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은폐 논란과 보험사기 의혹에 휩싸인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4중 추돌사고'와 관련해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가 난폭운전을 일삼은 게 사고의 원인이며 이를 빙상연맹이 모를리 없다는 주장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대한빙상경기연맹(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교통사고’ 은폐 및 ‘보험사기’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사고 발생원인이 상비군 코치의 상습 난폭운전 때문이었다는 주장이다.

복수의 제보자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상비군 선수들을 태운 렌터카를 몰던 정00 코치가 훈련 기간 내내 난폭운전을 일삼아 선수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높았다상비군 교통사고도 정 코치가 3차로와 버스전용 차로를 넘나드는 곡예 운전을 하다 발생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왜 빙상연맹은 법인 대신 이00 감독을 렌터카 계약자로 한 것일까

2017년 8월 11일 ‘상비군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노원구 화랑로 삼육대 앞 삼거리(사진=네이버 로드뷰)
2017년 8월 11일 ‘상비군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노원구 화랑로 삼육대 앞 삼거리(사진=네이버 로드뷰)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19명이 교통사고를 당한 건 2017년 8월 11일 오전 9시(경찰 자료)다. 태릉빙상장에서 새벽 훈련을 마친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과 코치들이 차량 3대에 나눠타고, 숙소인 남양주 M 호텔로 복귀할 때 일어났다. 3대의 차량은 상비군 코치들이 직접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정00 코치가 몰던 앞차가 ‘버스전용 차로 불법운행 단속카메라’를 발견한 뒤 급하게 차선 변경을 한 게 사고의 발단이었다.

앞차의 차선변경을 감지하지 못한 뒤차(이00 코치간 운전자)가 앞차와 충돌하며 1차 사고가 났고, 충돌의 충격으로 주변에 있던 일반인 차 2대까지 들이받으면서 4중 추돌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선수 대부분은 다행히 부상 정도가 경미했지만, 5명의 선수는 사고 후유증이 염려될 만큼 부상이 심각했다는 후문이다.

가뜩이나 정00, 이00 코치는 렌터카 계약자가 아니었다. 계약자는 상비군 이00 감독이었다. 실제 계약자와 운전자가 다른 ‘렌터카 계약위반’ 탓에 4중 추돌사고 후, 선수들은 빙상연맹으로부터 제대로 된 추가 치료나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빙상연맹이 주관·감독하는 상비군 ‘하계 합숙훈련’이라면 빙상연맹 법인 명의로 렌터카 계약을 하는 게 당연했다. 그랬다면 교통사고를 숨겼다는 지적을 받을 일도, ‘보험사기’ 의혹에 직면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이 당연한 과정을 생략했다. 빙상연맹은 어째서 이00 감독 명의로 렌터카를 계약했던 것일까. 과연 그때가 처음이었을까.

엠스플뉴스는 6월 11일 빙상연맹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박종명 연맹 사무처장에게 이 의문을 풀고자 질의를 시도했으나 삼성에서 파견된 박 처장은 "더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상비군 정00 코치의 난폭운전이 사고 원인. 난폭운전 일삼으면서도 선수들에게 ‘나 운전 잘하지 않냐’는 농담까지 했다.”

빙상연맹 유태욱 감사(사진 오른쪽)는 서울 목동실내빙상장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여기다 실업빙상연맹 회장까지 맡고 있다. 그를 채용한 서울시체육회는 “실업빙상연맹 회장인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많은 빙상인은 ‘1인 3역’의 유태욱 감사를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만큼이나 빙상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꼽는다. 그는 자신이 감사한 것으로 알려진 상비군 교통사고건과 관련해 어떻게 감사했는지 밝히길 거부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빙상연맹 유태욱 감사(사진 오른쪽)는 서울 목동실내빙상장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여기다 실업빙상연맹 회장까지 맡고 있다. 그를 채용한 서울시체육회는 “실업빙상연맹 회장인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많은 빙상인은 ‘1인 3역’의 유태욱 감사를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만큼이나 빙상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꼽는다. 그는 자신이 감사한 것으로 알려진 상비군 교통사고건과 관련해 어떻게 감사했는지 밝히길 거부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는 추가로 상비군 교통사고 발생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취재했다. 여러 제보자와 증언자들을 취재하면서 놀란 건 교통사고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한 피해선수가 들려준 증언은 다음과 같았다.

선수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정00 코치가 하계 합숙훈련 내내 난폭운전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신호를 지키지 않고, 수시로 차선 변경을 하는 난폭운전을 일삼으면서도 선수들에게 ‘나 운전 잘하지 않느냐’는 농담까지 했다고 한다. 얼마나 난폭운전을 심하게 했으면 정00 코치가 차를 몰 때 선수들이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핸들을 잡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 피해선수 부모도 비슷한 얘길 들려줬다.

기사엔 ‘정00 코치가 몰던 차가 버스전용 차선을 발견하고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다가 뒤 차와 부딪히며 사고가 발생했다’고만 기술돼 있다. 하지만, 그보다 근원적인 사고 원인은 정00 코치가 매번 난폭운전을 했다는 것이다. 태릉빙상장에서 선수들이 묵던 남양주 M 호텔까지 거리가 2km 남짓하다는 걸 고려하면 난폭운전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사고가 난 날도 선수들 안전을 고려해 천천히 운전했으면 4중 추돌사고가 발생할 리 없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정작 사고 원인 제공자는 정00 코치인데, 사고 책임은 뒤차를 운전하던 이00 코치가 ‘차간 안전거리 미확보’란 이유로 대부분 진 것으로 안다”며 “빙상연맹이 이런 사고 원인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 엠스플뉴스는 이00 감독, 정00, 이00 코치에게 다시 전화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이00 감독은 연락이 되지 않았고, '상습 난폭운전' 의심을 사는 정00 코치는 연락은 받았지만, "작년에 다 지난 일이다. 할 얘기가 없다. 말 안들리나? 할 얘기가 없다고"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00 코치 역시 "수업 중이라, 통화가 어렵다"며 전화를 끊었다.

쇼트트랙 상비군 교통사고와 관련해 사고 관계자들이 입을 다문 사이, 사고 발생지 경찰서가 내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수사 착수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박동희,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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