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회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구영회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기대속에서 NFL에 데뷔했던 LA 차저스 키커 구영회가 연이은 필드골 실축으로 아쉬움을 사고 있다.

차저스는 시즌 개막 후 2연패에 빠졌다. 지난 12일 덴버 브롱코스와 원정경기에서 21-24로 패했고 18일 마이애미 돌핀스와 홈경기에서도 다시 17-19로 졌다(AFC 서부지구에 속한 브롱코스, 캔자스시티 칩스, 오클랜드 레이더스가 모두 2승을 거둔 반면 차저스만 승리가 없다. 차저스 외에 뉴욕 제츠, 신시내티 벵갈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뉴욕 자이언츠, 시카고 베어스, 뉴올리언즈 세인츠, 샌프란시스코 49ers 등이 2패로 출발한 팀들이다). 두 번의 패배가 모두 근소한 점수차였던만큼 구영회에게 쏠리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모두 마지막 필드골만 성공시켰다면 동점 혹은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브롱코스전으로 가보자. 이날 데뷔전을 치른 구영회는 터치다운에 이은 추가 필드골 기회 세 번은 모두 성공시켰다. 3점을 얻을 수 있는 필드골은 하필 경기 막판에 찾아왔다. 4쿼터 5초를 남겨 놓고 팀은 서드다운에서 추가 야드를 따내지 못했다. 44야드 필드골 시도. 구영회가 찬 볼이 골포스트사이를 지났지만(성공) 브롱코스 밴스 조셉 감독이 타임을 요청한 직후였다. 다시 시도. 하지만 구영회가 찬 볼은 멀리 나가지 못했다. 차저스 라인맨들의 수비를 돌파한 브롱코스 수비 수(디펜시브 엔드)셸비 해리스의 팔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해리스에게 중앙돌파를 허용한 차저스 라인맨들의 책임이 컸지만 팀이나 구영회로서는 아쉽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만약 이 골이 성공했다면 경기는 연장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어 18일 홈에서 열린 돌핀스전. 구영회는 2쿼터 13분 36초를 남겨 놓고 첫 번째 필드 골 기회를 잡았다. 41야드 지점에서 시도한 필드골이 성공하면서 3-3 동점이 됐다. 하지만 전반전 종료 직전 필드골을 실축 했다. 팀이 10-3으로 앞서가던 상황. 전반 35초를 남겨 놓고 43야드 지점에서 얻은 필드골 기회였다. 하지만 구영회가 찬 볼은 우측 골포스트를 한 참 비켜나갔다. 벤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차저스 주전 쿼터백 필립 리버스는 들고 있던 음료수 컵을 집어 던지면서 실망감을 표출, 묘한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구영회의 세 번째 필드골 기회는 4쿼터 9초를 남겨 놓은 시점에 찾아왔다. 남아 있는 시간이나 스코어로 봐서 여기서 필드골을 성공시킨다면 역전승이 가능했다. 하지만 44야드지점에서 찬 볼은 다시 한 번 우측 골포스트를 벗어났다. 2쿼터에서 찼을 때 보다는 많이 골포스트로 붙기는 했지만 실축은 실축이었다. 결국 구영회로서는 개막 후 두 경기 연속 팀을 패배에서 구할 수도 있던 순간에 그대로 패전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 마지막 주인공이 됐던 셈이다.

돌핀스전 실축까지 차저스는 4연속경기 4쿼터나 연장전서 동점, 혹은 역전 필드골에 실패했다. 2011년 11월 27일부터 2016년 12월 14일까지 같은 상황에서 시도했던 16개의 필드골이 모두 성공했던 점을 생각하면 최근 키커의 부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ESPN Stats & Info).경기 후 인터뷰에서 앤소니 린 감독 역시 구영회의 실축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Chargers.com’의 보도에 의하면 린 감독은 “오늘 제대로 차지 못했다. 두 개의 필드 골을 실축했다. 지난주는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지난주에는 블록을 당했지만 잘 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잘 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이어 “좀 더 두고 볼 것이다. 구영회가 (이런 상황에서)어떻게 반응할지 볼 것이다”라며 “지난 주는 (플레이스킥)을 블록 당했고 오늘은 펀트 킥을 블록 당했다.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없다.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뒷 부분 언급은 스페셜 팀 전체에 대한 이야기지만 앞으로도 구영회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마냥 믿음을 주기 힘들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양면의 키커

위기를 맞은 구영회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위기를 맞은 구영회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키커는 양면성을 가진 포지션이다. 한 번 인정을 받으면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선수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가 하면 부진할 경우 바로 대안을 찾게 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시즌 차저스의 키커 교체 과정을 보면 된다. 지난해 차저스 주전 키커는 조시 램보였다. 램보는 지난 시즌 16경기에 모두 출전해 32번의 필드골 기회 중 26회를 성공시켰다(성공률 81.3%). 또 추가 필드골 기회 46회 중 42회 성공으로 성공률 91.3%를 보였다. 램보에게 지적됐던 것은 당연히 필드골 성공률이 낮다는 점이었다. 특히 3번의 50야드 이상 필드골 시도에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40-49야드 필드골도 8번의 시도 중 6번만 성공시켰다.

