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해도 집행유예가 최대치다(사진=MBC)
한국에서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해도 집행유예가 최대치다(사진=MBC)

[엠스플뉴스]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여성 실형,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로 사법당국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이 커진 가운데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유포 남성에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이영욱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기소된 대학생 A(24)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 및 성폭력 치료강의 24시간 수강을 명령했다고 8월 15일 밝혔다.

A씨는 작년 4월 26일 오후 9시경 부산의 한 주점에서 여자친구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B씨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여자친구의 지인에게 전송했고, 한 달 뒤 말다툼을 하다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사는 "A씨의 범행으로 제공된 영상 자료는 타인에게 유포될 위험성이 있고, 유포시 피해자는 돌이키기 어려운 인격적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범행을 알게 된 피해 여성은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은 물론 커다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A씨는 피해를 변상하거나 용서받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A씨가 B씨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되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젊어서 자신의 성행을 개선할 가능성이 기대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여성들 사이에선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건과 비교해도 지나친 솜방망이 판결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시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피해자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고... 피해가 상당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한편 2017년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등 유포가 포함된 불법 촬영 39건에 대한 법원 판결 결과를 살펴보면 무죄가 1건, 선고유예 1건, 벌금 6건, 집행유예 23건, 실형이 8건으로 집행유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행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만을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며, 자기 신체를 직접 찍은 영상물이 본인 의사에 반해 유포된 경우엔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이에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연인과 공유했던 영상을 이별 후 보복할 목적으로 유포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8월 14일 대표발의한 상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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