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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제갈성렬 “메달’ 성과보다 ‘공정 경쟁’ 과정이 더 중요한 시대”

제갈성렬 감독은 결연한 표정으로 “빙상연맹의 변화“를 촉구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제갈성렬 감독은 결연한 표정으로 “빙상연맹의 변화“를 촉구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선배로서 안타깝습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선수와 지도자는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 2월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당시, SBS 제갈성렬 해설위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지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빙상’은 여전히 수많은 논란과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숱한 논란과 의혹의 중심엔 ‘빙상 대통령’ 한국체육대학교 전명규 교수가 있다. 그간 전 교수는 빙상계로부터 "견제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엔 지도자, 선수 선발과 훈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각종 투서성 민원으로 '정적'을 제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다 국립대 교수임에도 강의 시간에 조교 차를 빌려타고서 골프장에 가고, 조교에게 유망주 스카우트비를 대납하라고 강요했다는 증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 교수가 고 노진규 사망과 관련하여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면서 어느 때보다 전 교수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따가운 상태다.

 

그런데도 전 교수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여러 논란과 의혹에 대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그가 한 것이라곤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직 사임뿐이다. 많은 빙상인은 "빙상계가 조용해지면 과거처럼 전 교수가 조용히 나타나 또다시 빙상연맹을 수렴청정할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되면 '피의 보복'이 시작될 게 분명하다"는 말로 전 교수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즈음, 용기를 내 ‘실명 인터뷰’에 응한 경기인 출신 빙상인이 있다. 바로 의정부시청 제갈성렬 감독이다. 

 

전(前) 빙상연맹 이사로 누구보다 빙상계의 문제점을 잘 아는 제갈 감독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깨끗한 빙판을 물려주는 게 선배 빙상인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나를 시작으로 많은 빙상인이 용기 있게 빙상계의 개혁을 외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거대세력은 큰 바위, 반대 목소리는 달걀에 지나지 않았다.”

 

제갈성렬 감독은 “거대세력은 큰 바위였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빙상인들은 '달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빙상계에서 거대세력의 중심으로 지목받는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사진=엠스플뉴스) 제갈성렬 감독은 “거대세력은 큰 바위였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빙상인들은 '달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빙상계에서 거대세력의 중심으로 지목받는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사진=엠스플뉴스)

 

빙상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경기인 출신 ‘실명 인터뷰’는 처음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빙상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었어요. 오늘도 선수들은 얼음판 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어요. 모두 제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선배의 마음으로, 선수들이 처한 어려운 환경을 외면하기 싫어서, 용기라면 용기랄까,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빙상계 각종 논란과 의혹을 취재하면서 ‘익명 인터뷰’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빙상인 대부분이 특정인을 거론했을 때 혹여나 받을 수 있는 불이익과 보복을 몹시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증언은 하되 자신의 실명이 나가는 것에 대해선 거의 모든 분이 난색을 표했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거예요. 내 신상이 알려지는 순간 ‘밥그릇’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걸 다들 아니까요. 생각보다 빙상계가 좁아요. 말실수 한 번에 영원히 자기 자릴 잃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빙판계입니다. 누군가를 거명할 때 ‘빙판 위에서 넘어질까 조심하는 어린아이’처럼 극도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요.

 

그런 의미에서 큰 용기를 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빙상인들이 두려워하는 그 '누군가'의 실체, 누굽니까.

 

(담담한 어조로) ‘거대 세력’이 이끄는 빙상연맹에 대한 두려움이지요. 빙상인 대부분이 ‘특정인이 거대 세력을 형성해 연맹을 조종한다’는 지적에 고갤 끄덕입니다. 하지만, 그 ‘거대 세력’으로부터 변화를 이끄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거대세력은 큰 바위, 그 세력에 대항하는 빙상인은 달걀에 불과했습니다. 그야말로 ‘달걀로 바위 치기’였어요.

 

달걀로 바위 치기라.

 

아시다시피, 빙상계와 빙상연맹의 변화를 바라는 빙상인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어요. 저 역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빙상연맹 이사로 활동하면서 ‘변화의 목소리'를 꾸준히 냈습니다. 하지만, ‘거대 세력’을 상대로 바꿀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어요.

 

‘제갈성렬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이유, 무엇 때문이라 봅니까. 

 

저는 늘 ‘혼자’였고, ‘괴짜’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힘이 없었어요. (한숨을 길게 내쉬고서) 변화를 원했지만, 솔직히 그걸 해낼 능력도 없었다고 봅니다.

