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팀장이 네이버 금00 이사에게 보낸 두 번째 문자메시지. 사진은 문자메시지 원본. 김 팀장은 두 번째 메시지를 보내기 전, 금 이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탁한 기사가 네이버 주요 지면에서 사라진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팀장이 네이버 금00 이사에게 보낸 두 번째 문자메시지. 사진은 문자메시지 원본. 김 팀장은 두 번째 메시지를 보내기 전, 금 이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탁한 기사가 네이버 주요 지면에서 사라진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어떤 뉴스가 중요한 것이냐에 대해서 실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선정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고 판단한다.” 2012년 10월 9일 국정감사장에서 네이버 김상헌 전 대표

엠스플뉴스는 10월 20일 오전 10시 31분 "[단독] 네이버, 축구연맹 ‘청탁 문자’ 받고 기사 숨긴 정황 포착" 제하의 보도를 했다.

기사가 공개된 지 정확히 3시간 34분 만인 오후 2시 5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자사 공식 포스트에 사과문을 올렸다. 내용은 ‘기사 재배열 의혹에 대해 감사한 결과 네이버 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였다.

네이버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청탁을 받고, 기사를 재배치한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기사가 나온 지 3시간 34분에 사실을 인정할 걸 고려하면 매우 빠른 사과였다. 하지만, 엠스플뉴스가 네이버에 ‘외부 청탁에 의한 기사 재배치’를 포함해 여러 의혹을 최초 질의한 건 4월 5일이었다. 10월 20일 엠스플뉴스 단독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네이버는 6개월이 넘게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프로축구연맹 팀장의 양심 선언 "축구협회, 연맹의 언론관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팀장(사진 등을 보이는 이)과 엠스플뉴스 박동희 대표기자가 인터뷰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팀장(사진 등을 보이는 이)과 엠스플뉴스 박동희 대표기자가 인터뷰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심증만 있고, 물증이 부족한 상황. 네이버 취재가 ‘딱’ 그랬다. 물론 지난해 4월부터 취재를 시작하며 엠스플뉴스는 많은 이를 만난 터였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입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모킹 건’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즈음 만난 이가 바로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홍보팀장이었다.

엠스플뉴스가 김 팀장을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연맹을 떠난 상태였다. 2016년 2월부터 연맹 홍보·마케팅팀장으로 일했으니 2년이 채 안 돼 직장을 그만둔 셈이었다.

김 팀장은 “그동안 고민이 많았다”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연맹을 떠났을 뿐, 다른 문제가 있어 그만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래 일하지 않은 직장이었지만, 김 팀장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꽤 깊었다.

인터뷰 도중 김 팀장은 몇 번이고 “한국 축구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면 비정상적인 시스템과 관행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며 “그러려면 비판을 교훈 삼아 더 발전하려는 노력보단 ‘비판은 무조건 막고 보자’는 식으로만 일관하는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언론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떠나는 사람’은 대개 ‘남겨진 조직’을 향해 아쉬움을 토해낸다. ‘난 잘하려고 했는데 조직이 바뀌지 않아 떠난다’는 말도 덤처럼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 팀장은 달랐다. “나부터 반성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이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준 것도 그때였다. 프로축구연맹에서 홍보·마케팅팀장으로 일할 때, 그는 홍보보단 마케팅 업무에 더 비중을 뒀다. 하지만, 간혹 홍보 업무를 담당해야 할 때도 있었다. 2016년 10월 3일이 그랬다.

“지난해 9월 30일 연맹에서 전북 현대 모터스가 연루된 ‘심판 매수 사건’ 징계를 내렸다. 축구계 여기저기에서 연맹 징계를 ‘솜방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0월 3일 오마이뉴스에서 내보낸 ‘한국축구연맹, 누군가를 처벌할 자격이 있는가’도 그런 기사 중 하나였다. 네이버 스포츠 축구 면, 사람들이 많이 보는 위치에 그 기사가 노출돼 있었다. ‘그 기사를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줬으면…’하는 의견이 전달돼왔다. 내가 총대를 맬 수밖에 없었다.”

"'기사 빼달라'는 쪽에선 문자 보내도, '기사 빼주는 쪽'에선 문자로 답하지 않는다. 증거가 남기 때문. 금 이사에게 두 번째 문자 보내기 전, 통화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팀장이 네이버 금00 이사에 보낸 첫 번째 문자메시지. 사진은 문자메시지 원본(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팀장이 네이버 금00 이사에 보낸 첫 번째 문자메시지. 사진은 문자메시지 원본(사진=엠스플뉴스)

김 팀장이 ‘청탁 문자’를 보낸 곳은 네이버였다. 정확히 네이버 스포츠 총책임자인 금00 이사였다.

2016년 10월 3일 월요일 오전 11시 21분, 김 팀장은 금 이사에게 ‘금 이사님.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랜만에 휴일에 연락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이라는 인사를 건넨 뒤 연맹을 비판하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언급했다.

그리고서 김 팀장은 ‘K리그의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한 번 부탁드립니다’하며 노골적인 기사 재배치를 청탁했다. 장문의 첫 번째 문자메시지를 보낸 김 팀장은 2시간 41분이 흐른 오후 2시 2분, 금 이사에게 두 번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팀장이 네이버 금00 이사에 보낸 첫 번째 문자메시지에서 이어지는 내용. 사진은 문자메시지 원본(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00 팀장이 네이버 금00 이사에 보낸 첫 번째 문자메시지에서 이어지는 내용. 사진은 문자메시지 원본(사진=엠스플뉴스)

두 번째 문자메시지는 첫 문자메시지와는 달리 간결했다. ‘금 이사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가 전부였다. 엠스플뉴스 취재진이 ‘미안합니다’에 대한 의미를 묻자 김 팀장은 “기사를 빼줘 고맙다는 뜻이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주목할 게 있었다. 김 팀장이 보여준 문자메시지엔 김 팀장의 발언만 있고, 금 이사의 답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후 문제가 됐을 때 네이버 측이 “김 팀장의 ‘문자 청탁’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금 이사의 무답변을 내세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때 김 팀장이 한 말이 되레 결정적 증거가 됐다. 김 팀장은 “기사 재배치를 원하는 쪽에선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저쪽(네이버)에선 뒤탈이 날까 싶어 문자로 답하는 일이 없다”며 “오마이뉴스 기사가 사라진 걸 확인하고서 금 이사에게 전활 걸었고, 통화에서 금 이사가 직접 기사를 빼도록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문자메시지인 ‘금 이사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는 금 이사와의 전화 통화 후 보내진 것이었다.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

박동희, 배지헌, 김원익, 전수은, 김근한,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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