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축구 유망주가 공부하는 이유 “전 선수 이전에 학생”

-“키는 작아도 전 장점이 더 많아요.”

-“프로 산하 유소년 클럽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에 최적의 장소”

-“성공한 축구 기능인보다 훌륭한 축구 전문가가 되고 싶어”

수원 FC 'U-18' 팀 주전 골키퍼 김찬용 학생선수(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수원 FC 'U-18' 팀 주전 골키퍼 김찬용 학생선수(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엠스플뉴스]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합니다.

명문대 진학생의 대학입시 성공 비결이 아니다. 프로축구단 수원 FC 산하 ‘U-18’ 팀 주전 골키퍼 김찬용(수원 조원고 3)의 얘기다.

이케르 카시야스(FC 포르투) 같은 세계적 골키퍼를 꿈꾸는 김찬용은 아마추어 축구 현장에선 ‘공부하는 학생선수’로 유명하다. 엘리트 축구 학생선수임에도 학업 성적이 좋은 건 둘째치고, 김찬용은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안다.

선수 이전에 학생이니까요.김찬용의 대답이다.

수업시간에 최대한 수업에 집중하는 것도, 축구단 훈련이 끝나면 바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것도, 주말이면 학원을 찾아 밀린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자신이 ‘선수 이전에 학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 이전에 선수’라고 해도 김찬용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축구선수로 대성하지 못했을 때 제2의 인생을 살 바탕이 되고, 축구선수로 대성했을 때도 ‘품격 있는 축구인’으로 거듭날 기본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리그의 장기 발전을 위해 ‘전 구단 유소년 시스템 의무화’를 추진한 지 10년 만에 한국 축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대표팀 선수 가운데 15명을 ‘K리그 유소년 클럽시스템에서 배출한 선수’로 구성하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

어쩌면 이 가시적 성과보다 더 큰 효과는 ‘운동기계’ ‘축구 기능인’만을 양산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공부하는 학생선수’ ‘축구 전문가’를 배출하려는 움직임으로 변화한 한국 축구의 흐름일지 모른다.

자신을 ‘선수’ 이전에 ‘학생’으로, 자신의 꿈을 ‘축구 기능인’이 아닌 ‘축구 전문가’로 말하는 김찬용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제 키가 작다고요? 전 장점이 더 많아요.”

수원 FC 'U-18'에서 뛰는 수원 조원고 3학년 김찬용(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수원 FC 'U-18'에서 뛰는 수원 조원고 3학년 김찬용(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수원 FC ‘U-18’ 팀의 훈련을 쭉 지켜봤습니다. 플레이 스타일이 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를 지향한다는 느낌이 들던데요. 그리 크지 않은 키를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 반사신경으로 커버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제 롤모델이 카시야스 선수인데(웃음).

최근 한국에선 골키퍼 조현우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당연히 조현우 선배도 정말 멋있고, 본받고 싶은 선수예요. 카시야스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따르고 싶었던 선수고. 두 골키퍼 선배님들처럼 성장한다면 저도 성공한 축구선수가 되겠죠(웃음).

골키퍼는 언제 시작한 겁니까.

초등학교 5학년 때요. 그땐 몸이 약했어요. 부모님께서 “잘 못해도 되니까 건강하게 크라”면서 축구를 권하셨어요. 축구 시작하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골키퍼를 맡게 됐어요.

흔히 그런 말 하지 않습니까. “골키퍼는 키가 큰 게 좋다”고. 지금 키가?

182cm요. 골키퍼치곤 좀 작아요. 다행히 의사분은 “아직 성장판이 열려있어서 180cm 중·후반까지 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지금도 크고 있어요. 그리고 전.

네?

전 키가 크지 않다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단점에 고민하는 것보다 장점을 더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주축야독’ 학생선수가 공부하는 이유 “난 선수 이전에 학생”

주말은 그에겐 밀린 학업을 보충하기 위한 또 다른 훈련 시간이다(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주말은 그에겐 밀린 학업을 보충하기 위한 또 다른 훈련 시간이다(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주축야독’의 대표적인 학생선수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축야독이요?

주축야독(晝蹴夜讀), 낮엔 축구하고, 밤엔 공부하는(웃음).

(손사래를 치며) 에이, 아니에요. 일반 학생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해요. 그냥 제 나름대로 기준을 세우고,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정도에요.

‘제 나름의 기준’이라고 했는데요. 그 ‘기준’이 뭡니까.

하루에 한 시간은 무조건 책상에 앉아 있는 거예요.

이유가 있습니까.

선수 이전에 학생이니까요.

아.

전 골키퍼로 오랫동안 뛰고 싶어요. 하지만, 평생 축구선수로 살 순 없다고 생각해요. 축구선수 생명은 기자님도 아시다시피 길지 않거든요. 축구선수 인생이 끝났을 때 다른 인생을 살려면 공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운동과 공부, 병행하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축구 시작한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녔어요. 고등학교 때도 토요일 리그 경기 끝나면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학원에서 공부했어요. 일요일엔 오전 9시부터 학원에 갔고요. 프로축구단 산하 유소년 클럽은 지도자분들도 공부하는 걸 반기고, 응원해주세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해요.

