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빙상장 소장 '맞춤 채용공고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체육회는 "채용 전, 현(現) 소장에 대한 사전 자료나 정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소장은 "채용 전, 서울시체육회로부터 '와서 좀 해주십시오'라는 얘길 듣고 소장 공모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과연 목동빙상장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은 '소장 채용 의혹' 하나뿐일까.

서울 목동빙상장(사진=엠스플뉴스)
서울 목동빙상장(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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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서울 목동빙상장 소장 채용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목동빙상장을 위탁운영하는 서울시체육회는 “공개경쟁을 통해 소장직 채용을 투명하게 진행했다. 특정인 맞춤 채용공고를 낸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빙상계는 “말이 공개경쟁이지, 서울시체육회가 특정인을 채용할 목적으로 ‘맞춤 채용공고’를 낸 게 맞다”고 목소릴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정인 맞춤 채용 논란’의 당사자인 목동빙상장 유태욱 소장이 채용공고가 나기 전, 서울시체육회로부터 모종의 언질을 받았다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1억 원 가까운 연봉에 3급 대우인데도 지원자는 단 두 명. 그나마 한 명은 면접 불참으로 탈락. 입찰 때 상대편에 있던 ‘입찰 패배기관’ 사장을 소장으로 채용한 서울시체육회

서울시체육회 목동빙상장 소장직 채용공고에 명기된 응시자격 조건. 빙상인들은 이 자격조건을 “특정인 맞춤형 공고“라고 평했다. 연봉상한액이 1억 원에 가까웠지만, 지원자는 단 2명에 그쳤다. 그나마 한 명은 면접에 나오지 않으면서 유 씨가 단독 후보로 소장이 됐다. 목동빙상장 소장의 연봉은 전국 빙상장 소장 가운데 최고액으로 알려졌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 목동빙상장 소장직 채용공고에 명기된 응시자격 조건. 빙상인들은 이 자격조건을 “특정인 맞춤형 공고“라고 평했다. 연봉상한액이 1억 원에 가까웠지만, 지원자는 단 2명에 그쳤다. 그나마 한 명은 면접에 나오지 않으면서 유 씨가 단독 후보로 소장이 됐다. 목동빙상장 소장의 연봉은 전국 빙상장 소장 가운데 최고액으로 알려졌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 목동빙상장 ‘맞춤 채용 논란’은 20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1월 1일부터 목동빙상장 위탁운영을 맡게 된 서울시체육회는 그해 3월 21일 빙상장 소장직 채용공고를 냈다.

목동빙상장은 ‘한국 빙상계의 요람’으로 불리는 곳이다. 많은 체육계 인사가 꼭 한 번은 ‘전문경영’을 맡고 싶어 하는 곳이다. 서울시체육회가 제시한 소장 급여조건도 9천276만 원(상한선)이나 됐다. 여기다 서울시체육회는 목동빙상장 소장에게 ‘일반직 3급에 상당’하는 대우를 해주겠다고 공표한 터였다.

한 체육기관 관계자는 “이 정도 조건이면 최소 경쟁률만 10대 1”이라며 “전세계 어느 빙상장 소장도 이 정도를 대우를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체육회가 모 구직사이트에 올린 목동빙상장 소장직 채용 공고(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가 모 구직사이트에 올린 목동빙상장 소장직 채용 공고(사진=엠스플뉴스)

하지만, 경쟁률은 2대 1에 불과했다. 그나마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면접에 불참하며 탈락처리됐다. 남은 한 명이 소장으로 채용됐다. 한마디로 ‘무혈입성’한 성공한 셈.

빙상계와 체육계가 의심의 눈으로 목동빙상장 소장 채용을 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공공기관에서 인사관리자로 일했던 A 씨는 “구직을 위해 매일같이 여러 공고를 본다. 하지만, 목동빙상장 소장직 채용공고는 안타깝게도 본 적이 없다”며 “설령 봤다고 해도 원체 응시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지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체육회는 ‘공공체육시설 관리자로 3년 이상 경력이 있는 자’ ‘공공시설, 단체 및 기업경영관리자로 5년 이상 종사한 자’를 응시 자격조건으로 내걸었다. 여기다 ‘※ 빙상장 등 동계체육시설 운영 경력자’를 우대조건으로 제시했다.

