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폭행'으로 사전 구속영장 청구된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

-"조 전 코치, 경찰 조사받으면서 반성과 사죄의 태도 보여"

-"피해선수 부모들에게 '합의 요청 문자' 보내는 중"

-"애들 때릴 땐 부모들에게까지 당당했던 사람이..."

-"조 전 코치 폭행을 배후에서 묵인하고, 비호한 사람이 누군지 밝혀야"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가 모 피해선수 부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피해선수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원본 문자메시지를 그래픽으로 처리하였습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가 모 피해선수 부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피해선수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원본 문자메시지를 그래픽으로 처리하였습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여자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인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가 다른 선수 3명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6월 21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조 전 코치가 심석희 선수 말고 다른 선수들도 폭행한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며 “‘상습 상해 혐의’로 조 전 코치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 전 코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1월 16일, 훈련 중 심석희를 수십 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조사 과정에서 심석희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당한 선수가 더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돼왔다. 경찰 조사로 이 의심은 사실로 확인됐다.

조 전 코치는 경찰 조사에서 “지시를 따르지 않아 (심석희를) 폭행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 전 코치가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유 불문하고, 선수들을 때려 선수와 선수 가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면서 반성과 사죄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빙상계에선 조 전 코치의 반성과 사죄에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한 빙상인은 "조 전 코치가 뒤늦게라도 반성하고 사죄의 뜻을 나타내 다행"이라면서도 "혹여 경찰서 밖에선 구속을 피하려고 피해선수 부모들에게 합의를 요구하거나 회유에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의 표정을 지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우려는 사실이었다. 조 전 코치는 사전 구속 영장이 청구되기 전, 자신이 폭행한 선수들의 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상습 폭행 혐의’에서 벗어나고자 피해선수 부모들을 상대로 회유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또 다른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찰에선 ‘진심으로 반성,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 경찰서 밖에선 피해선수 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 보내 ‘만나 뵙고 사죄드리겠다’ 합의 회유하나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는 심석희 폭행으로 영구제명됐다. 그러나 짧은 칩거을 마친 뒤 중국 쇼트트랙 코치가 됐다. 사진은 5월 13일 중국빙상경기연맹 공식행사에 참석한 조재범 코치(빨간 테두리). 지금까지 빙상계는 선수를 아무리 폭행해도 잠시 외국만 다녀오면 언제든 화려한 복귀가 약속되는 '무법 지대'였다(사진=중국빙상경기연맹)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는 심석희 폭행으로 영구제명됐다. 그러나 짧은 칩거을 마친 뒤 중국 쇼트트랙 코치가 됐다. 사진은 5월 13일 중국빙상경기연맹 공식행사에 참석한 조재범 코치(빨간 테두리). 지금까지 빙상계는 선수를 아무리 폭행해도 잠시 외국만 다녀오면 언제든 화려한 복귀가 약속되는 '무법 지대'였다(사진=중국빙상경기연맹)

모 빙상 선수의 부모인 A 씨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는 조 전 코치였다.

조 전 코치는 문자메시지에서 ‘안녕하세요. 조재범입니다’라고 자신이 누군지 밝힌 후 ‘오늘 짧은 시간이라도 편하신 시간, 장소 알려주시면 찾아뵙고, 사죄드리고 싶다. 바쁘고 귀찮으시겠지만 꼭 답장 부탁드린다’며 만남을 요청했다.

과거 자식을 때렸을 때는 물론 그 이후에도 사과 한마디 없던 조 전 코치의 갑작스러운 문자메시지에 A 씨는 더 큰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대표팀 코치로 잘 나갈 땐 선수들을 때리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사람이 막상 구속영장이 청구되니 지금 와 사죄 운운하고 있다.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합의 회유' 문자메시지라 판단돼 오히려 더 화가 났다"는 게 분노의 이유였다.

그렇다면 A 씨가 조 전 코치의 문자메시지를 ‘합의 회유’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다. A 씨는 “경찰이 추가 폭행 피해선수를 찾는 상황에서 피해선수가 늘면 늘수록, 합의에 응하는 피해선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만큼 조 전 코치의 구속 가능성이 더 커지지 합의를 원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A 씨는 조 전 코치 측에서 계속 합의를 요구해도 이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다.

몇 년 전, 조 전 코치가 빙상장에서 학생선수들을 때리는 걸 목격한 바 있는 한 빙상인은 “조재범 코치가 선수들을 구타할 때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조재범 코치 뒤에 전명규 당시 빙상연맹 부회장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알았기 때문이다. 피해선수 부모들도 조재범 코치에게 항의하면 ‘혹여 자식이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속으로 앓기만 했다”며 “알려진 서너 명보다 더 피해선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 빙상인은 “선수 폭행도 폭행이지만, 심석희 폭행 사실이 알려진 뒤 영구제명된 조재범 코치가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떤 과정으로 중국 대표팀 코치로 가게 됐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그의 선수 폭행을 알면서도 누가 묵인했고, 비호해줬는지 명명백백 밝혀야만 빙상계 폭행을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전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폭행 피해선수가 더 있는지 계속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박동희,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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