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대 전명규 교수가 '전 조교에게 스카우트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가 '전 조교에게 스카우트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 조교였던 A 씨에게 “반드시 K 선수 스카우트하라” 지시. 선수 장학금도 A 씨가 부담하도록 강요했다는 증언 나와

​- 충격 증언 “전 교수 조교였던 A 씨, 2년 동안 학교 발전기금 명목으로 1,200만 원 냈다.”

​- 빙상인들의 두려움 “전명규 교수 두둔하는 세력이 굳건하게 버틴 한, 반드시 전명규는 돌아올 것”

한국체육대학교 전명규 교수를 적극 옹호 혹은 두둔하는 측에서 꼭 차용해 쓰는 말이 있다. “전 교수는 김 종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항하다 미운털이 박혀 전(前) 정권에서 핍박받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 종 전 차관이 경찰을 시켜 3년 내내 내사를 펼쳤지만, 전 교수에 대한 비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엠스플뉴스는 장기간의 탐사취재 끝에 ‘전명규 교수가 전 정권으로부터 핍박당했다고 알려진 그 시간에 전 교수는 여전히 빙상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되레 핍박받은 건 전 교수가 아니라 전 교수 뜻에 따르지 않은 이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3년 내내 펼쳤다던 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엠스플뉴스는 ‘국정농단의 대표 사범’인 김 종 차관이 3년 내내 내사를 펼쳤음에도 전 교수에 대한 비리를 잡지 못한 것이 ‘곧 전 교수의 청렴과 무고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 오히려 감사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됐다’는 감사 참여자의 증언을 확보했다.

엠스플뉴스는 전 교수의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직 사임으로 전 교수와 빙상연맹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 제기가 중단돼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전 교수의 부회장직 사임으로 각종 논란과 의혹 제기가 중단된다면 훗날 전 교수가 ‘역대 정부 모두에 미운털이 박혀 핍박받았으나, 정작 비리는 하나도 나오지 않은 청렴한 체육인’으로 또다시 둔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최근 엠스플뉴스는 한국체대에서 조교로 일했던 제보자로부터 전 교수의 상상을 뛰어넘는 ‘스카우트 갑질’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엠스플뉴스에 “2012년 전명규 교수가 자신의 조교였던 A 씨에게 '전도유망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K를 한국체대로 스카우트할 것'을 지시했다”며 “상식적이라면 학교가 스카우트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K 선수의 경우 A 씨가 직접 스카우트비를 부담해야만 했다”고 폭로했다.

"전명규 교수, 조교였던 이에게 유망주 스카우트 지시하고, 장학금까지 부담하도록 했다" 증언

A 씨가 2년에 걸쳐 한국체대 발전기금 명목으로 1,200만 원을 기부한 내역. A 씨의 기부금은 K 선수의 장학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A 씨가 2년에 걸쳐 한국체대 발전기금 명목으로 1,200만 원을 기부한 내역. A 씨의 기부금은 K 선수의 장학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K 선수를 두고서 모 대학과 한국체대 간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이 펼쳐졌다. 모 대학에선 K 선수에게 스카우트 조건으로 ‘달마다 장학금 5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소식을 듣고서 한국체대 빙상부 전명규 교수가 자신의 조교였던 A 씨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K 선수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한국체대에서 수년간 교직원으로 일했던 제보자의 증언이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K 선수는 모 대학이 제시한 금액과 동일한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한국체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 50만 원에 해당하는 장학금은 모두 A 전(前) 조교가 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4월 12일 엠스플뉴스는 목동 실내 빙상장에서 ‘스카우트 갑질’의 피해자인 A 전 조교를 만날 수 있었다. A 씨는 자신을 “K 선수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개인 코치를 했던 사람”으로 소개했다.

“한국체대에서 전명규 교수 조교로 일했던 게 2009년부터 2011년 12월까지다. 하지만, 이후에도 '조교'란 타이틀만 없었다 뿐이지, 사실상 조교 역할을 했다. 그즈음 K 선수의 어머니로부터 ‘서울 소재 명문대에서 자기 학교에 입학하는 조건으로 달마다 장학금 50만 원을 주겠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원체 K 선수가 유망주로 유명했던 터라, 전 교수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A 씨의 회상이다.

