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체육회 “목동빙상장 직원들, 우리 소속 아니다.” 주장

-근로계약서엔 ‘사용자 박원순, 회사 서울시체육회’ 적혀 있어

-근로계약서 앞엔 ‘정규직 연봉사원’, 뒤에선 1년 계약직 신분으로 표기

-서울시체육회, 근로계약서도 주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 “서울시체육회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일하는 체육시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용주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손을 뻗어주길 기도하고 있다. 한 노동자는 “박 시장이 우리의 엄혹한 현실을 알게 되면 외면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의 목소릴 들어줄 것“으로 확신하며 “시장님께 이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노동 탄압과 비정상적인 일들을 꼭 전해달라“고 호소했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일하는 체육시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용주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손을 뻗어주길 기도하고 있다. 한 노동자는 “박 시장이 우리의 엄혹한 현실을 알게 되면 외면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의 목소릴 들어줄 것“으로 확신하며 “시장님께 이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노동 탄압과 비정상적인 일들을 꼭 전해달라“고 호소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선생님께선 서울시체육회 소속이 아닙니다.”

“그럼 어디 소속입니까?”

“목동빙상장에서 계약했으니까 빙상장 소속이겠죠.”

“그래요? 전 지금까지 체육회 소속인지 알았는데요.”

“체육회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희한하네. 제 근로계약서엔 사용자가 ‘박원순 회장’으로 돼 있었는데.”

“근로계약서 있으세요?”

“아니요. 받은 적 없는데요.”

8월 16일. 서울 양천구 소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근무하는 A 씨와 서울시 감사위원회 조사관이 나눈 실제 대화 내용이다.

엠스플뉴스가 두 이의 대화 내용에 집중한 건 목동빙상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강사들의 엄혹한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장면이기 때문이었다.

서울시 조사관을 만나기 전, A 씨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에게 자신을 “2017년 1월 1일부터 서울시체육회가 목동빙상장을 운영하면서 지금은 체육회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실제로 그 명함엔 서울시체육회 마크가 찍혀 있었다.

그러나 A 씨와 만나기 전, 취재진이 서울시체육회를 찾았을 때 체육회의 설명은 달랐다. 서울시체육회 김규형 기획홍보팀장은 “목동빙상장 직원 가운데 우리 체육회 소속은 빙상장에 파견 나가 있는 서00 실장과 김00 과장밖에 없다”며 “다른 직원들은 서울시체육회 소속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각종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있는 목동빙상장 유태욱 소장과 관련해서도 김 팀장은 “우리가 채용한 사람은 맞지만, 우리 체육회 소속 직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체육회의 기본 입장은 한마디로 우리가 목동빙상장을 운영하는 건 맞으나 운영상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목동빙상장에 있고, 책임져야할 사람도 우리 소속이 아닌 빙상장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서울시체육회가 서울시에 그 같은 취지의 얘기를 전달한 까닭에 서울시 조사관도 A 씨에게 “당신은 체육회 소속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었다. 과연 사실일까.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서울시체육회의 주장이 또 한 번 거짓임을 드러내는 근로계약서를 엠스플뉴스가 입수했다.

서울시 조사관 “목동빙상장 직원들은 서울시체육회 소속 아니다.”. 그러나 근로계약서엔 ‘사용자 박원순, 회사 서울시체육회’로 명기돼 있어.

2017년 서울시체육회와 목동빙상장 직원이 작성한 근로계약서. 계약서의 사용자로 서울시체육회 박원순 회장(서울시장)이 명기돼 있다. 체육회와 빙상장 직원들은 근로계약서 외 '급여지급규정'도 함께 작성했다(사진=엠스플뉴스)
2017년 서울시체육회와 목동빙상장 직원이 작성한 근로계약서. 계약서의 사용자로 서울시체육회 박원순 회장(서울시장)이 명기돼 있다. 체육회와 빙상장 직원들은 근로계약서 외 '급여지급규정'도 함께 작성했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와 목동빙상장 모두 직원들의 계약에 대해선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 근로계약서 입수 결과 빙상장 직원들을 고용한 이는 서울시체육회 박원순 회장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와 목동빙상장 모두 직원들의 계약에 대해선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 근로계약서 입수 결과 빙상장 직원들을 고용한 이는 서울시체육회 박원순 회장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 목동빙상장에서 근무했던 B 씨는 빙상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갑질을 참다 결국 올해 퇴사했다. B 씨는 엠스플뉴스에 자신이 보관하던 근로계약서를 건네줬다.

B 씨가 제공한 목동빙상장 근로계약서엔 ‘사용자(고용주)’가 누군지 명확히 나와 있었다. 바로 ‘대표 박원순’이었다. 회사명 역시 ‘서울특별시체육회’였다.

박지훈(법무법인 태웅) 변호사는 “근로계약서에 서울시체육회 회장을 겸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계약의 주체이고, 목동빙상장 직원들이 체육회 소속임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데 왜 체육회에서 이 직원들을 ‘우리 소속이 아니’라고 부정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고갤 갸웃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근로계약서 제1조(고용 및 직무) 1항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① ‘갑’은 ‘을’을 정규직 연봉사원으로 고용한다.

