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폭언’ 논란 목동빙상장 소장, 50대 팀장 폭행 의혹

-“소장이 팀장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 깜짝 놀랐다.”

-피해자 지목된 팀장 “소장에게 맞은 적 없다.” 부인

-시민단체 “목동빙상장에서 벌어진 각종 노동자 인권침해와 갑질, 인권위에 진정”

폭행 의혹이 제기된 목동빙상장(사진=엠스플뉴스)
폭행 의혹이 제기된 목동빙상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때린 걸 본 사람들은 있는데 정작 맞은 사람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서울시체육회가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 양천구 소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때린 걸 봤다’는 이들이 지목하는 폭행 가해자는 유태욱 빙상장 소장이다.

목동빙상장 전·현직 직원들은 평소 유 소장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 폭언과 욕설에 그치지 않고, 기분이 나쁠 땐 쉰 살이 넘은 팀장의 정강이를 발로 차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목동빙상장 소장, 50대 팀장 정강이 발로 찼다." 주장 제기

폭행 의혹에 휩싸인 목동빙상장 유태욱 소장(사진=엠스플뉴스)
폭행 의혹에 휩싸인 목동빙상장 유태욱 소장(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였다. 대관 업무에서 실수가 있었다. 그 일로 직원 5명이 유태욱 소장실로 불려갔다. 유 소장이 버럭 화를 내더니 50대 운영부 A 팀장의 정강이를 발로 강하게 걷어찼다.

폭행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이다. 이들은 “직원 대부분이 평소 유 소장으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며 “유 소장이 직원이 때리는 걸 본 건 그때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빙상장 소장의 직원 폭행을 목격한 B 씨는 “유 소장에게 정강이를 차인 A 팀장은 유 소장의 과거 제자였다. A 씨가 빙상 선수였을 때 유 소장이 스승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사제간’이란 관계 때문인지 평소 유 소장이 유독 A 씨를 챙기면서도, 함부로 대하곤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이들이 모두 유 소장의 직원 폭행을 인정한 건 아니다. C 씨는 “현장에 있었지만, (폭행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C 씨와 함께 빙상장에 근무하는 B 씨는 “C 씨가 내겐 ‘A 팀장이 소장에게 맞는 걸 봤다’고 털어놨다”며 “혹시 사실을 말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의 침묵, 노동자들 시민단체 도움 받아 인권위에 진정한다

최근 목동빙상장 노동자들은 시민단체의 협조를 받아 서울시 박원순 시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사진=엠스플뉴스)
최근 목동빙상장 노동자들은 시민단체의 협조를 받아 서울시 박원순 시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사진=엠스플뉴스)

목동빙상장 전직 강사는 “유태욱 소장이 평소 폭력에 관대했다”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줬다.

목동빙상장에서 일할 때 다른 강사에게 폭행을 당했다. 너무 억울해 나를 때린 강사를 고소하겠다고 했더니 유 소장이 ‘운동 선·후배 사이에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며 폭행 사건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치부했다. 더 이해할 수 없던 건 유 소장이 피해자인 나와 가해자를 똑같이 처벌했다는 사실이다.

한 제보자는 “목동빙상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을 서울시 조사관들이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유 소장의 A 팀장 폭행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안다”며 서울시가 목동빙상장 문제를 명명백백 밝혀주리라 기대했지만, 서울시는 조사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되도록 시정은커녕 조사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목할 건 정작 ‘맞은 사람’으로 지목되는 A 팀장은 유 소장의 폭행을 부인한다는 점이다.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A 팀장은 “유 소장으로부터 폭행당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A 팀장은 유 소장 소유였던 수입 자동차를 인수해 타고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 내 부당행위를 제보받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4월 발표에서 “2017년 11월 1일부터 2018년 4월 15일까지 5개월여 동안 직장 내 폭행 제보 200건을 받았다”며 신원과 자세한 경위가 확인된 42건의 제보 가운데 28건이 가해자가 상사인 폭행 사건이었다고 발표했다.

‘직장갑질 119’는 “직장 내 폭행은 직위, 직위를 이용하는 경우가 절대다수”라며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등 기대고, 호소할 곳이 없는 회사의 직장인들이 권력, 지위를 이용한 ‘갑질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목동빙상장이 ‘딱’ 그런 케이스다. 목동빙상장 노동조합은 각종 논란과 의혹이 수면 위로 뜬 9월 초 결성됐다. 이전까지 목동빙상장 노동자들은 각종 갑질과 인권침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

목동빙상장의 소유주인 서울시와 위탁운영권자인 서울시체육회가 여전히 빙상장 노동자들의 엄혹한 현실을 외면하면서, 노동자들은 최근 시민단체의 협조를 받아 이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공정한 사회와 체육을 바라는 ‘사람과 운동’의 대표 박지훈 변호사는 6일 인권위에 ‘목동빙상장 노동자 인권침해 및 노동법 위반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서울시체육회장을 겸임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 유태욱 빙상장 소장 등이 피진정인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전국 체육시설 노동자들의 엄혹한 현실을 개선하고, 위선적 사업주들의 노동자 인권침해와 상습 노동법 위반을 막고자 목동빙상장 문제를 인권위에 진정하게 됐다”며 “인권위 진정은 시작일 뿐,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가 이 문제를 계속 시정하지 않는다면 소규모 사업장의 힘없는 노동자들의 ‘사람다운 삶’을 위해 더 강한 법적 싸움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운동'은 목동빙상장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빙상장 관계자들을 다음주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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