A 씨는 “공공체육시설 관리자 경험과 공공시설 경영관리자 경험을 함께 갖춘 사람을 찾는다는 건 프로야구 감독과 구단 사장 경험을 함께 갖춘 사람을 찾겠다는 소리와 같다. 두 조건을 충족하면서 ‘빙상장 등 동계체육시설 운영 경력’까지 갖춘 사람이 대한민국에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목동빙상장 채용공고를 보고서 특정인을 염두에 둔 전형적인 ‘맞춤형 채용공고’란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빙상장 위탁운영권은 따냈지만, 운영능력이 역부족이던 서울시체육회

목동빙상장 실내(사진=엠스플뉴스)
목동빙상장 실내(사진=엠스플뉴스)

1989년부터 2016년까지 목동빙상장을 위탁관리하던 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센터를 제치고 새로운 위탁운영자가 된 서울시체육회는 ‘위탁운영권 입찰’ 당시 “목동빙상장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시 생활체육진흥팀 관계자도 “(입찰 당시) 동계스포츠센터 쪽은 새롭고 발전적인 방향 제시보단 현상 유지 경향이 강했다”며 서울시체육회의 ‘새로운 발전방향 제시’가 낙찰의 가장 큰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체육회는 무슨 영문인지 발전적인 방향보단 과거로 돌아가는데 더 열중했다. 실제로 서울시체육회는 동계스포츠센터 직원들을 고스란히 고용 승계했고, 최고 책임자인 소장마저 동계스포츠센터 사장 출신을 채용했다.

그 사장이 바로 입찰 때 동계스포츠센터 대표이사로 프리젠테이션(PT)를 진두지휘하고, 목동빙상장 소장직 채용 때 단독으로 면접을 봐 소장으로 임명된 유태욱 씨다.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해’ 위탁운영권을 따낸 서울시체육회가 ‘현상유지 경향이 강해’ 입찰에서 떨어진 기관의 대표를 소장으로 채용했다는 건 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엠스플뉴스 취재진과 만난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운 좋게 (낙찰은) 됐지만, 위탁운영을 맡고 보니 원체 목동빙상장이 특수·전문시설이고, 우리가 맡고부터 수익이 잘 나오지 않았다. 레슨 받는 사람을 오게 하고, 볼쇼이 아이스단 같은 곳을 유치하고, 막대한 정빙기 운용 비용 등을 대려면 빙상장 쪽에서 오래 근무하고, 영업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런 고민 끝에 결국 전문가(소장)를 모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은 ‘서울시체육회가 처음부터 목동빙상장을 운영할 준비가 아예 돼 있지 않았다’는 걸 자인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입찰 PT에서 제시했다던 ‘새로운 발전방향’도 실체가 없는 공언(空言)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었다.

서울시체육회 “유태욱 소장에 대한 사전 자료나 정보 없었다.” 유태욱 소장 “서울시체육회가 ‘와서 이것 좀 해주십시오’ 하기에 채용공고 난 것 보고 지원했다.”

목동빙상장 유태욱 소장이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직접 들려준 말이다(사진=엠스플뉴스)
목동빙상장 유태욱 소장이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직접 들려준 말이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는 “빨리 소장을 뽑아야 하는 시급성이 있었지만, 어려 고려사항을 두루 살폈다”며 “목동빙상장처럼 규모가 큰 곳이라면 어느 정도 자격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판단해 그렇게 응시 자격조건을 달게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사전에 유태욱 씨에 대한 자료나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며 ‘특정인 맞춤형 공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복수의 빙상인은 “서울시체육회가 내건 응시자격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은 사실상 유태욱 소장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유 소장이 2016년 12월 동계스포츠센터 사장에서 물러나고 2017년 3월 채용공고가 나기 전까지 3개월 동안 야인시절에 목동빙상장에서 이런저런 일을 도왔다”며 “서울시체육회가 유 소장에 대한 사전 자료나 정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양쪽 입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엠스플뉴스는 서울시체육회가 채용공고 전, 유 소장에게 모종의 언질을 줬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 정황을 들려준 이는 유 소장이었다. 4월 27일 목동빙상장을 찾은 엠스플뉴스 취재진에게 유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체육회가 서울시에서 예산을 받은 다음에, 지급과 집행만 해봤지 수익사업은…그러다 보니깐 제가 재단(동계스포츠센터)에 있으면서 PT를 제가 했습니다. 그래서 하다 보니까 (서울시체육회가) ‘그럼 와서 이것 좀 해주십시오.’ 그래서 공고가 난 걸 보고 저는 이제 그런(지원한) 거지.

서울시체육회는 유 소장에 대한 사전 자료나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서울시체육회는 유 소장에게 채용공고 전, “그럼 와서 이것 좀 해주십시오”라는 말을 한 것일까.

과연 목동빙상장을 둘러싼 의혹은 '소장 채용 의혹' 하나뿐일까. 엠스플뉴스는 3개월간 취재로 한국 빙상계의 요람인 목동빙상장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박동희, 배지헌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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