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인수전에 뛰어든 휴먼자산운용(사진=엠스플뉴스)
여자프로농구 인수전에 뛰어든 휴먼자산운용(사진=엠스플뉴스)

- 신생 휴먼자산운용, 해체한 KDB생명 여자농구단 인수 참여

- 구리시와 협력관계, 마케팅 통한 수익창출 ‘장미빛’ 청사진

- 구리시는 “협의된 바 없다”, WKBL도 “인수 후보자 중 하나일 뿐”

- 농구단 운영하려는 진짜 목적은? “제2의 프로야구 히어로즈” 지적도

[엠스플뉴스]

휴먼자산운용은 여자프로농구계의 ‘넥센 히어로즈’를 꿈꾸는가.

4월, 신생 자산운용사인 휴먼자산운용이 여자프로농구단 KDB생명 위너스 인수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자농구는 KDB생명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면서, 자칫 리그 팀 숫자가 6개에서 5개로 줄어드는 위기에 놓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인수 의사를 나타내는 기업이 나온 건 여자농구계로선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농구계의 반응은 기대보단 의문이 앞선 상황이다. 농구계 일각에선 기업 규모와 자금력을 거론하며 휴먼자산운용의 프로농구단 운영 능력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다 농구단 인수에 앞장서는 인사가 과거 프로야구계에서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던 이라, 농구단 인수 목적을 향한 의심의 시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본금 23억 원대 신생 자산운용사, 여자농구단 인수에 뛰어들다

휴먼자산운용이 4월 18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4월 18일, 한 통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휴먼자산운용, KDB생명 위너스 여자농구단 인수의향서 제출’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였다. 이 보도자료에서 휴먼자산운용은 “KDB생명이 여자농구단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 2018-2019시즌 리그 운영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휴먼자산운용의 인수의향서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휴먼자산운용은 “구리지역 연고 강화 및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여자농구 시즌 운영 정상화 및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인수 참가 목적으로 밝혔다. “구리시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구리시 연고 기업 및 연계마케팅 강화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이와 관련 WKBL(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낸 날 거의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는 걸 보면서 솔직히 좀 놀랐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나 유명 금융사가 아닌, 생소한 이름의 자산운용사가 농구단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것도 농구계가 깜짝 놀란 이유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농구단 인수 관련 뉴스를 보고 ‘휴먼자산운용’이란 회사를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덧붙여 “국내 유수의 자산운용사는 대개 운용자산 규모가 수십 조 단위를 넘어선다. 1조 정도 규모도 큰 자산운용사라고 보기 어렵다. 솔직히 이전까지 ‘휴먼자산운용’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휴먼자산운용은 2016년 9월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한 신생 자산운용사다. 등기부등본상 회사 설립일은 2015년 10월 15일, 2016년 6월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2017년 3월 기준 자본금은 23억 원으로, 일반적인 자산운용사 규모에 비춰볼 때 매우 작은 규모의 회사에 속한다. 사외이사를 모두 포함한 직원 수도 16명에 불과하다.

기존 여자프로농구는 대형 금융회사들의 무대였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삼성생명 등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큰 시중은행과 보험사가 여자농구단을 운영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해체한 KDB 농구단(사진=KDB)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해체한 KDB 농구단(사진=KDB)

여자프로농구를 오랜 기간 취재한 한 전문기자는 “과거 한 저축은행이 여자프로농구 창단을 시도하다, 기존 이사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거 실업팀 시절부터 프로화된 지금까지 소규모 금융사나 투자회사는 여자농구와는 인연이 없었다.

여자프로농구단의 한 시즌 운영비용은 30억 원에서 40억 원 선이다. 구단 창단시엔 리그 가입금도 내야 하는데, 가장 최근 창단한 하나은행은 10억 원의 가입금을 냈다. 운용규모가 20억 원대에 불과한 작은 자산운용사가 과연 여자농구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휴먼자산운용은 구체적 운영계획을 밝히기보단 “구리시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한 농구 관계자는 “휴먼자산운용에선 ‘시민구단’의 모델을 생각하는 것 같다. 구리시에서 운영 비용을 분담하고, 시민들에게서 투자를 받아 농구단을 운영한다는 계획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휴먼자산운용은 KDB생명이 내놓은 구단 운영지원금 25억 원(+구단 운영 계약해지나 중단 시 1년치 운영자금을 내놓게 돼 있다)을 물려받아 초기 운영 비용을 충당하고, 연계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운영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대중의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는 지금의 여자프로농구 상황에 비춰보면 장미빛을 넘어 판타지에 가까운 청사진이라는 평가다.

