에 합류했으나, 개막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이정현의 합류로 KCC가 단숨에 우승후보로까지 분류된 것을 감안하면 개막전 성적은 더욱 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KGC 소속으로 경기당 평균 15.3득점, 국내 선수로는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이정현의 활약으로 KGC는 우승을 거둘 수 있었고, 이 활약을 바탕으로 KCC는 역대 최고 대우를 해줬다. 따라서 이정현은 몸값에 걸맞은 활약과 기대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개막전 ‘12득점’은 타 국내 선수였다면 순응할 수 있는 기록이지만 ‘이정현이기에’, ‘이정현이니까’ 만족이 안 되는 기록이다. 지금은 이름값과 몸값에 어울리는 득점 기록이 필요한 시점이다.

22.2% : 하승진, 개막전 자유투 성공률

KCC가 우승으로 가기 위해선 에밋과 이정현의 호흡, 그리고 하승진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6-2017시즌의 경우, 하승진은 평균 15분 18초를 소화하면서 7득점, 5.5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자유투 성공률이 25.0%밖에 되질 않았다. 지난 개막전에도 하승진의 자유투 성공률은 22.2%에 불과했다. 9개를 시도해 2개의 자유투밖에 넣지 못한 것이다. 이런 자유투 성공률이 계속되는 한, 상대 팀이 하승진에게 파울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자유투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상대로썬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하승진은 야투율 보다도 자유투 성공률을 신경 써야만 한다. KCC도 하승진의 자유투 성공률이 우승을 향한 하나의 지름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13 : KCC 송교창, 개막전 13득점 기록

에밋과 이정현의 엇박자, 하승진의 아쉬운 자유투 성공률까지, KCC의 실망스러운 모습 속에도 송교창은 자신의 몫을 해냈다.

2016-2017시즌 당시 송교창은 평균 11.9득점, 5.6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프로 3년차를 맞는 동시에, KBL에서 가장 어린 선수인 송교창은 올 시즌 더 성장한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개막전에서도 송교창은 36분 1초를 소화하면서 13득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2득점을 기록한 에밋에 이은 팀 내 최다 득점 기록이었다. 팀에서 자신에게 기대하는 기록, 팬들이 기대하는 기록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에밋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 상황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해준 선수라고 볼 수 있다.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KCC. 그런 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송교창이다. 에밋과 이정현의 호흡만 살아난다면 KCC의 우승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KCC는 개막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타 경기 Key 넘버

➀ 오리온 vs DB : DB 개막전 승리로 이끈 버튼

누르니까 응답했다. DB의 새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이 지난 15일 홈 개막전 경기에서 21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DB는 버튼의 활약에 힘입어 우승후보로 꼽히는 개막전 상대 KCC를 꺾고 1승을 챙겼다. 개막전에 이은 두 번째 경기, 버튼은 다시 최고의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박종현 애널리스트 (blogpjh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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