램보가 2015시즌 차저스 소속으로 NFL에 데뷔했고 지난해가 2년차 시즌이었지만 팀은 더 기다리지 않았다. 프리시즌 게임 동안 비드래프트 신인으로 계약한 구영회와 경쟁을 시켰고 개막을 앞두고 53인 로스터를 정할 때 램보를 탈락시켰다.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는 현재 구영회의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하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맞다. 구영회가 실축한 필드골 거리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잠시 다음 통계를 보자(ESPN 참조. 올시즌보다 모집단이 큰 지난해를 보는 것이 더 유의미해 인용).

■2016시즌 팀별 40-49야드 필드골 성공률

볼티모어 레이븐스 14성공 14시도 성공률(100%)

캐롤라이나 팬더스 14성공 17시도 성공률(82.4%)

피츠버그 스틸러스 12성공 13시도 성공률(92.3%)

오클랜드 레이더스 10성공 11시도 성공률(90.9%)

잭슨빌 재규어스 10성공 11시도 성공률(90.9%)

인디애나 폴리스 콜츠 10성공 12시도 성공률(83.3%)

디트로이트 라이온즈 10성공 14시도 성공률(71.4%)

애틀랜타 팰콘스 9성공 9시도 성공률(100%)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9성공 10시도 성공률(90%)

테네시 타이탄스 8성공 8시도 성공률(100%)

뉴올리언즈 세인츠 8성공 8시도 성공률(100%)

뉴욕 자이언츠 8성공 8시도 성공률(100%)

미네소타 바이킹스 8성공 10시도 성공률(80%)

시애틀 시혹스 8성공 10시도 성공률(80%)

휴스턴 텍산스 8성공 11시도 성공률(72.7%)

2016시즌 40-49야드 필드골 8개 이상을 성공시킨 팀은 NFL 전체 32개 팀 중 절반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15개 팀이다. 가장 좋은 성공률을 보인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필드골은 저스틴 터커 혼자 만든 기록이다. 지난해 올-프로 퍼스트팀에 선정됐던 터커는 50야드 이상 필드골 기회 10번도 모두 성공시켰다. 시즌 필드골 성공률이 97.4%였다. 두 번째인 캐롤라이나 팬더스의 기록도 그라함 가노가 만든 것이다(17번의 시도 중 14회를 성공시킨 가노는 시즌 필드골 성공률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어서 78.9%에 그쳤다).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40야드-49야드 필드골 시도를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고(지난해 이 구간필드골 성공 7개 이하인 팀 중 10회 이상 시도팀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밖에 없다)성공률은 80%이상이 돼야 역할을 잘 하는 키커 대접을 받게 된다. 구영회는 현재 이 구간 필드골 성공률이 25%에 그치고 있다.

다음은 거리에 상관 없이 지난해 팀별 필드골 성공률 상위 팀들을 보자. 90%이상을 자랑하는 팀이 모두 4개 팀이다. 볼티모어 레이븐스(97.4%) 뉴욕 자이언츠(95.5%) 애틀랜타 팰콘스(91.9%) 테네시 타이탄스(91.7%) 등이다. 필드골 성공률 10위인 뉴욕 제츠가 87.1%이고 성공률 85.3%를 기록한 덴버 브롱코스는 17위에 머물렀다. 거리에 관계없이 85% 성공률을 갖는다고 해도 리그 전체로 보면 딱 중간 수준에 머물게 되는 셈이다.

구영회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구영회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구영회는 돌핀스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스냅도 좋았고 홀드도 좋았다. 내가 그 상황을 제대로돌파하지 못했다”고 말해 책임을 동료가 아닌 자신에게 돌렸다. 브롱코스와 개막전 이후로 구영회가 필드골을 시도할 때 스페셜팀 센터 마이크 윈트가 스냅을 해주고 펀트 키커 드류 카이저가 홀더를 해주고 있다(윈트가 볼을 뒤로 전달해주고(스냅)카이저가 구영회가 찰 수 있도록 볼을 손으로 고정(홀더)해준다는 이야기다). 윈트는 2010년 NFL에 데뷔해 스페셜팀 센터를 맡고 있는 베테랑이다. 카이저는 지난해 NFL에 데뷔해 펀트 키커로 16경기에 출전했다(펀트 키커가 홀더 역할을맡는다).

구영회는 브롱코스전과 돌핀스전을 비교하면서 “지난주와는 다른 상황이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면서도 “다음 번에는 여기서 더 전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구영회는 이제 막 NFL 경력을 시작한 루키다. 공교롭게도 데뷔 후 두 경기 연속 스트레스가 엄청난 상황에서 필드골을 시도해야 했고 실패를 맛봤다. 반전의 계기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차저스는 25일 캔사스시티 칩스와 홈에서 3주차 경기를 치른다.

글: 박승현 MBC SPORT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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