구리시 “휴먼자산운용과 논의된 것 없다”

마지막 홈경기를 마친 KDB위너스 농구단(사진=KDB생명 위너스)
마지막 홈경기를 마친 KDB위너스 농구단(사진=KDB생명 위너스)

휴먼자산운용의 계획대로 농구단을 운영하려면 구리시의 협조가 필수다. 바꿔 말하면, 구리시의 협조가 없으면 휴먼자산운용이 내세운 농구단 운영계획은 현실화되기 어렵단 뜻이다.

이를 의식한 듯 휴먼자산운용은 ‘수뇌부와 구리시가 긴밀한 관계’라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한 농구계 인사는 “휴먼자산운용은 구리시와 이미 얘기가 다 됐다고 주장한다. 휴먼자산운용이 WKBL에 ‘회사 대표가 현직 시장은 물론 지역 내 유력 인사들과 만나 교감을 나눴다’는 식의 얘기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보도자료 발표 다음날 한 투자전문 매체는 “(농구단을) 휴먼운용이 무리없이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구단을 인수하게 되면 '구리·휴먼 농구단'으로 명칭이 변경된다…구리시는 (휴먼자산운용의) 적극적인 구애로 재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라며 휴먼자산운용의 농구단 인수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정작 구리시는 휴먼자산운용과 전혀 논의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구리시 관계자는 “우리 시는 아직 농구단 관련 방침을 정하거나 검토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휴먼자산운용 관계자가 시청에 와서 설명을 한 사실은 있다. 이후에 가끔 전화 연락이 오는데, ‘아직 우리 쪽 입장이 정해진 게 없으니 굳이 우리한테 전화해서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구리시는 KDB생명의 계약해지 이후 사실상 여자프로농구에서 손을 뗀 상태다. 시 관계자는 “3월 31일부로 계약이 종료됐다. 시에선 체육관을 시민에게 개방해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WKBL 관계자도 “새 구단이 구리시를 연고지로 활용할지 여부에 대해 시와 논의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리시는 휴먼자산운용이 현직 시장 및 지역 유력인사와 만나 교감을 나눴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시 관계자는 “확인된 바 없는 얘기”라며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다. 새로운 시장이 정해지더라도, 시장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예산 편성은 시의회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시의회에선 예전부터 ‘농구단에서 손을 떼자, 체육관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구리시가 농구단 운영비를 일부 분담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시 관계자는 “기존 KDB 농구단 때도 시가 농구단에 예산 지원을 한 적이 없다. 농구단이 대관료를 내고 체육관 이용과 연고지 사용을 한 게 전부”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휴먼자산운용은 “최철호 대표가 백경현 현 구리시장 및 구리시 담당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구리시로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엠스플뉴스 취재진이 ‘만약 구리시와 협상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이때도 농구단 인수를 진행할 예정이냐’ 묻자 휴먼자산용은 “그 부분은 WKBL에 답변했다. 인수 협상 중이라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지역발전? 여자농구 발전? 홍보효과? 농구단 인수 진짜 목적은?

휴먼자산운용은 구리시 발전과 여자농구 발전을 인수 목적으로 설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휴먼자산운용은 구리시 발전과 여자농구 발전을 인수 목적으로 설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왜 소규모 자산운용사인 휴먼자산운용이 여자농구단을 인수하겠다는 것인지다. 휴먼자산운용은 ‘회사 주요 구성원이 구리시 출신이라, 지역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휴먼자산운용 회사 개설지가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으로 돼 있다.

휴먼자산운용 관계자는 “그간 회사 구성원들이 구리시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만약 여자농구단이 구리시를 떠나게 되면, 프로구단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도시가 된다. 여자농구가 후퇴해선 안 된다는 것도 농구단 인수에 뛰어든 동기”라고 설명했다.

