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랏돈을 부정으로 타낸 직원들에게 징계 대신 표창장과 승진 선물을 안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그 이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문체부 내 김 종 잔존 세력의 비호가 숨어있다'는 체육계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KADA와 문체부의 행태를 엠스플뉴스가 고발한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사진=엠스플뉴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표창(表彰). 사전적으로 ‘어떤 일에 좋은 성과를 내었거나 훌륭한 행실을 한 데 대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 칭찬함. 또는 그것에 대하여 명예로운 증서나 메달 따위를 줌’이란 뜻이다. ‘훌륭한’ 대상의 ‘명예’를 드높이고 ‘칭찬’하는 게 표창의 목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도핑 업무를 주관하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와 관리 감독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최근 국제대회 ‘부정수급’ 논란의 당사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민의 세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편취한 이들에게 문체부가 면죄부 이상의 표창을 수여한 이유를 살펴봤다.

나랏돈을 부정하게 편취한 직원들에게 징계 대신 표창과 승진 선물까지 안긴 KADA

광주U대회 수당지급 내역. KADA의 조직적 부정수급은 '의혹'으로 축소할 단계를 지난 지 오래다(사진=엠스플뉴스)
광주U대회 수당지급 내역. KADA의 조직적 부정수급은 '의혹'으로 축소할 단계를 지난 지 오래다(사진=엠스플뉴스)

KADA는 지난해 12월 29일 종무식에서 도핑검사부 권 아무개 직원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이사회와 집행위원회가 함께 열렸다. 당시 권 씨가 실무를 맡아 문체부 지원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해 표창이 수여됐다.” KADA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권 씨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제기된 각종 국제대회 ‘부정수급’ 논란의 당사자란 것이다.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대회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U) 대회를 비롯해 국내에서 열린 각종 국제대회에서 KADA 직원들이 도핑검사관(DCO)으로 등록해 수천만 원대의 수당을 챙겼다”며 “이는 명백한 KADA 내부규정 위반이자 부정수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KADA 내규엔 ‘KADA 직원이 도핑검사관(DCO)으로 활동 시 DCO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 의원의 지적에 증인으로 출석한 KADA 김춘섭 사무총장은 “예, 알고 있습니다”란 말로 직원들의 조직적인 부정수급을 최초로 인정했다. 김 총장이 문제를 인정하자 문체부 노태강 차관은 KADA에 대해 특별감사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의원 자료에 따르면 광주U대회 부정수급 KADA 직원은 김 아무개 부장, 임 아무개 대리, 권 아무개 주임 등 최소 3명이다. 이 가운데 권 아무개 주임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때도 부정수급했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부정수급 논란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KADA 위상을 떨어뜨린 대표적 인물인 권 아무개 주임이 KADA를 대표해 문체부 표창을 받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체부가 이 사실을 모르고 표창했을 리가 없다”고 목소릴 높였다.

KADA 조직도. 광주U대회 부정수급 논란 당사자들이 승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KADA 조직도. 광주U대회 부정수급 논란 당사자들이 승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문제의 권 아무개 주임은 2018년 KADA 인사 발령에서 승진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월 16일 기준 KADA 조직도를 살펴보면 권 씨는 기존 주임에서 대리로 승진했다. 광주U대회 부정수급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임 아무개도 과장으로 승진했다. 그 외 백 아무개, 이 아무개, 임 아무개, 윤 아무개 등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파견 직원들이 일제히 승진의 기쁨을 누렸다.

국정감사 이후 철저한 반성과 내부 조사를 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부정수급 의혹을 받는 직원에게 표창과 승진이란 ‘상’을 내린 KADA다.

일반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진 것일까. KADA 윤종구 기획실장은 “두 명의 직원을 복수 추천해 문체부에 올렸다. 누가 표창을 받을지 결정은 문체부에서 했다”며 책임을 문체부로 돌렸다.

권 아무개 씨에 대한 표창은 지난해 WADA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업무 공로가 명분이다. 문체부 노태강 차관은 김종(수감 중) 전 차관의 뒤를 이어 현재 WADA 이사국 대표와 UNESCO 반도핑 당사국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관계자는 “노 차관이 국감에선 ‘KADA를 감사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KADA의 뒤를 봐준 꼴이 됐다”며 “노 차관이 평창올림픽을 핑계로 KADA를 감사를 계속 미루면서 체육계엔 ‘문체부가 KADA를 비호하고 있다’는 소리마저 나온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문체부가 감사를 미루면서 KADA는 부정수급 의혹을 받는 직원들을 대거 승진시킴과 동시에 부정수급 자체를 정당화하고 있다.

윤 기획실장은 “(부정수급과) 연관해서 전부 다 제한을 두는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랏돈을 부정한 방법으로 챙기는 걸 제한해선 안 된다’는 파격적 해석이다.

체육계 인사들 “KADA는 ‘문체부 마피아’의 퇴직 후 일터. 문체부가 KADA를 감사한다? 기대할 수 없는 일. 되레 KADA에 열중할 뿐”

KADA의 관리 감독 부처인 문체부의 해명도 상식 이하다. 문체부 국제체육과 정원상 과장은 ‘부정수급 논란 당사자에 표창을 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의에 “아직 (KADA) 감사가 진행되기 전이다. 감사가 이뤄지기 전에는 확정이 아닌 의혹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KADA의 부정수급은 국정감사 당시 KADA 사무총장이 직접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 사건이다. 문체부 차관이 나서 감사를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의혹’ 수준으로 축소할 단계는 지나간 지 오래다.

문체부 정원상 과장은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인 게 밝혀지면”이란 단서를 단 뒤 “감사 결과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표창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표창을 취소할 수도 있는 의혹을 받는 대상에게 무엇 때문에 표창을 줘야 했는지와 관련해선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에 대해 KADA 사정에 정통한 체육계 인사는 “KADA는 설립 당시부터 계속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을 문체부 출신 낙하산으로 채워왔다. 그만큼 문체부와 긴밀한 관계”라고 지적했다. 문체부가 KADA를 감싸고, 문제 직원에게 표창까지 내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현 김춘섭 KADA 사무총장도 문체부 퇴임 공무원이다.

이 체육계 인사는 “김종 전 차관과 함께 일했던 공무원들이 지금도 남아 KADA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 공무원들 입장에선 당시 생긴 문제를 지금 들추는 게 껄끄러울 것이다. 문체부가 KADA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생각이 없거나, 애초부터 KADA와 한통속이었는지 모른다. 나중에 감사하더라도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 비판했다.

KADA 사정에 정통한 체육계 인사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는 법”이라며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반성과 개혁보다 부정과 은폐가 일상인 KADA와 문체부가 과연 이번 평창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하고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러시아 도핑 스캔들로 그 어느 때보다 도핑검사가 주목받는 대회다. 만약 세계 도핑계가 이 사실을 안다면 도대체 한국을 어떻게 볼지 의문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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