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고위 인사가 힘 있는 스포츠 협회로부터 '기사 재배치 청탁'을 받고, 실제 기사를 일반 대중이 잘 볼 수 없는 곳에 재배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네이버 고위 인사가 힘 있는 스포츠 협회로부터 '기사 재배치 청탁'을 받고, 실제 기사를 일반 대중이 잘 볼 수 없는 곳에 재배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수시로

네이버에 ‘기사 안 보이게 해달라’ 청탁” 제보.

+ 축구연맹, 실제로 네이버 이사에 노골적으로

‘연맹 비판 기사 처리해달라’ 문자 보내.

+ 네이버, '청탁 문자 후' 기사 재배치 정황 포착

+ 네이버 전직 에디터 “'공정한 플랫폼'은 구호,

청탁과 자사 이익 기준으로 기사 편집하는 스포츠 권력의 정점“

“네이버를 투명하고 공정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하겠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 한성숙 대표.

국내 포털사이트 뉴스·미디어 검색 점유율 70%를 자랑하는 ‘네이버’는 뉴스 편집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투명하고, 공정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과 시민사회가 “외부 청탁을 받고 기사 편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당장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발끈했다.

그러나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네이버 고위층이 직접 기사 재배치 청탁을 받고, 이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프로축구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연맹 비판 기사를 뉴스 수용자가 잘 볼 수 없는 곳에 재배치해달라’고 청탁하자 네이버가 이를 적극 수용했다는 의혹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이 네이버 이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K리그의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이번 한 번 부탁드립니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각종 자료 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네이버 문자 메시지 일부 발췌 내용(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각종 자료 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네이버 문자 메시지 일부 발췌 내용(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홍보팀장과 네이버 금00 이사가 주고받은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입수했다.

엠스플뉴스는 7월 한 제보자로부터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협회나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 수시로 네이버 고위층에 전활 걸어 ‘기사를 사라지게 해달라’ ‘협회와 연맹 측 입장을 강조하는 기사를 메인에 올려달라’고 청탁하고, 청탁 대부분이 받아들여진다”는 믿기 힘든 제보를 받은 터였다.

네이버는 이전에도 뉴스 편집과 관련해 공정성과 투명성에서 많은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나 스포츠 기사, 영상 등을 다루는 ‘네이버 스포츠’는 “외부 청탁과 자사 이익을 위해 언론사 기사를 임의로 편집·재배치한다”는 의심을 사왔다.

하지만, 그간 이런 의혹과 의심은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가 이어지며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엠스플뉴스 탐사취재팀이 입수한 문자메시지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홍보팀장과 네이버 스포츠를 총괄하는 금00 이사가 나눈 것이다.

2016년 10월 3일 월요일 오전 11시 21분. 김 팀장은 금 이사에게 ‘금 이사님.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랜만에 휴일에 연락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이라며 말을 꺼냈다. 가벼운 인사를 전한 김 팀장은 이어 문자메시지를 보낸 용건을 밝혔다.

용건은 바로 프로축구 전북 현대 모터스 심판 매수 사건과 관련하여 연맹이 내린 처벌을 비판하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어찌 해달라’는 청탁이었다.

김 팀장은 ‘K리그의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한 번 부탁드립니다’하고 노골적인 기사 재배치를 청탁했다.

2016년 10월 3일 오마이뉴스 이근승 시민기자의 기사.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비판하는 기사다. 오마이뉴스 편집 관계자는 “이 기사와 관련해 축구연맹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며 “네이버가 연맹 청탁을 받고, 기사 재배치를 한 게 정말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2016년 10월 3일 오마이뉴스 이근승 시민기자의 기사.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비판하는 기사다. 오마이뉴스 편집 관계자는 “이 기사와 관련해 축구연맹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며 “네이버가 연맹 청탁을 받고, 기사 재배치를 한 게 정말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해당 기사는 2016년 10월 3일 오전 9시 55분에 네이버 스포츠 축구면에 게재된 ‘한국프로축구연맹, 누군가를 처벌할 자격이 있나’였다. 오마이뉴스 이근승 시민기자의 기사였다. 기사가 네이버 스포츠 축구면에 노출된 지 정확히 1시간 26분이 지난 뒤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댓글이 ‘뚝’ 끊긴 6분 뒤에 다시 보내진 문자. “금 이사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네이버의 특정 스포츠 기사 재배치 의혹은 의혹을 넘어 '관행'처럼 받아들여져왔다. 힘 있는 협회,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가 갑자기 메인이나 주요면에서 사라지는 일이 허다했다. 포털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스포츠 기사가 이런데 정치, 사회, 경제 기사는 오죽하겠느냐“며 “네이버는 단순 플랫폼이 아니라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이 된 지 오래“라고 우려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네이버의 특정 스포츠 기사 재배치 의혹은 의혹을 넘어 '관행'처럼 받아들여져왔다. 힘 있는 협회,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가 갑자기 메인이나 주요면에서 사라지는 일이 허다했다. 포털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스포츠 기사가 이런데 정치, 사회, 경제 기사는 오죽하겠느냐“며 “네이버는 단순 플랫폼이 아니라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이 된 지 오래“라고 우려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팀장이 네이버 금00 이사에게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낸 건 같은 날 오후 2시 2분이었다. 메시지 내용은 ‘금 이사님..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였다. 엠스플뉴스는 ‘고맙습니다’ 보단 ‘그리고 미안합니다’라는 내용에 주목했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전직 네이버 스포츠 에디터는 “기사 재배치 청탁이 수용됐을 때 협회나 구단 관계자 대부분이 ‘미안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낸다. 청탁이 수용되지 않았으면 ‘수고했습니다’ ‘다음엔 꼭 부탁합니다’라는 식의 문자를 보내게 마련”이라며 “‘청탁 문자’ 이후 기사 노출 위치가 달라졌거나 댓글수가 ‘확’ 줄었다면 청탁이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과연 네이버 스포츠 축구면에서 이 기사는 어떻게 재배치됐을까.

