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력한 도핑 검사가 이뤄진 올림픽'을 자임한 평창. 그러나 평창에서 활동한 도핑인력 가운데 자격정지 상태인 도핑 검사관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장 강력한 도핑 검사가 이뤄진 올림픽'을 자임한 평창. 그러나 평창에서 활동한 도핑인력 가운데 자격정지 상태인 도핑 검사관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가장 강력한 도핑 검사’ 자평한 평창, 실제론 '자격정지' 검사관이 도핑 검사

+ 3월까지 자격정지 상태인 검사관이 '올림픽 도핑 핵심인력'으로 근무

+ 취재 시작하자 '자격정지'를 '배정 제외'로 바꾼 KADA

+ 전문가들의 우려 "도핑 걸린 선수가 '자격정지' 검사관 문제 삼을 시 큰 혼란 벌어질 수 있다."

[엠스플뉴스]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핑 검사가 이뤄졌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내놓은 평이다.

IOC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에선 대회 전 예상 수치(2,500건)를 훨씬 뛰어넘는 총 3,149건의 도핑 검사가 이뤄졌다. 올림픽 전에도 사전 태스크포스를 꾸려 1만 4,000여 건의 검사를 진행했다. 또 감시카메라, 지문인식, GPS 등을 활용해 도핑 조작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IOC의 발표에 발맞춰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하고 강도 높은 도핑 인력 교육을 진행했다”고 자부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역시 “직원들이 모두 고생한 덕분에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치밀한 준비와 고강도 검사, 헌신적 노력이 평창 반도핑 시스템의 ‘성공’을 이끌었단 게 주최 측의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평창에서 진행된 도핑 검사엔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도핑검사 업무 중 중과실로 KADA로부터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도핑검사관(DCO)이 여럿 평창 도핑 업무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자격정지 상태인 도핑검사관들은 도핑과 관련해 어떤 업무도 수행하지 못했다.

특히 KADA는 자신들이 징계를 내려놓고도 버젓이 이들 검사관을 평창에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술 더 떠 이 사실이 드러나자 KADA가 '자격정지'를 '배정 제외'로 급히 수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자격정지 검사관들이 평창에서 단순 도핑 검사 외에도 '핵심 도핑 요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도핑검사 중과실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도핑 검사관들이 평창 올림픽에서 '핵심 도핑인력'으로 활동하고, 실제 도핑 검사 업무도 맡았던 것으로 밝혀져

평창 개회를 앞두고 진행된 DCO 교육(사진=평창 조직위원회)
평창 개회를 앞두고 진행된 DCO 교육(사진=평창 조직위원회)

평창은 ‘러시아 도핑 스캔들’과 함께 막을 올렸다. '러시아 도핑 스캔들'은 국가(러시아)가 주도적으로 자국 선수의 금지약물 사용을 장려하고, 도핑 검사 결과를 조작한 초유의 스캔들이었다. 이 사건으로 러시아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자국 국기를 들지 못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평창에선 그 어떤 대회보다 엄격한 도핑 검사와 관리가 요구됐다. IOC가 대회 전부터 "검사 횟수를 크게 늘리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평창 조직위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도핑 관리 프로그램' 핵심인력을 비롯해 대회에 참가할 도핑 검사관들을 공개 모집했다.

대회 기간 도핑검사 준비 및 운영을 총괄하는 '도핑 핵심인력'과 소변 시료채취를 담당하는 도핑 검사관(DCO)은 업무는 다소 다르지만, 모두 ‘KADA로부터 도핑 검사관 자격을 인정받은 자’여야 한다는 필수 자격조건을 갖춰야 선발될 수 있었다. 또 ‘올림픽 전 기간 업무수행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도 공통적으로 충족해야 했다.

평창 도핑 핵심인력 모집 공고(사진=엠스플뉴스)
평창 도핑 핵심인력 모집 공고(사진=엠스플뉴스)

문제는 이렇게 선발돼 평창 도핑 업무를 맡은 인력 가운데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도핑 검사관들이 포함됐었다는 것이다.

'자격정지'는 도핑 검사관이 업무 수행 과정 중 ‘중과실’을 범했을 때 받는 징계다. 도핑 검사관이 의무 및 행동수칙을 위반했거나, 시료채취절차 시 과실을 범해 검사의 유효성을 훼손했을 때가 '중과실'에 해당한다.