공익적 목적을 내세웠지만, 이런 게 농구단 인수의 진짜 목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작은 규모의 자산운용사가 운용규모의 두 배 가까운 운영비가 들어가는 프로농구단을 순전히 ‘지역 기여’와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인수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휴먼자산운용 관계자는 “작은 자산운용사라고 사회 공헌을 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고 반박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휴먼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기존 핵심인력이 대거 이탈해 지난 4월까지 개점 휴업 상태였다. 경영진 간 갈등 속에 일부 구성원이 회사를 떠나 새로운 자산운용사를 차렸다. 지난해 10월엔 운용하던 기존 펀드 3개 가운데 두 개를 청산하기도 했다. 최근 새로운 투자 상품을 출시하며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단계다. 여자농구 발전에 눈을 돌릴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휴먼자산운용 관계자는 “굳이 회사 쪽이 얻는 이익이 있다면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 했다. 실제 농구단 인수 보도자료 발표 전까지 휴먼자산운용을 언급한 언론보도는 총 8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6건은 투자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B사의 보도였다. 설립 후 1년 이상 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발표한 4월 18일 이후 한 달 동안 휴먼자산운용을 언급한 보도량은 총 48건으로 급증했다. 일단 ‘휴먼자산운용’이란 이름을 대중에 알리는 데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만약 인수에 성공해 실제 농구단을 운영하게 되면 언론 노출도와 홍보효과는 좀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한 증권 관계자는 “단순히 언론 노출과 홍보효과를 원한다면 광고를 내거나, 언론사의 협조를 받는 방법 등이 얼마든지 있다. 자산운용사가 홍보효과 때문에 연간 수입억이 들어가는 농구단을 인수한다는 건 좀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보효과’라는 설명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란 얘기다.

휴먼자산운용, 농구계의 넥센 히어로즈 노리나

5월 16일 오후 엠스플뉴스 기자가 방문한 휴먼자산운용 사무실(사진=엠스플뉴스)
5월 16일 오후 엠스플뉴스 기자가 방문한 휴먼자산운용 사무실(사진=엠스플뉴스)

일각에선 “휴먼자산운용 인사 가운데 지난해까지 프로야구단에서 일했던 이가 있다. 혹시나 휴먼자산운용이 여자농구계의 ‘넥센 히어로즈’를 노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경영 컨설턴트 출신 이장석 씨가 이끈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2008년 해체한 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고, 네이밍 스폰서를 유치해 ‘우리 히어로즈(현 넥센 히어로즈)’를 창단했다.

당시 센테니얼은 설립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자본금 5천만 원, 직원 2명짜리 소규모 회사로, 야구단 운영 능력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설립 2년차에 자본금 23억 원대 소규모 자산운용사인 휴먼자산운용과 비슷했다.

한 농구 관계자는 “휴먼자산운용의 계획을 보면 농구단 운영자금을 어디서 충당할지가 불투명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만 보면 KDB생명이 내놓은 구단 운영지원금 25억 원으로 일단 첫 시즌을 운영한 뒤, 이후 광고 수입과 구리시 지원으로 농구단을 이끌어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센테니얼도 히어로즈 창단 당시 여러 투자자에게서 돈을 끌어 모으고, 구장을 활용한 각종 마케팅 활동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익명을 요구한 농구 관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계획을 보면 휴먼자산운용이 자기들 돈을 농구단 운영에 쓰겠다는 얘기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물려받은 운영자금과 구리시의 협력, 마케팅 수입 정도가 전부다. 돈은 한푼도 쓰지 않으면서 홍보효과와 마케팅 수익만 챙기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WKBL은 “KDB생명이 1년치 운영비를 낸 것은 맞다”면서도 이 운영비를 구단을 인수할 기업에 지원할지 여부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WKBL 관계자는 “현재로선 KDB생명이 낸 운영지원금은 WKBL이 위탁운영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신생팀에 지원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수감 중인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전 대표(사진=엠스플뉴스)
현재 수감 중인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전 대표(사진=엠스플뉴스)

이미 구리시는 휴먼자산운용이 내세운 ‘농구단 운영비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기다 WKBL이 KDB생명에게 받은 운영비도 신생팀에 지원해야 한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이렇게 되면 휴먼자산운용은 순전히 자체 조달 자금으로 농구단을 운영해야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과연 이때도 휴먼자산운용이 농구단 운영을 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WKBL은 KDB생명 농구단 인수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WKBL 관계자는 “휴먼자산운용 외에도 인수 의사를 보인 기업이 하나 더 있다”고 밝혔다. WKBL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두 회사에 대한 보고를 마쳤다. 이달 새 총재를 선출한 뒤, 업무 인수인계가 끝난 6월 말까지 인수 기업을 결정할 계획이다.

WKBL은 농구단 인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WKBL 관계자는 “이미 1년치 운영비를 확보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연맹이 한 시즌을 위탁 운영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새 감독 선임을 마쳤고, 국외 전지훈련도 구상 중이다. 선수들의 시즌 준비에 차질이 없게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구계에선 “휴먼자산운용 농구단 인수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출신 인사에 대해 야구계에서 여러 부정적인 제보가 쏟아져 WKBL이 이를 검토 중”이란 소문이 퍼져 있다.

NC 전 대표이사 특별보좌를 지낸 이 인사는 올해 초 휴먼자산운용 마케팅 자문위원으로 합류해, 회사 대주주에게 농구단 인수를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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