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의 강의시간 골프장 출입에 대해 교육부가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학교 측 설명만 듣고 자릴 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의 강의시간 골프장 출입에 대해 교육부가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학교 측 설명만 듣고 자릴 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 전명규 교수실 전(前) 조교 "최소 두 번 이상 전 교수 골프채 구입비 대납"

- "강의시간에 골프장 가는 일 많았다. 그럴 때마다 실기수업은 조교나 외부 강사 몫"

- "전 교수, 골프장 갔다오면 '내기 골프' 결과 무용담처럼 말해"

- '한국체대 전명규 감사했다'고 알려진 교육부, 실제론 '현장 점검'. "전 조교들이 누군지 몰라 학교 측 설명만 듣고 왔다."

[엠스플뉴스]

이번엔 ‘골프채 대납 논란’이다.

5월 14일 엠스플뉴스는 ‘한국체육대학교 전명규 교수실에서 일했던 조교 A 씨가 전 교수의 골프채 구입비을 대납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제보자는 “전 교수의 조교였던 A 씨가 조교를 그만둔 이후에도 조교 때 경험했던 갑질을 똑같이 경험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골프채 대납건”이라고 전했다.

최소 두 번 이상 골프채를 직접 사다 준 전명규 교수실의 조교. “돈 받은 건 고사하고, 고맙다는 말도 들은 기억이 없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와 전 조교인 A 씨의 SNS 대화 내용. 문자는 제보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원본 문자 내용을 그대로 담아 그래픽처리하였습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와 전 조교인 A 씨의 SNS 대화 내용. 문자는 제보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원본 문자 내용을 그대로 담아 그래픽처리하였습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을 분석하면 A 씨가 전명규 교수에게 골프채를 준 건 2013년 6월 5일이다. 전날 정오께 전 교수는 A 씨에게 “3번 우드가 없어서 돈 잃었다. 에-잇”하는 문자를 SNS를 통해 보냈다.

A 씨가 “네 알겠습니다.” 하자 전 교수는 “어-휴”하며 또 한 번 아쉬움을 토해냈다.

A 씨는 전 교수가 왜 아쉬워하는지 이미 아는 듯 “교수님. 젝00 우드 3번 준비해놨습니다. 내일 새벽에 찾아뵙겠습니다”하고 답했다. A 씨가 언급한 ‘젝00’는 유명 골프채 제조사의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명이다.

A 씨가 젝00 3번 우드를 ‘다음날 새벽 전 교수에게 전달하겠다’고 한 덴 이유가 있었다.

이 문자를 주고받기 한 달 전쯤인 5월 10일, 전 교수는 A 씨에게 “오더할게”라는 문자를 보냈다. A 씨는 “골프대회 우승하실 수 있도록 필요한 것 말씀하세요.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전 교수는 1분 뒤 “우드 3번”라고 썼다. 그러자 A 씨는 “브랜드는 어떤 걸 알아볼까요?”하고 물었다. 이때 전 교수는 “기다려”란 말로 답변을 유보했다.

엠스플뉴스 취재진과 만난 A 씨는 “전 교수가 ‘골프대회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전에도 전 교수가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 ‘또 뭐가 필요한 게 있는가’ 싶었다”며 “전 교수가 ‘3번 우드’를 지목하기에 골프 코치로 일하는 친구를 통해 젝00 3번 우드를 구해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직접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여기서 주목할 건 ‘이전에도’라는 말이다. A 씨는 “3번 우드를 전달하기 이전에 전 교수가 ‘어떤 어떤 골프채를 구해오라’고 해서 그때도 골프 코치인 친구를 통해 골프채를 구매해 전 교수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내가 전혀 골프를 치지 않기에 매번 친구의 조언을 받아 골프채를 사서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 교수는 A 씨로부터 골프채를 받고서 돈을 줬을까. A 씨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단 사서 드리면 받고서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고맙다’는 말도 들은 기억이 아예 없다.” A 씨의 얘기다.

“전명규 교수, 내기 골프 즐겼다. ‘200만 원 땄다’고 자랑한 적도 있다.”