중과실을 범한 해당 도핑 검사관은 ‘자격정지’ 통보를 받게 된다. KADA 홈페이지의 '도핑 검사관 전용 사이트에'도 자격정지로 또렷하게 표시된다. 일단 자격정지가 되면 3개월간 검사배정에서 제외되고, 시정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조금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도핑 업무 특성상, 한 번의 실수에도 강한 페널티가 주어지는 것이다.

DCO 중과실과 경과실의 분류(사진=엠스플뉴스)
DCO 중과실과 경과실의 분류(사진=엠스플뉴스)

주목할 건 '도핑 검사'가 단순 소변 채취 업무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핑 검사관'이란 표현은 'Doping Control Officer(DCO)'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정의에 따르면 'Doping Control'은 시험 배포 계획부터 소재지 정보 제공, 시료 채취 및 처리, 실험실 분석, TUE, 결과 관리 및 청문회와 같은 모든 단계와 과정을 포함한다.

따라서 자격정지된 도핑 검사관은 도핑 검사뿐만 아니라 도핑 관리 등 도핑 분야의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다고 봐야 한다.

엠스플뉴스와 접촉한 도핑 검사관 A 씨는 “과거 중과실 때문에 3개월간 국내에서 열린 각종 국제대회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중과실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도핑검사관 19명은 지난해 열린 모든 대회 도핑 업무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KADA 직원 출신 도핑 검사관, 자격정지 기간에 평창에서 도핑 핵심인력으로 활동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전직 직원 이 모 씨는 도핑 검사관이 '자격정지'된 상태임에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업무를 수행했다. 이 사진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도핑 검사관 전용 페이지'에 이 모 씨를 직접 '자격정지'로 표기한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전직 직원 이 모 씨는 도핑 검사관이 '자격정지'된 상태임에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업무를 수행했다. 이 사진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도핑 검사관 전용 페이지'에 이 모 씨를 직접 '자격정지'로 표기한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하지만, 이런 규정과 전례가 '도핑 검사관' 이 모 씨에겐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이 씨는 올해 1월 도핑 검사관으로 시료채취 업무를 하다 중과실을 범해 3개월간 '자격정지'됐다.

KADA 규정에 의거한다면 이 씨는 지금까지도 자격정지 상태다. 그러나 이 씨는 2월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핵심인력'으로 활동하며 관리자 역할을 했다. 여기다 18일 폐막한 동계 패럴림픽에서도 핵심인력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KADA 관계자는 애초 이 씨와 관련해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 엠스플뉴스가 '자격정지 상태가 아니냐'고 묻자 “시료번호를 잘못 적는 중과실을 범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이 씨가 맡은 '도핑 핵심인력'은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선발 조건부터 까다로웠다. 모집 시 공고문엔 도핑 핵심인력 우대 조건으로 '도핑검사 전문지식 및 상황대처 능력 우수자’와 ‘업무능력 우수자’가 명기돼 있었다.

도핑 검사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시료채취에 잘못을 범해 '중과실'로 자격정지된 도핑 검사관이 평창에선 ‘도핑검사 상황대처 능력이 뛰어난 업무능력 우수자’로 둔갑한 셈이었다.

심지어 이 업무능력 평가는 평창 조직위가 아닌 KADA에서 내린 평가에 따르게 돼 있었다. 한마디로 KADA가 이 씨의 중과실과 자격정지 상태임을 알고도, 이 씨를 '업무능력 우수자'로 평가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이 씨는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다. 내 포지션이 애매해 더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KADA 쪽에 물어보라”며 답변을 피했다.

많은 도핑 검사관은 이를 두고 “KADA의 전형적인 '자기 식구 챙기기 특혜'”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이 씨는 KADA 전직 직원으로 드러났다.

KADA 관계자는 "이 씨가 2014년까지 KADA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다 2015년부터 KADA 퇴직자 자격으로 도핑검사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KADA 직원 혹은 퇴직자는 '특별기'로 분류돼, 연간 의무 도핑검사 횟수를 채우지 않아도 도핑 검사관 자격이 유지된다. 도핑 검사관들 사이에서 '최순실이 울고갈 특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도핑 검사관 자격정지 알면서도 평창 보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두 번의 과실로 자격정지 된 손 모 씨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업무를 수행했다. 이 사진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도핑 검사관 전용 페이지'에 손 모 씨를 직접 '자격정지'로 표기한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두 번의 과실로 자격정지 된 손 모 씨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업무를 수행했다. 이 사진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도핑 검사관 전용 페이지'에 손 모 씨를 직접 '자격정지'로 표기한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추가 취재 결과 '자격정지' 신분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여한 건 이 씨 만이 아니었다. 자격정지 상태로 도핑검사 업무를 담당한 도핑 검사관도 있었다.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혈액채취요원(BCO)으로 등록된 손 모 씨가 대표적이다.

