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조사한 '맥라렌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간 게 이유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터진 '빅토르 안 사태'를 엠스플뉴스가 국제 도핑전문가와 함께 자세히 살펴봤다.

빅토르 안(안현수)의 평창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빅토르 안(안현수)의 평창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 '평창 출전 금지' 빅토르 안, 맥라렌 보고서 영향 컸다.

- '국가 개입 러시아 도핑', 러시아 선수는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어도 '정황'과 '증언'만으로도 징계, 제재받는 상황.

-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시간 촉박해 청문회 통해 구제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

국제 체육계를 뒤흔든 '러시아 도핑 스캔들' 여진이 세계 쇼트트랙 최강자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까지 집어삼켰다. 빅토르 안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것이다.

1월 22일 러시아 타스통신과 스포츠 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은 “빅토르 안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올림픽 조사팀이 발표한 ‘맥라렌 보고서’에 빅토르 안의 이름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앞서 리처드 맥라렌 변호사가 이끈 WADA 위원회는 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해 세계 체육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러시아 정부, 연방보안국, 국가 반도핑기구가 자국 선수 도핑 결과 조작에 개입한 사실이 보고서를 통해 폭로된 까닭이다. 2016년 2차 보고서에선 러시아 운동선수 1,000명 이상이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국가 주도 도핑에 연루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맥라렌 보고서의 신빙성을 인정한 IOC는 지난해 12월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는 징계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와 함께 ‘맥라렌 보고서’에 기재된 선수는 올림픽 출전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징계도 내렸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빅토르 안은 애초 맥라렌 보고서에는 이름이 없다가 올림픽을 앞둔 최근에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매체 ‘인사이드 게임’에 따르면 22일 러시아체육회 측 법률대리인은 “(빅토르 안 출전 불가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사전에 명단을 모두 파악했으나, 빅토르 안의 이름은 없었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국제 도핑전문가 "러시아는 특수 상황. 평창 출전 무산됐다고 금지약물 사용 단정할 수 없다"

쇼트트랙 최강자 빅토르 안의 올림픽 경력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쇼트트랙 최강자 빅토르 안의 올림픽 경력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정말 빅토르 안도 다른 러시아 선수들처럼 금지약물을 사용한 것일까? 성남 빙상연맹 권금중 부회장은 "빅토르 안은 '결벽'이라 불릴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며 “국내 빙상인들은 빅토르 안이 도핑과 관련 있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고 밝혔다.

엠스플뉴스와 어렵게 연락이 닿은 국제 도핑전문가는 익명을 요구한 뒤 “평창 출전 금지만으로 빅토르 안이 금지약물을 했다, 안 했다 단정할 순 없는 상황이다. 빅토르 안은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적발된 게 아니라, '의심되는 대상'으로 명단에 이름이 올라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맥라렌 보고서는 각종 내부고발자 인터뷰와 이메일, 방대한 양의 엑셀 자료 조사를 통해 작성된 보고서다. 100% 확실한 금지약물 사용자도 있지만, 약물 제공자의 고발, 증언 등 정황 증거만 있는 선수도 이름이 올라가 있다. 하지만,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IOC는 맥라렌 보고서에 거론된 선수는 전원 올림픽 출전을 불허하는 극약처방을 써야 했다.

이 국제 도핑관계자는 “지금 러시아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빅토르 안 뿐만 아니라 111명의 러시아 선수가 평창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대회 전 이미 러시아 국적 참가 선수 대상으로 1만 건 이상 도핑 테스트를 하는 등 어느 때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억울한 개인이 나올 순 있다고 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러시아 스캔들은 심각한 문제다.”

물론 ‘억울한 개인’을 구제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러시아체육회는 법률 대리인을 선임해 올림픽 영구 출전 금지 대상 선수 28명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를 돕고 있다. CAS 청문회는 1월 22일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빅토르 안은 뒤늦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탓에, CAS 청문회를 거쳐 평창 출전 자격을 얻기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빅토르 안은 지난해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평창 동계올림픽 보이콧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개인 자격으로라도 평창에 출전하겠단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출전 금지 처분이 뒤집히지 않을 경우, 빅토르 안은 ‘영구 출전 금지 선수’ 신분으로 쓸쓸하게 올림픽 경력을 마감해야 한다.

한편 빅토르 안의 출전금지 처분은 이번 평창 쇼트트랙 메달 싸움에도 적잖은 영향을 가져올 전망이다. 빅토르 안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러시아로 귀화해 출전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오른 세계 쇼트트랙 간판스타다.

13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열린 2018 유럽 쇼트트랙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도 2위를 차지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빅토르 안이 출전하지 못할 경우, 이번 평창 남자 쇼트트랙은 한국 대표팀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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