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범 전 코치, '유소년 심석희'가 성인이 된 후에도 상습폭행"

- 빙상인들의 증언 "심석희 말고도 다른 폭행 피해선수 있다."

- 발 빠르게 경찰에 수사의뢰한 문체부, 경찰 "수사 시작했다."

- 빙상인들의 의혹 제기 "조 전 코치 '중국행', 전명규 전 부회장이 도왔을 것"

경기지방경찰청이 '심석희 폭행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사진=엠스플뉴스)
경기지방경찰청이 '심석희 폭행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경찰이 ‘심석희 폭행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5월 2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빙상경기연맹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서 문체부는 “전 국가대표 지도자가 강화훈련 기간 중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를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선수 폭행 지도자를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국민을 큰 충격에 빠트렸던 '심석희 폭행' 지도자는 이미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 밝혀진 바 있다. 조 전 코치는 이 폭행으로 빙상연맹으로 영구제명됐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조 코치를 영구제명 시켰을 뿐, 자세한 사건의 전말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조 코치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에 선임돼 현재 중국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심석희 폭행 사건'은 언제쯤 시작할까. 문체부 감사 발표 후, 체육계에선 "과거 문체부 수사 의뢰 사례를 상기할 때 최소 한 달은 지나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문체부가 수사 의뢰한 'KBO(한국야구위원회) 입찰비리'는 반년이 지나서야 수사다운 수사가 시작돼 지금도 끝을 맺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문체부가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경찰이 ‘심석희 폭행사건’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쟁점 2가지 ‘상습 폭행 여부 + 추가 피해자 존재’

심석희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걸로 알려졌다(사진=MBC)
심석희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걸로 알려졌다(사진=MBC)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폭행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문체부 노태강 차관은 23일 감사 발표에서 “전 국가대표 지도자가 특정 국가대표 선수에게 여러차례 폭력과 폭언을 행사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빙상인들 사이에서 '조 전 코치의 심석희 상습폭행'은 익히 알려진 일이었다. 빙상인 A 씨는 조 전 코치가 심석희를 유소년 때부터 지도했다. 그때부터 손찌검 했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도 '훈육'이란 명목 아래 심석희를 때리면서 지도했다" "심석희가 맞는 걸 적지 않은 빙상 지도자가 목격한 게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조 전 코치의 폭행이 만천하에 드러난 건 1월 16일 심석희가 선수촌을 이탈하면서다. 이날 조 전 코치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과 주먹으로 심석희를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엠스플뉴스 취재결과 경기지방경찰청은 5월 24일 폭행 사건 피해자인 심석희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빙상 관계자 B 씨는 “심석희가 경찰에서 1월 16일 폭행 당한 내용뿐 아니라, 그간 조 전 코치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당한 사실을 차분히 털어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덧붙여 B 씨는 "추가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안다"고 알려왔다. 23일 감사 발표에서 문체부는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전 국가대표 코치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폭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몇몇 빙상 지도자는 “조 전 코치가 심석희가 아닌 다른 선수들을 폭행했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조 전 코치의 추가 폭행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조 전 코치의 처벌 수위는 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지방경찰청을 찾은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아직 확인해줄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경찰은 25일부터 ‘심석희 폭행 사건’ 당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관계자들을 불러 ‘심석희 상습 폭행’과 ‘추가 피해자 존재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환조사 불가피’ 조재범 전 코치, 중국 진출 '빨간불'

5월 13일 중국빙상경기연맹 공식행사에 참석한 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빨간 테두리)(사진=중국빙상경기연맹)
5월 13일 중국빙상경기연맹 공식행사에 참석한 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빨간 테두리)(사진=중국빙상경기연맹)

경찰이 본격적으로 ‘심석희 폭행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소환조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만약 소환조사를 받게 된다면 조 전 코치의 '중국 진출'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5월 23일 문체부 감사 발표 전까지, 조 전 코치의 ‘중국 진출’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13일 중국 언론이 ‘조 전 코치가 중국 국가대표 지도자로 합류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뒤, 조 전 코치는 중국빙상경기연맹 공식행사에 참석하는 등 '중국 진출'을 확정 지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 전 코치의 중국 진출이 처음 알려졌을 때부터 국내 빙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모 실업빙상단 지도자는 "한국에서 영구제명된 지도자가 중국에서 대표팀 코치로 활약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발끈하며 "많은 빙상인이 '조 전 코치의 중국행 배후에 전명규 전 부회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심석희 폭행 사건’의 수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사건의 진실이 조만간 수면 위로 드러날 전망이다. 조 전 코치가 누구의 도움을 받아 '중국 진출'을 진행했는지도 전말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의 철저한 조사와 발 빠른 수사 의뢰를 지켜 보며 많은 체육인은 "역대 최고의 문체부 감사"란 호평을 하고 있다.

이동섭, 박동희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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