오전 9시 55분 네이버 축구면에 공개된 이 기사는 5분 후인 10시 정각에 첫 댓글이 달렸다. 519개의 ‘좋아요’를 기록한 첫 댓글의 내용은 ‘기자님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런 기사라도 계속해서 부탁드립니다. 전북, 연맹의 만행을 계속해서 알려야 합니다’였다.

첫 댓글 이후, 이 기사엔 낮 12시 44분까지 거의 1분마다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낮 12시 44분부턴 상황이 변했다. 낮 12시 44분부터 12시 57분까지 13분 동안 4개의 댓글이 달린 뒤, 오후 1시 1분부터 1시 56분까진 15개의 댓글에 그쳤다.

그리고 오후 1시 56분부터 3시 15분까진 댓글이 단 1개도 달리지 않았다. 이후 마지막 댓글이 기록된 다음날(4일) 오전 8시 45분까지 추가 댓글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엠스플뉴스에 취재 협조를 한 전·현직 네이버 에디터는 “‘기사를 메인이나 주요 지면에서 네이버 이용자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게 해달라’는 청탁이 오면 바로 기사를 재배치하지 않는다. 그러면 너무 티가 난다. 따라서 보통 30분에서 길면 2시간 이후 기사를 메인이나 주요 지면에서 슬쩍 내린다”며 “그간의 경험과 네이버 편집 시스템을 종합할 때, 이 건은 기사 재배치 청탁이 성공한 케이스”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엔 분마다 한 두개씩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의 '기사 재배치 청탁' 문자메시지가 네이버 이사에게 보내진 후, 급격하게 댓글이 줄었다. 반면 다른 포털사이트의 시간대별 댓글 분포도엔 별 이상이 없었다. 네이버 측에 이 기사의 노출 위치 변경과 기사 재배치 여부를 묻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네이버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네이버 전직 에디터는 “자사 비판 기사를 '네이버에 걸지 않으면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전체 조직 안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자사 이익과 권력 관계가 얽힌 기사를 편집할 때와 네이버 자사 비판 기사를 처리할 때를 꼼꼼하게 비교해보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엔 분마다 한 두개씩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의 '기사 재배치 청탁' 문자메시지가 네이버 이사에게 보내진 후, 급격하게 댓글이 줄었다. 반면 다른 포털사이트의 시간대별 댓글 분포도엔 별 이상이 없었다. 네이버 측에 이 기사의 노출 위치 변경과 기사 재배치 여부를 묻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네이버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네이버 전직 에디터는 “자사 비판 기사를 '네이버에 걸지 않으면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전체 조직 안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자사 이익과 권력 관계가 얽힌 기사를 편집할 때와 네이버 자사 비판 기사를 처리할 때를 꼼꼼하게 비교해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홍보팀장이 네이버 금00 이사에게 첫 ‘청탁 문자’를 보낸 건 오전 11시 21분이었다. 분마다 달리던 기사 댓글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한 건 첫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1시간 20분이 흐른 낮 12시 44분부터였다.

댓글이 ‘뚝’ 끊긴 시점은 오후 1시 56분부터였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의 두 번째 문자가 금00 이사 스마트폰으로 보내진 건 그로부터 정확히 6분 뒤였다.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

박동희, 배지헌, 김원익, 전수은, 김근한,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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