 

“'장명희 라인'은 허상, 만약 파벌이 존재했다면 빙상계 여·야의 목소리가 서로 대립했을 것. 그러나 현실은 '주류 세력'의 주장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 

 

빙상계 대표적인 '장명희 라인'으로 지목됐던 제갈성렬 감독은 “장명희 라인은 허상“이라고 단언했다. 그 허상을 만든 전명규 교수와 그를 두둔한다는 의심을 샀던 정치인은 침묵하고 있다(사진=MBC) 빙상계 대표적인 '장명희 라인'으로 지목됐던 제갈성렬 감독은 “장명희 라인은 허상“이라고 단언했다. 그 허상을 만든 전명규 교수와 그를 두둔한다는 의심을 샀던 정치인은 침묵하고 있다(사진=MBC)

 

‘혼자였다’는 말은 뜻밖입니다. 빙상계 일부에선 “제갈성렬은 대표적 ‘장명희(전 빙상연맹 회장) 라인’”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장명희 라인’이요(웃음)? 그런 거 없어요. 누군가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해요. 장명희 회장은 한국 빙상계에선 전혀 힘이 없는 '이빨 빠진 호랑이'입니다. 그 허상을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  기사를 보고 저도 공감했습니다. 거기다 저는 장명희 전 빙상연맹 회장과는 국내에선 밥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어요. 

 

성남시 빙상연맹 권금중 부회장이 “파벌은 없고, 독재만 있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군요. 

 

그렇습니다. 파벌은 존재하지 않아요. 파벌이 존재한다는 허상으로 누군가를 두둔하고 싶었을지 모르죠. 만약 파벌이 존재했다면, 제가 빙상연맹 이사회에서 활동할 때 빙상계 여·야의 목소리가 서로 대립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제가 이사회에 있었을 당시 '주류 세력'의 주장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건 저 혼자였어요. 

 

'이사회'라면 열띤 토론의 장이 돼야 할 곳 아닌가요?

 

빙상연맹 의사결정 시스템에 의구심이 든 게 그 때문이었어요. 이미 모든 사안이 '상임이사회'에서 결정된 상태로 이사회의 동의를 구하는 시스템이었어요. 제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봤자, 결정된 걸 바꿀 수 없는 구조였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왕따 논란’ 기억하실 겁니다. ‘빙상연맹 제갈성렬 이사’는 팀추월 준준결승 당시의 노선영처럼 주류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기분을 계속 느껴야만 했던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빙X연맹'으로 부를 때마다가 가슴 아파. 빙상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빙상연맹 이름을되찾아야 할 때” 

 

 

 

앞서 예를 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팀추월 논란’ 당시 해설위원으로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그 누구보다 팀추월 논란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해설한 것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선수의 피나는 노력이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게 아쉬웠을 뿐이에요. 4년간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은 모두 존중받아 마땅해요. 하지만, 2월 19일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경기 내용은 ‘땀의 가치’를 증명해내지 못했습니다. 그게 가장 아쉽고, 화났어요.

 

많은 빙상인이 '팀추월에 출전한 선수들보다 그렇게 만든 빙상연맹 실권자들이 문제였다'는 지적을 하더군요.

 

맞아요. 시스템의 문제에요. 그 어떤 선수도 올림픽에서 자의적으로 그런 경기를 펼치진 않아요. 저는 ‘팀추월 논란’을 선수 과실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빙상 지도자로서 저 역시 ‘팀추월 논란’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건 빙상계 선배들의 잘못이었어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불거진 각종 논란과 올림픽이 끝난 뒤 제기된 여러 의혹 때문인지 전명규 교수가 결국 빙상연맹 부회장에서 물러났습니다.

 

전명규 교수는 분명 한국 빙상계에 공로가 많은 분이에요. 전 교수가 만든 ‘문화’가 우리나라에 많은 메달을 선물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명규 교수가 없으면, 성적이 나지 않는다’는 명제엔 물음표를 던지고 싶어요. 

 

'전명규가 없어도 성적은 난다'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

 

우리나라 빙상의 뿌리가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사람 한 명 없다고, 빙상이 흔들린다?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능력 하나로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요. 많은 지도자 역시 열정이 넘칩니다. (강한 어조로) 이젠 시대가 바뀌었어요. 변화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까.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풍토.’ 이젠 사라져야 합니다. 제가 스피드 스케이팅을 시작한 이유가 뭔지 아세요? 주어진 주로에서 나 혼자 기록한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종목이기 때문이었어요. 스포츠는 그런 겁니다. 이젠 ‘메달’이란 성과보다 ‘공정한 경쟁’이란 과정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어요. 

 

‘왕따’, ‘파벌’, ‘짬짜미’, ‘페이스메이커’…빙상계를 바라보는 국민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들입니다. 수많은 논란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제갈 감독이 떠올린 단어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

 

빙상계 문제가 수면 위로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빙상연맹이 아니라 빙X연맹'이라고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빙상인으로서 마음이 아프고, 큰 책임감을 느꼈어요. 이제 우리 빙상인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빙상연맹’의 이름을 되찾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빙상연맹이 양궁협회처럼 투명한 운영을 하는 곳이구나’하는 이야기를 듣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이동섭, 박동희 기자 dinoegg509@mbcplus.com

 

+ 빙상계의 각종 비리와 비위, 부당한 처사와 관련해 제보해주실 분은 dinoegg509@mbcplus.com으로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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