박 변호사는 “이 문구만 본다면 서울시체육회가 목동빙상장 직원들을 정규직 사원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만약 계약직이었다면 그에 걸맞은 정확한 단어를 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 직원 A 씨와 전 직원 B 씨는 “우리가 정규직 사원으로 고용됐단 소린 처음 듣는다”며 “우린 정규직은 고사하고, 1년씩 재계약해야 하는 가장 열악한 환경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하소연했다.

2017년 서울시체육회와 목동빙상장 직원이 작성한 근로계약서 내용. '고용'에선 정규직 연봉사원으로 명기하고, '계약기간'에선 계약직 직원에 해당하는 내용을 달아놨다. 목동빙상장 직원 가운덴 지금도 자신이 어디 소속이고, 자신이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사진=엠스플뉴스)
2017년 서울시체육회와 목동빙상장 직원이 작성한 근로계약서 내용. '고용'에선 정규직 연봉사원으로 명기하고, '계약기간'에선 계약직 직원에 해당하는 내용을 달아놨다. 목동빙상장 직원 가운덴 지금도 자신이 어디 소속이고, 자신이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와 맺은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서울시체육회는 ‘정규직 연봉사원으로 고용한다’고 해놓고서 제2조(계약기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명기했다.

‘본 계약기간은 2017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로 하며, 갑 또는 을이 계약만료 30일 전에 별도의 통보를 하지 않는 경우 재계약된 것으로 본다.’

박 변호사는 “정규직은 법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다. 만약 근로계약에 기간이 쓰여 있다면 이는 계약직, 즉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를 뜻하는 것”이라며 “서울시체육회가 정규직의 개념 자체를 몰랐을 뿐만 아니라, '노동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박원순 시장도 자신이 고용하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근로계약서에 날인했다는 얘기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빙상장 직원들에게 근로계약서도 주지 않은 서울시체육회의 거짓말 퍼레이드. 빙상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 “서울시체육회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 2016년 10월 목동빙상장 위탁운영권 입찰에서 서울시체육회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28년간 목동빙상장을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재단을 제치고 새로운 운영자가 됐다. 당시 입찰을 진두지휘한 이가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이다. 하지만, 목동빙상장은 새로운 비전은 고사하고, '체육시설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의 상징으로 더 잘 알려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 2016년 10월 목동빙상장 위탁운영권 입찰에서 서울시체육회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28년간 목동빙상장을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재단을 제치고 새로운 운영자가 됐다. 당시 입찰을 진두지휘한 이가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이다. 하지만, 목동빙상장은 새로운 비전은 고사하고, '체육시설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의 상징으로 더 잘 알려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목동빙상장 전 직원 B 씨는 그나마 운 좋게 근로계약서를 받은 이다. 하지만, 현 직원 A 씨는 2년이 되도록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나 말고도 못 받은 직원이 꽤 된다”고 전했다.

그래선지 A 씨는 자신을 가리켜 “서울시체육회 소속이 아니”라는 서울시 조사관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자기 소속이 어딘지 확인해주는 근로계약서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훈 변호사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하고서도 이를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며 “서울시체육회가 고의로 근로계약서를 제공하지 않은 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간 서울시체육회는 목동빙상장을 둘러싼 CCTV 직원·강사 감시, ‘유통기한 지난 음료수’ 강매, 소장의 폭언·폭행, 대관 및 버스대절 부정 의혹과 관련해 한 번도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기획홍보팀장이 전 무식해서 잘 모릅니다라는 기상천외한 답변을 내놓고, 정창수 사무처장이 ‘서면 질의’만을 요구했을 뿐이다.

하지만, 서면으로 질의해도 돌아오는 건 무응답이나 ‘조사 중’이란 대답이 전부였다. 전화를 꺼놓거나 외근 핑계를 대는 건 이젠 식상할 정도다.

그나마 ‘조사 중’이란 대답이 사실이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서울시체육회는 8월 13일 엠스플뉴스가 유통기한이 지난 음료수 강매 의혹을 질의하자 ‘체육회 법무감사실에서 8월 13일부터 목동빙상장 특정감사를 진행 중이니 결과가 나온 이후에 답변이 가능하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서울시체육회는 특정감사를 진행한 사실이 없었다. 법무감사실 직원도 아직 시작 전인 게 맞다고 털어놨다.

서울시체육회가 13일 엠스플뉴스에 보낸 공문. 공문과 달리 서울시체육회는 13일 목동빙상장 특정감사를 실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가 13일 엠스플뉴스에 보낸 공문. 공문과 달리 서울시체육회는 13일 목동빙상장 특정감사를 실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엠스플뉴스)

어째서 서울시체육회는 뻔히 들통날 거짓말 퍼레이드를 하는 것일까.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은 2016년 12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고 써놨다.

목동빙상장에서 자신의 소속이 어딘지도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창수 사무처장은 과연 거짓일까, 참일까. 정 처장은 어째서 목동빙상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시체육회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라고 외치는지 현장의 목소릴 들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 처장이 목동빙상장을 찾았단 소린 아직도 들리지 않고 있다.

박동희,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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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시청 앞 야외 빙상장 설치와 관련해 업체 선정에 대해 제보주실 분을 찾습니다. 목동빙상장 강사비 갈취에 대해서도 제보주실 분은 dhp1225@mbcplus.com으로 연락부탁드립니다. 특히나 목동빙상장 모 인사가 요구한 '음료수 강매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써준 강사분의 연락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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