전명규 교수가 B 조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1, 2번째 문자는 전 교수가 조교에게 차를 빌린 뒤 '자동차 키를 교수 연구실에 뒀다'고 알리는 내용이다. 3번째 문자메시지는 전 교수가 새벽 4시에 조교에게 문자를 보내 강의나 연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내용이다. 전 교수의 이같은 행동은 '국립대 교원으로선 있을 수 없는 슈퍼 갑질'이라는 게 교육계의 중평이다. 문자는 제보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원본 문자 내용을 그대로 담아 그래픽처리하였습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전명규 교수가 B 조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1, 2번째 문자는 전 교수가 조교에게 차를 빌린 뒤 '자동차 키를 교수 연구실에 뒀다'고 알리는 내용이다. 3번째 문자메시지는 전 교수가 새벽 4시에 조교에게 문자를 보내 강의나 연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내용이다. 전 교수의 이같은 행동은 '국립대 교원으로선 있을 수 없는 슈퍼 갑질'이라는 게 교육계의 중평이다. 문자는 제보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원본 문자 내용을 그대로 담아 그래픽처리하였습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A 씨는 한국체대 출신의 빙상인이다. 2009년 6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빙상 조교로 일했다. 이때 그가 모신 이가 바로 전명규 교수다. A 씨는 “지금도 조교 역할이 비슷하겠지만, 당시에 조교로 일하면서 학사 행정과 빙상부 지도 업무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A 씨는 전 교수가 얼마나 골프에 매달렸는지 직접 목격했다. A 씨는 “일전 엠스플뉴스 기사([단독] 강의시간에 골프장 가도 ‘교수 업적 1위’ 전명규의 이중생활)에서 나왔듯 전 교수님이 실기수업을 조교에게 맡기고, 골프장으로 달려나가는 날이 꽤 많았다”며 “학교로 돌아오시면 그날 골프 쳤던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고 회상했다.

내가 조교로 있을 때도 교수님이 골프장에 갈 때면 조교 차나 외부 강사 차를 이용했다. 본인 차를 몰고 가는 걸 본 적이 없다. 골프 예약은 다른 사람이 하도록 했고, 예약 시 본인 이름은 항상 가명을 썼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골프장에 다녀오시면 ‘내가 얼마를 땄다’는 식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들려주시곤 했다. 한 번은 ‘오늘 200만 원 땄다’고 하셨는데 말의 뉘앙스만 봐선 '내기 골프 규모'가 꽤 작지 않은 듯보였다. A 씨의 증언이다.

A 씨는 “전 교수가 ‘내기 골프’ 이야기는 자주 들려줬지만, ‘누구’와 내기 골프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말씀하신 적이 없다”며 “전 교수가 했던 말을 종합하면 빙상계나 학계보단 사업하시는 분들이 주요 ‘내기 골프 멤버’였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강의 시간에 ‘내기 골프’를 치러갈 정도로 골프 삼매경에 빠졌던 전 교수는 골프에 전혀 취미가 없던 A 씨에게 무슨 이유에선지 ‘골프채가 없어서 졌다’는 넋두리를 하곤 했다. A 씨는 “교수님이 뭘 바라시는지 잘 알았기에 골프채를 사다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체대 찾아가 '전명규 감사했다'고 알려진 교육부. 확인 결과 감사가 아니라 현장 점검방문. 교육부 사무관 "학교 측 설명만 듣고 왔다."

교육계에서 한국체대는 '철옹성'으로 불린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육부 수장은 과거와 달리 교육 개혁 의지가 강하지만, 일선 실무자들은 수장의 의지와는 달리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다“며 “한국체대가 치외법권으로 둔갑한 덴 교육부의 방조와 묵인이 숨어있다“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교육계에서 한국체대는 '철옹성'으로 불린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육부 수장은 과거와 달리 교육 개혁 의지가 강하지만, 일선 실무자들은 수장의 의지와는 달리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다“며 “한국체대가 치외법권으로 둔갑한 덴 교육부의 방조와 묵인이 숨어있다“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A 씨는 “최근 한국체대가 학교를 찾아온 교육부 사무관들에게 ‘전 교수가 강의 시간에 골프 치러간 일이 거의 없다. 언론 보도는 지나친 과장’이라고 설명했단 얘길 들었다”며 “나 이전, 이후에 조교를 한 사람들이 전 교수가 강의시간에 골프장에 드나든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있는 그대로 밝힌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소속 교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이 있는 한국체대가 ‘몰랐다’를 넘어 어떻게 사실을 은폐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나 A 씨는 나를 비롯해 여러 조교가 전 교수 관련 문제에 대해 언론을 통해 밝혔지만, 교육부 감사관들은 학교 측 이야기만 듣고, 사라졌다고 들었다나를 포함해 교육부 감사관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전 조교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과연 사실일까. 최근 교육부는 한국체대를 찾아가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감사’가 아니라 ‘현장 점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체대에 찾아가서도 학교 관계자 이야기만 듣고,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체대에 직접 현장 점검을 나갔던 교육부 사무관은 감사는 아니고, 뭐 그냥 현장 점검을 간 것이라며 왜 전 조교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언론에 제보했다고 알려진 전 조교들이 누군지 몰라 학교 측 설명만 들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한국체대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 나온 전명규 교수의 전 조교들이 누군지 학교 측에 물어보면 5분도 안 돼 이름, 재직기간 포함 연락처까지 알려줬을 것”이라며 “교육부 사무관은 엄밀히 말해 현장 점검을 나온 게 아니라 ‘현장 보호’를 위해 나간 것”이라고 일갈했다.

+ 취재 후 : 엠스플뉴스는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전 교수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로 사실 관계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박동희,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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