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시간 때 수시로 골프장에 드나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체육대학교 전명규 교수(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강의 시간 때 수시로 골프장에 드나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체육대학교 전명규 교수(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 강의 시간에 빙상장 대신 골프장에 있던 전명규

- 알리바이 확보 위해 자기 차 대신 조교 차 이용

- 조교들 "차 빌리고, 새벽에 심부름 시키고. 전 교수는 조교들에겐 '슈퍼 갑' 이상이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던 전명규 교수 측근. 문자메시지와 과속 딱지로 거짓 해명 드러나.

교수(敎授). 대학에서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이다. 그런 교수에게 강의(講義)는 본업이자 의무다.

최근 빙상계 각종 의혹과 논란을 취재 중인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에 ‘모 교수가 자신의 강의 시간에 강의는 조교나 강사들에게 맡긴 채 몰래 골프를 치러 다닌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모 교수의 정체는 ‘빙상 대통령’으로 불리는 한국체육대학교 전명규 교수였다.

놀라운 건 전 교수가 한국체대에서 ‘교수 업적 평가 1위’를 도맡아왔다는 점이다. 한국체대 관계자는 “학교 빙상부가 각종 국제대회마다 금메달을 따면서 전 교수에 대한 업적 평가도 항상 1위를 달렸다”며 “학교 윗분들 사이에서 전 교수는 ‘누구보다 강의를 열심히 하는 교수’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빙상인들의 증언 “전명규 교수, 강의 팽겨치고 골프장 간 날 많아”

전명규 교수가 조교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1, 2번째 문자메시지는 전 교수가 조교에게 차를 빌린 뒤 '자동차 키를 교수 연구실에 뒀다'고 알리는 내용이다. 3번째 문자메시지는 전 교수가 새벽 4시에 조교에게 문자를 보내 강의나 연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내용이다. 전 교수의 이같은 행동은 '국립대 교원으로선 있을 수 없는 슈퍼 갑질'이라는 게 교육계의 중평이다. 문자메시지는 제보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원본 문자 내용을 그대로 담아 그래픽처리하였습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전명규 교수가 조교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1, 2번째 문자메시지는 전 교수가 조교에게 차를 빌린 뒤 '자동차 키를 교수 연구실에 뒀다'고 알리는 내용이다. 3번째 문자메시지는 전 교수가 새벽 4시에 조교에게 문자를 보내 강의나 연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내용이다. 전 교수의 이같은 행동은 '국립대 교원으로선 있을 수 없는 슈퍼 갑질'이라는 게 교육계의 중평이다. 문자메시지는 제보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원본 문자 내용을 그대로 담아 그래픽처리하였습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빙상밖에 모르는 사나이’.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주로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전 교수를 잘 아는 이들은 그를 ‘빙상인 출신의 골프인’으로 평한다.

실례로 한국체대 관계자는 “전 교수는 학교 실내 빙상장에서도,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며 “학생선수들이 빙판에서 훈련 중일 때 골프 스윙 연습을 하는 전 교수를 자주 봤다”고 증언했다.

한국체대에서 교직원으로 일했던 A 씨 역시 비슷한 증언을 들려줬다.

“전 교수님의 유일한 취미가 골프다. 교수 연구실을 ‘골프 시청각실’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실기수업 시간에 잘 나타나지 않으시지만, 혹여나 나타나면 항상 골프채를 들고 오셨다.”

문제는 강의 시간에도 골프를 치러갔다는 것이다. A 씨는 “그런 일이 꽤 많았다”고 털어놨다.

빙상부 실기수업을 직접 진행하신 적이 많지 않았다. 골프를 치러 가시거나, 빙상연맹 업무를 봐야 한다는 이유로 학교 밖에 계신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나 골프를 무척 좋아하셔서 실기수업을 조교나 강사에게 맡긴 뒤 골프장으로 직행하시는 일이 꽤 잦았다.” A 씨의 증언이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전 교수는 자기 소유의 차량 대신 주로 조교 차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그러셨다. 교수님 차로 학교 밖을 나가게 되면 강의 시간에 외부로 나갔다는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A 씨의 설명이다.

엠스플뉴스는 전 교수가 조교 차를 이용해 외부로 나갔다는 증거를 ‘전 교수-조교’ 간 나눈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인했다. 이보다 더 결정적인 증거도 입수했다. 바로 ‘과속 벌금 납부서’였다.

