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를 둘러싼 폭행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빙상계에선 “심석희가 맞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수촌 이탈도 '우발적인 단발성 폭행'이 아니라 누적된 폭행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1월 18일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을 대표하는 스케이터가 지도자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에 많은 이가 경악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이를 시인했다. 그러나 연맹은 ‘심석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소상한 전말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엠스플뉴스는 ‘심석희 폭행 사건’과 관련해 복수의 내부 고발자들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들은 “심석희가 이번 한 번만 맞은 게 아니”라며 “폭행도 폭행이지만, 대표팀 코치진의 집중 관리를 받은 심석희가 성적 중압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복수의 제보자 "심석희 폭행 일회가 아니었다. 폭행 뿐만 아니라 극심힌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1월 19일 대표팀 훈련에 복귀한 무거운 표정의 심석희(사진=MBC)
1월 19일 대표팀 훈련에 복귀한 무거운 표정의 심석희(사진=MBC)

제보자 A 씨는 심석희를 폭행한 쇼트트랙 대표팀 J 코치를 “‘한국체육대(한체대) 라인’의 떠오르는 젊은 피”로 소개했다.

“심석희가 어렸을 때부터 J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여기다 심석희가 ‘한체대 간판스타’이고, J 코치 역시 ‘한체대 라인’이 전폭적으로 미는 지도자였기에 J 코치가 자연스럽게 ‘심석희 특별 관리’를 맡게 됐다. J 코치가 심석희의 ‘야간 개인 훈련’을 전담했을 때 주변에서 말이 많았다.” A 씨의 설명이다.

‘심석희 야간 개인 훈련’과 관련해 말이 많았던 이유는 최민정, 김아랑 등 다른 쇼트트랙 선수들은 야간 훈련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모 실업팀 관계자는 “심석희 혼자 야간훈련을 받는 걸 보고, 동료 쇼트트랙 선수들이 더 의지를 불태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선수촌’이란 폐쇄된 공간에서 대표팀 코치진이 특정 선수만 집중 관리하는 걸 봤을 때 다른 선수들의 감정이 어땠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실업팀 관계자는 “대표팀 코치진으로부터 집중 관리를 받으며 심석희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만큼 성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폭행도 집중 관리와 성적 부담에서 비롯됐다는 게 쇼트트랙계의 중평이다.

빙상인 D 씨는 “심석희는 정말 좋은 멘탈을 자랑하는 선수다. 웬만한 일엔 동요하는 법이 없다. 그런 심석희가 선수촌을 뛰쳐나갔다면, 심석희가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J 코치 역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 속에서 말보단 손이 먼저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D 씨는 이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과연 J 코치가 심석희를 한 번만 때렸을까? 다른 코치들은 심석희가 폭행당하는 걸 모르고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선수 대부분이 한 번 맞았을 땐 참고, 버틴다. 손찌검이 누적됐을 때 ‘참다 참다’ 선수촌을 뛰어나간다. 특히나 주변에서 내가 맞는 걸 알면서도 침묵할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자 선수촌을 박차고 나간다. 심석희 폭행이 정말 한 번뿐이었는지 빙상연맹이 제대로 밝혀야만 한다.”

몇몇 쇼트트랙 인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인사는 “J 코치가 심석희를 타이트하게 관리했다. 언성 높여 지도하거나 짜증 내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J 코치 역시 ‘심석희가 메달을 따야 자신이 주류 핵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부담이 심했을 것”이라며 “사건이 터지고 ‘심석희에 대한 손찌검이 일회가 아니었다’는 이야길 들었다”고 전했다.

"J 코치 영구제명은 꼬리 자르기, 여전히 한체대 라인이 주류 권력을 잡고 있다."

폭행 사건의 가해자 J 코치는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폭행 사건의 가해자 J 코치는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빙상연맹은 1월 25일 “폭행 가해자인 J 코치에게 영구제명 중징계를 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김상겸 위원장은 "가해자인 코치가 심석희를 훈련 중 쉬는 시간에 코치실로 불러 훈계하다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가해자는 '심석희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어 폭행을 저질렀다'는 말로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심석희 폭행 사건'은 J 코치의 영구제명 중징계로 마무리됐다.

빙상인들은 “큰 틀에서 보면, J 코치 역시 피해자일 수 있다. ‘한체대 라인’의 기대감이 J 코치와 심석희 모두에게 큰 압박이 됐을 것이다. 그 압박감이 ‘J 코치의 폭력’과 ‘심석희의 선수촌 이탈’로 이어졌을 것”이란 반응을 내놓고 있다.

빙상인들이 정작 문제 삼는 건 중징계 이후다. 징계 소식을 접한 모 실업팀 관계자는 “J 코치는 ‘영구제명’이란 중징계를 받고, 빙상계를 떠나지만, 이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새 코치 역시 ‘한체대 라인’이기 때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심석희 폭행 사건' 가해자인 J 코치 대신 신임 코치로 부임한 건 박세우 연맹 경기이사다. 빙상계 관계자들은 “박세우 신임 코치는 ‘한체대 라인’의 핵심 인물”이라며 “코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문제의 본질은 전혀 해결된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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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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