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러시아는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대회 참가하는 걸 막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아이스하키 등 단체종목은 출전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러시아는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대회 참가하는 걸 막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아이스하키 등 단체종목은 출전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사상 초유의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러시아가 선수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단체전 종목 선수들의 대회 참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월 6일(현지시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현지 매체인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중부 도시 니즈니노브고로드의 GAZ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대화하며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를 언급했다.
푸틴은 "우리는 어떤 봉쇄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선수들이 원할 경우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조직적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국가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고 개인 자격 출전만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발표 이후 일부 러시아 체육계 인사와 정치인들은 '러시아를 모욕하는 조치'라고 반발하며 올림픽 출전 자체를 전면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한편에선 오랜 기간 올림픽을 준비해온 선수들을 위해 원하는 선수들의 개인 자격 참가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러시아 체육계에서 '올림픽 보이콧'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진 배경이다.
그러나 이날 푸틴의 발언으로 올림픽 보이콧 논쟁은 진정되는 분위기다. 푸틴은 IOC의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조작되고 정치적 동기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고 음모론을 제기하면서도, "다시 한 번 말하건대 러시아는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려는 선수들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 선수단의 개인자격 참가에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올림픽 참가 비용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정치적 문제로 국가 차원 참가가 금지된 일부 국가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사례가 있지만, 러시아는 그보다 훨씬 대규모 인원이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출전에는 숙박, 교통비를 비롯해 개인이 부담하기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일반적인 경우 이 비용은 해당 국가 체육단체(한국의 경우 대한체육회)에서 일괄 부담한다. 그외 선수단 지원에 투입하는 인력과 각종 용품도 국가가 부담하는 몫이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러시아는 국가 차원에서 개인자격 출전 선수들에게 이 비용을 지원할 수 없는 처지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이 비용을 개인이 부담할지, 아니면 IOC나 대회 조직위 측이 부담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평창 조직위 관계자는 "아직 이 문제 관련 정해진 바가 없다. 12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결정이 나온 뒤에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개인자격 참가가 확정되더라도 단체전 종목 참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개인자격으로 일부 선수가 출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러 선수가 한 팀을 이루는 단체종목은 아예 못 나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러시아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아이스하키 등의 종목에서 대회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12일 올림픽 출전 선수들과 코치, 개별 종목 협회 대표 등이 참석하는 '올림픽 회의'를 열어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푸틴의 발언대로 선수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하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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