전명규 교수의 이중생활을 증언해준 '의외의' 결정적 증거. ‘과속 딱지’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가 조교 차를 몰고 나갔다가 과속 카메라에 찍혀 조교 집으로 날아온 '과속 위반 벌금 납부확인서'. 전 교수는 골프장에 갈 때마다 조교 차를 이용했고, 조교들은 사고 위험을 걱정하면서도 '절대 갑'인 전 교수에게 차 키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전 교수는 빙상계에선 '슈퍼 갑'이 아니라 조교들에게도 절대권력을 행사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가 조교 차를 몰고 나갔다가 과속 카메라에 찍혀 조교 집으로 날아온 '과속 위반 벌금 납부확인서'. 전 교수는 골프장에 갈 때마다 조교 차를 이용했고, 조교들은 사고 위험을 걱정하면서도 '절대 갑'인 전 교수에게 차 키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전 교수는 빙상계에선 '슈퍼 갑'이 아니라 조교들에게도 절대권력을 행사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가 오랜 취재 끝에 만난 B 씨는 전명규 교수에게 차량을 빌려줬던 이다. 한국체대에서 전 교수의 강의를 도왔던 B 씨는 “전 교수가 골프장에 갈 때마다 내 차를 썼다”며 “내 차를 몰고 골프장에 가다가 카메라에 찍힌 날도 실기수업이 예정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간 전 교수는 사실 여부를 묻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의 질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전 교수의 측근들은 “강의 시간에 조교 차를 몰고 나갔다는 증거를 제시해보라”며 큰소릴 쳤다. 그 증거를 제시한 이가 바로 B 씨다.

B 씨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전 교수가 내 차를 빌려 골프장으로 이동하던 중 속도 규정을 위반해 우리 아버지가 대신 벌금을 냈다”며 ‘과속 벌금 납부 확인서’를 제시했다.

납부확인서에 따르면 전 교수가 몰고 나간 B 씨의 차는 2013년 5월 2일 목요일 오전 6시 55분 남춘천 나들목에서 춘천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과속으로 적발됐다.

“전 교수가 내 차를 쓰고서 얼마나 흘렀을까 집으로 ‘속도규정 위반 벌금을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벌금은 차량 소유주로 등록돼 있던 아버지가 납부했다. 차량이 춘천에 있을 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B 씨의 말이다.

B 씨는 “전 교수가 강의에 들어오지 않고, 골프를 치러간 건 이날 하루뿐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체대 조교 출신 빙상 지도자 D 씨는 “전 교수가 골프장을 예약할 때 자신의 이름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골프를 치러 가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그의 철칙”이라고 폭로했다.

“한국체대 빙상부 국외 전지훈련 때도, 전 교수의 골프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조교들에게 훈련을 맡기고, 본인은 골프를 치러 다니기 일쑤였다.” D 씨의 추가 폭로다.


한국체대 관계자 “강의 시간에 골프장에 있었다? 중징계 피하기 어려운 중대 사안”. 학생선수들에겐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전명규. 자신은 기본과는 거리가 먼 교수생활 해왔다.

한국체대 실내 빙상장. 한국체대 빙상 학생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이다. 많은 학생선수와 학부모는 '전 교수가 강의보다 강의 외적인 일에 더 바빴다“고 증언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한국체대 실내 빙상장. 한국체대 빙상 학생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이다. 많은 학생선수와 학부모는 '전 교수가 강의보다 강의 외적인 일에 더 바빴다“고 증언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한국체대 관계자는 “나도 전문실기 교수 경험이 있지만, 강의 시간에 조교 차를 빌려 골프장에 다녔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며 “만약 ‘강의 시간에 골프를 치러 다녔다’는 게 사실이라면, 중징계를 피할 수 없는 무거운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의 조교를 맡았던 이들은 “한국체대 조교를 그만둔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전 교수 이름을 들으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전 교수가 강의 시간에 골프를 치러 다녔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도 우리 같은 힘없는 빙상인들에겐 ‘밥그릇을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2002년 한국체대 교수가 된 후, 전 교수는 빙상계의 ‘절대 권력’으로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제거하고 싶은 상대가 생길 때마다 익명의 민원과 음해 문서를 만들었고, 신기하리만치 그 음해 문서에 적힌 내용들은 정치인 혹은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다.

여기서 주목할 건 전 교수가 제 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절대 권력’을 누려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실기수업 때마다 선수들에게 못이 박히도록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기본과는 거리가 먼 교수 생활을 해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한국체대 총장 이하 학교 수뇌부들의 적극적인 무관심과 방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명규 교수는 왜, 누가 골프 파트너였기에 강의까지 내팽겨친 채 골프장을 호흡처럼 빈번하게 드나든 것일까.

전명규 교수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을 제대로 파헤치려면 한국체대 전체로 시선을 넓혀야 한다. 문체부에 이어 이제 교육부가 나서야 할 차례다.

이동섭, 박동희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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