손 씨는 지난해 도핑검사 중 두 번이나 과실을 범했다. 경과실 1번, 중과실 1번으로 확인됐다. 중과실을 지난해 12월에 범했으니 올 3월 초까지 '자격정지' 상태였다. 그러나 손 씨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해 도핑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러시아 스캔들’ 여파로 그 어느 대회보다 투명한 도핑 관리가 요구된 평창에서 '자격정지' 검사관이 도핑검사를 수행한 것이었다.

참고로 평창은 '러시아 스캔들' 영향으로 도핑 검사관의 자격을 까다롭게 따졌다. 평창 도핑 검사관 모집공고엔 ‘정중하고 전문가적인 성품과 스포츠 상식을 구비한자, 관련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면서 분별력, 문제해결 능력 및 절충의 기술이 있는 자를 찾는다'고 나와 있다.

평창 DCO 모집공고의 까다로운 선발 기준(사진=엠스플뉴스)
평창 DCO 모집공고의 까다로운 선발 기준(사진=엠스플뉴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렇듯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했음에도 평창 조직위는 자격정지 상태에, 한 해 과실만 두 번을 범한 검사관에게 도핑 검사 업무를 맡긴 것으로 밝혀졌다. 엠스플뉴스의 확인 요청에 손 씨는 "지난해 12월 중과실로 자격정지 통보를 받은 게 맞다"며 "KADA에서 평창 올림픽 관련 별다른 공지가 없어 대회에서 활동해도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한 도핑 전문가는 “국내 도핑 검사관 자격도 이렇게 허술하게 검증한 평창에서, 국외 도핑 검사관자격은 제대로 살폈는지 의문”이라며 "자격 없는 도핑 검사관이 검사한 결과는 양성 반응이 나와도 무효 처리하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평창 조직위 도핑팀 "자격정지 검사관이라도, 국내에서 벌어진 일이면 평창에서 일하는 덴 아무 문제 없다.", 도핑 전문가들 "운전면허 정지자가 운전면허시험 도로주행 검사관으로 일할 수 있나?"

'자격정지' 검사관들이 올림픽에서 핵심 인력과 도핑 검사관으로 일한 것과 관련해 평창 조직위 도핑담당자는 “도핑 검사는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아닌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의 도핑방지스포츠부가 주도한다”는 해명을 내놨다.

과연 그럴까. 취재 결과 평창 조직위의 도핑 관련 업무를 수행한 이들 대부분이 KADA 소속의 직원들과 도핑 검사관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도핑 검사관들이 자격 인증을 받은 기관 역시 국제경기연맹이 아닌 KADA였다.

WADA(세계반도핑기구)의 검사 및 국제 표준에 따르면 DCO(도핑 검사관)는 '반도핑기구에 의하여 훈련되고, 인증 받았으며 시료채취 과정의 현장관리 임무를 위임받은 공식요원'을 뜻한다.

도핑검사관을 훈련하고 인증한 기관도 KADA고, 이들에게 자격정지 징계를 준 기관도 KADA다. '평창 도핑 검사 주체는 KADA가 아니다'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WADA가 소개하는 도핑검사관(DCO)의 자격.
WADA가 소개하는 도핑검사관(DCO)의 자격.

취재진이 해명에 수긍하지 못하자 평창 조직위 도핑 담당자는 “'자격정지' 검사관이라도, 그건 국내 대회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자격정지가 된 것이지, 평창 올림픽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올림픽에선 문제를 일으킨 도핑 검사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된 사람이 국외에선 운전할 수 있다는 말이냐. 운전면허 정지자가 운전면허시험장 도로주행 검사관으로 일할 수 있다는 뜻이냐"고 되묻자 "우린 KADA에서 보내준 사람들을 썼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IOC의 평창동계올림픽 반도핑규정 5.3.1(사진=엠스플뉴스)
IOC의 평창동계올림픽 반도핑규정 5.3.1(사진=엠스플뉴스)