학원 공부가 학업에 도움이 됐습니까.

그럼요. 식사 시간 놓쳐서 밥 못 먹었다고 굶으면 안 되잖아요. 뭐라도 먹어야 힘이 나잖아요. 공부도 똑같다고 봤어요. 축구하느라 오후에 공부할 시간이 적었으면 주말에 학원 가서 보충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몸은 피곤했어도 가서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가장 역점을 두고 공부하는 과목이 뭔가요?

영어요.

이유가 있나요?

축구 경기가 공격수, 수비수, 골키퍼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공부는 국어, 영어, 수학이 중심 아니겠습니까(웃음). 그중에서 영어가 제일 재밌어요. 다가올 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영어 듣기와 리딩을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영어 단어나 숙어는 틈틈이 짬을 내서 외우고 있고. 전 이상하게 선수단 버스에서 영어 단어 외울 때가 제일 잘 외워지더라고요(웃음). 대학에 진학하면 꼭 영어회화 학원을 다닐 생각이에요.

영어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큰 이모가 영어학원 선생님이셔서 어렸을 때부터 제게 영어를 가르쳐주셨어요. 훌륭한 축구선수가 돼서 해외 나갔을 때 영어 잘하면 큰 도움이 될 거 같기도 하고. 스포츠선수는 외국어를 못한다는 편견을 깨주고도 싶어요.

그럼 가장 힘든 과목은 뭔가요?

과학, 그중에서도 생명과학이요. 수학도 좀 그렇고. 제겐 극복해야할 과목들이에요(웃음).

미래의 수원 FC ‘수문장’을 꿈꾸다. “고향 수원과 내게 기횔 준 수원 FC에 보답하고 싶다.”

미래 수원 FC 수문장을 꿈꾸는 김찬용(사진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미래 수원 FC 수문장을 꿈꾸는 김찬용(사진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이미 수시에 지원한 상태죠?

네.

가고 싶은 대학이 있습니까.

있죠. 있긴 한데 제가 가고 싶은 것보다 그 대학에서 볼 때 제가 필요한 학생이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있으면 수원 FC ‘U-18’을 떠나야 합니다.

부족할 절 지도해주신 이수길 감독님과 박재성, 이승환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중간에 슬럼프가 많았지만, 지도자분들이 절 끝까지 믿어주셔서 여기까지 왔어요. 제가 이것저것 질문할 때마다 잘 알려주시고, 부상 당했을 때 자식처럼 치료해주신 윤재현 의무 선생님께도 감사드려요. 무엇보다 수원 FC 구단과 수원시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리고 함께 3년간 저와 뛰어준 선, 후배와 동기들에게 정말 감사의 말 전하고 싶어요. 제 부모님과 제 동기들 부모님들께도 당연히 감사하고요.

김찬용이 점프해 골을 잡는 장면. 그는 크지 않은 키를 다른 장점으로 커버하는 축구 유망주다. 그는 182cm지만, 그의 가능성은 2m 이상이다(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김찬용이 점프해 골을 잡는 장면. 그는 크지 않은 키를 다른 장점으로 커버하는 축구 유망주다. 그는 182cm지만, 그의 가능성은 2m 이상이다(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대학 졸업하면 프로축구선수가 되는데 한발 더 다가서게 됩니다.

전 12살부터 수원 FC 유소년 클럽에서 자랐어요. 절 축구선수로 자라게 해준 수원 FC 수문장이 되는 게 제 꿈이에요. 그게 제 고향 수원과 제게 축구선수의 기회를 준 수원 FC에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더 바람이 있다면 수원 FC 'U-18'의 훌륭한 제 동기들과 다시 수원 FC에서 만나고 싶어요. 저보다 훨씬 공부 열심히 하고, 축구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에요.

어떤 골키퍼가 되고 싶습니까.

카시야스 선수처럼 신체조건이 불리해도 순발력과 점프력, 경기운영 능력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골키퍼가 되고 싶어요. 제가 판단했을 때 제 장점은 패스와 판단력이에요. 카시야스 선수만큼 많은 땀을 흘려서 ‘미친 선방’을 보여주는 골키퍼로 성장하고 싶어요.

김찬용이 꿈꾸는 먼 꿈도 훌륭한 골키퍼입니까.

성공한 골키퍼는 제 꿈이기도 하지만, 제가 도전해야할 목표에요. 그 도전이 끝나면 국제축구 행정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선수 출신은 행정력이 약하다’는 편견을 많은 축구 선배님이 깨주고 계세요. 제가 그 뒤를 잇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국제축구 행정에 걸맞은 공부를 하고 싶어요. 제 가장 큰 꿈은 훌륭한 축구 전문가가 되는 거예요(웃음).

박찬웅 기자 parkkoppett@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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