당시 K 선수는 여자 단거리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세울 만큼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전 교수가 K를 다른 학교에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A 씨는 “보고를 들은 전 교수가 ‘네가 책임지고, K를 한국체대로 데려오라’고 지시했다”며 “‘K를 데려오지 못하면, 우리 관계는 끝’이라는 말로 당시 나를 압박했다”고 털어놨다.

2013, 2014년 당시 한국체대 발전기금 약정서 양식. A 씨는 지원대상 지정에 '빙상'이란 두 글자를 적은 뒤 발전기금을 납부를 약정했다(사진=한국체육대학교)
2013, 2014년 당시 한국체대 발전기금 약정서 양식. A 씨는 지원대상 지정에 '빙상'이란 두 글자를 적은 뒤 발전기금을 납부를 약정했다(사진=한국체육대학교)

‘빙상 대통령’ 전명규 교수의 지시는 곧 법이었다. 전 교수 지시를 완수하지 못하면 A 씨는 “빙상계 주류에서 영원히 멀어질 것이란 두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전 교수가 A 씨에게 K 선수의 스카우트를 지시만 했을 뿐, 스카우트와 관련한 모든 책임과 비용을 A 씨가 지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A 씨는 “K 선수를 스카우트하려면 서울 모 대학처럼 장학금을 줘야 했다. 하지만, 한국체대나 전 교수나 이와 관련해선 ‘네가 알아서 해’라는 입장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내가 사비를 털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에 걸쳐 총 1,200만 원을 ‘학교 발전기금’ 명목으로 기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발전기금 기부 대상으로 한국체대 빙상부를 지정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 돈이 K 선수 장학금으로 쓰일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엠스플뉴스는 ‘스카우트 갑질’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몇 번이고 한국체대를 찾았다. 하지만, 전 교수는 늘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한국체대 관계자는 “전 교수가 계속해서 병가를 내 현재 학교에 없다”는 말만을 반복해 들려줬다.

“유망주 장학금 대납, 한국체대가 모를 리 없었다.” 주장 제기

한국체대 본관에 걸린 발전기금 기부자 명단. K 선수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발전기금을 냈던 전명규 교수의 조교였던 A 씨 이름이 눈에 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한국체대 본관에 걸린 발전기금 기부자 명단. K 선수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발전기금을 냈던 전명규 교수의 조교였던 A 씨 이름이 눈에 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한국체대 빙상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B 씨는 “한국체대 빙상부에선 자주 있던 일”이라며 ‘A 씨의 장학금 대납’과 관련해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B 씨는 “전 교수가 지시하면,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게 한국체대 빙상부의 풍토”라며 “이런 ‘슈퍼 갑질’을 학교에서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A 씨가 한국체대에 기부형식으로 낸 1,200만 원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1977년 한국체대 개교 이래 학교 발전기금을 1,000만 원 이상 낸 개인은 53명에 불과했다.

A 씨는 “한국체대 빙상부에선 전 교수 지시에 '절대복종'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먹고 살려면, 전 교수와의 관계가 절대 끊어져선 안 된다”고 고백했다.

전 교수는 4월 11일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빙상인들이 전 교수에게 느끼는 공포감과 두려움은 여전하다. 오히려 사태가 일단락된 뒤 전 교수가 ‘피의 보복’에 나설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실업빙상단 지도자 D 씨는 “전명규 교수를 적극 두둔하던 빙상연맹과 빙상연맹의 회장사 삼성, 그리고 일부 정치인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한, 전 교수는 언제든 다시 빙상판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벌써 한국체대 내부에선 ‘전명규를 지키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체대 안팎에선 “전 교수가 자신을 비판한 국회의원과 각종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의 입을 막으려고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빙상 대통령' 전명규는 아직 하야하지 않았다. 엠스플뉴스는 전 교수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탐사보도 취재를 계속 진행할 것이다.

이동섭, 박동희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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