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DA, 북한 ‘세계도핑방지규정 비준수단체’ 최종 확정

-도핑 규정 비준수단체, WADA 관련 활동에 큰 제약…올림픽 참가와 개최도 불가능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개최 앞두고 대형 암초 등장

-도핑 전문가 “한국이 나서 북한에 선진 도핑정책과 시스템 공유해야”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개최 추진이 한창인 가운데, '도핑'이란 암초가 등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개최 추진이 한창인 가운데, '도핑'이란 암초가 등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개최 추진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북한이 ‘세계도핑방지규정 비준수단체’로 분류되면서, 앞으로 열리는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 참가 및 개최에 불이익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은 물론 2032년 남·북한 공동올림픽 유치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비준수단체’ 분류된 북한, 자격 회복 전까지 올림픽 개최 불가, 참가도 제한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지난해 9월 20일부터 북한에 도핑 규정 위반행위 시정을 요구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지난해 9월 20일부터 북한에 도핑 규정 위반행위 시정을 요구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본부는 2월 13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도핑방지위원회(DPRK Anti-Doping Committee)가 ‘세계도핑방지규정 비준수단체’로 분류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9월 20일 WADA는 북한에 이미 ‘도핑 규정 위반 활동을 4개월 내 바로잡지 않을 경우, 세계도핑방지규정 비준수단체로 분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준수단체로 분류되면 올림픽, 패럴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유치할 수 없다’는 WADA 규정이 지난해 4월 새롭게 도입된 터라, 4개월 내 북한이 WADA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남·북한 올림픽 공동개최 추진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었다.

국내외 반도핑 전문가들이 남·북한 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한국이 북한 도핑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사안의 중대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도핑방지위원회는 4개월이 지난 올해 1월 21일까지도 WADA가 요구한 위반 행위 시정을 하지 않았다. 또한 이의제기 기간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WADA는 북한도핑방지위원회를 비준수단체로 분류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비준수단체로 분류된 북한도핑방지위원회는 자격 회복 전까지 규정에 따라 여러 형태의 제재를 받게 된다. 먼저 북한도핑방지위원회 관계자는 WADA 사무처나 위원회 등에 참여 혹은 활동할 수 없고, WADA 독립감시단이나 봉사활동 프로그램 등 WADA 활동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된다. WADA 가맹단체들의 이사회, 위원회 참가 자격도 제한된다.

또 북한도핑방지위원회는 앞으로 WADA가 주최 또는 공동주최하는 어떤 행사에도 개최할 수 없다. WADA로부터 어떤 직·간접적 자금 지원도 받지 못하는 제약 역시 따른다. 북한도핑방지위원회의 모든 검사 활동이 제3자의 관리·감독을 받게 되는 것도 제재에 포함된다. 여기엔 최대 연 6회의 현장 방문이 포함되며, 모든 비용은 북한도핑방지위원회가 사전 지불해야 한다.

이번 WADA의 결정에 대해 세계적 반도핑 전문가인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ISF) 박주희 국장은 WADA로부터 비준수단체로 분류되면 올림픽, 패럴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유치할 수 없게 된다. 향후 올림픽과 패럴림픽 참가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고 알렸다.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6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남·북한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와 관련해 협조를 구했다.

남·북한은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 단일팀 구성에 들어간 상태다. 또 2월 11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서울이 2032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도시로 선정되면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의 도핑 문제가 불거지면서 남·북한 올림픽 단일팀과 공동개최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핑 전문가 “올림픽 공동 개최 위해 한국이 북한에 선진 도핑 시스템 공유해야”

도핑 전문가는 한국이 올림픽 공동개최 성공을 위해 북한에 도핑 관련 노하우와 시스템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정문(사진=엠스플뉴스)
도핑 전문가는 한국이 올림픽 공동개최 성공을 위해 북한에 도핑 관련 노하우와 시스템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정문(사진=엠스플뉴스)

WADA는 북한의 어떤 행위가 ‘중요한 도핑 규정 위반 활동’에 해당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금지약물 사용으로 물의를 빚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북한 사격 선수가 도핑 문제로 은메달이 박탈됐고, 2011년 월드컵에서도 여자축구대표팀 핵심선수들이 도핑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북한 대표팀 주치의가 자격정지 6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2015년 역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북한은 금메달을 딴 김은국이 금지약물 검출로 메달을 박탈당했으며 2014년 대회에 참가했던 김은주, 리정화 역시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멤버였던 한 북한 선수가 도핑 규정 위반 혐의를 받았다가 무혐의로 처분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국내 최고 반도핑 전문가인 박주희 ISF 국장은 북한에도 한국처럼 도핑방지기구가 있긴 하나,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북한 도핑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WADA 반도핑 검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은 2,884회의 도핑검사 분석과 시료를 WADA에 보고한 데 반해, 북한은 0회에 그쳤다. 2016년에도 한국은 3,185회를 기록했지만, 북한은 단 4회에 그쳤다.

박 국장은 북한이 2012년 중국 체육부와 중국도핑방지기구(CHINADA)의 지원으로 WADA 회원국이 됐지만, 2015년 5월 13일 세계도핑방지규정 국내 적용 문제로 ‘비준수 단체’로 분류되면서 북한 체육계가 큰 시련을 겪었다남·북한이 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해서라도 이젠 한국이 나서 북한에 선진 도핑정책과 시스템을 공유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WADA는 “북한도핑방지위원회의 규정 위반 사항들을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ADA는 이번 사안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월 15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열리는 남북한 대표단 만남에서 북한의 도핑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배지헌, 박동희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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