이런 항변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IOC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반도핑 규정 5.3.1 '책임의 위임, 감독 및 감독-도핑관리' 조항엔 'IOC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도핑 관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할 책임을 ITA(독립검사기관) 또는 반도핑기구에 위임할 수 있다. ITA 또는 반도핑기구는 평창 도핑 관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할 책임을 평창 조직위원회 또는 그들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반도핑기구에 위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쉽게 풀이하면 평창 조직위원회는 IOC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도핑 관리 책임을 위임받았다. 그리고 2016년 12월, 평창 조직위는 KADA와 '도핑 관리 전문 인력 지원, 도핑 검사관 교육, 도핑 방지 홍보 활동, 도핑 검사 프로그램 운영 등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ADA와 평창 조직위는 평창 올림픽 기간 발생하는 도핑 문제에 있어 공동 운명체다. 적어도 서로 책임을 떠넘길 처지가 아니란 얘기다.

2016년 12월 평창 조직위와 KADA는 도핑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아래는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업무협약서(사진=평창 조직위).
2016년 12월 평창 조직위와 KADA는 도핑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아래는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업무협약서(사진=평창 조직위).

그렇다면 굳이 자격에 하자가 있는 도핑 검사관들을 KADA는 왜 평창 올림픽처럼 중요한 대회에 보낸 것일까? 엠스플뉴스는 중과실로 자격정지 상태인 도핑 검사관 두 명 외에도 ‘경과실’을 범한 도핑 검사관 여럿이 평창 핵심인력으로 일한 사실을 확인했다.

도핑 검사 일손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하지만, KADA 관계자는 “KADA 소속 156명의 도핑 검사관 중 70여 명이 평창에서 일했다”고 밝혔다. 자격에 문제가 없는 도핑 검사관이 70명 이상 대기하는데도, 굳이 흠결 있는 검사관을 '올림픽'이란 큰 행사에 보냈다는 얘기다.

체육계 인사들 사이에서 평창 올림픽 참여는 대단한 영광이자 중요한 커리어로 여겨진다. 자격정지 상태로 평창에 참가한 한 도핑검사관은 개인 SNS에 평창에서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자랑하듯 게시했다.

이를 본 다른 도핑 검사관은 “자격정지 상태로 도핑검사를 했던 게 무슨 자랑이라고 SNS를 평창 사진으로 도배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중과실'을 범하면 자격정지가 된다. 자격정지 도핑 검사관은 올림픽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던 KADA, 취재 들어가자 "'자격정지'란 말은 쓰지 않는다"며 '배정 정지'란 급조어 만들어

평창 도핑관리 담당자가 선수와 함께 도핑관리 운영본부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평창 도핑관리 담당자가 선수와 함께 도핑관리 운영본부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의 문제 제기에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상식 이하의 해명을 내놨다. 처음 도핑 검사관 이 모 씨의 '자격 정지' 문제를 거론하자 KADA 핵심 관계자는 “중과실을 범하면 자격정지가 된다. 자격이 없으면 평창에서 검사관 활동을 못 한다”며 “확인해보니 이 씨는 자격정지가 아니다.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다 조금 뒤 KADA 관계자는 다시 전화를 걸어와 말을 바꿨다. 이 관계자는 “확인해 보니 '자격정지'는 아니고, '배정 중지' 상태였다. 중과실을 범하면 3개월간 검사 배정을 받지 못하는 데 이를 '배정 중지'라 부른다. '자격정지'란 말은 쓰지 않는다"고 앞뒤가 다른 말을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중과실을 범하면 ‘자격정지’가 된다던 KADA 관계자가 몇 분 뒤 ‘배정 중지’란 새로운 표현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일선 도핑 검사관들은 "자격정지는 숱하게 들었어도 배정 중지는 처음 듣는 소리다. 문체부 퇴직자들이 낙하산 인사로 투하되는 KADA가 이토록 뻔뻔하게 말을 바꿀 수 있는 건 그 뒤에 문체부 비호가 있기 때문"이라며 "KADA 담당인 문체부 국제체육팀이 '자격정지 도핑 검사관들의 올림픽 활동'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엠스플뉴스는 후속 보도를 통해 ‘배정 중지’란 말을 새로 고안해낸 KADA의 책임 회피와 문제 은폐를 보도할 예정이다.

+ 취재 후 :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체육과 정원상 과장은 "'자격정지 도핑 검사관'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핵심 인력과 도핑 검사관으로 활동했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리"며 "(엠스플뉴스가 취재에 들어간 뒤) KADA로부터 '배정 제외 도핑 검사관이 참여했다'는 얘길 듣긴 했다"고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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