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부터 '한국 농구의 미래'라 불린 '팔방미인' 최준용

-9월 발가락 수술 후 재활중, "예상보다 복귀 빠를 것"

-"미국 무대는 나의 꿈, 꼭 한번 도전할 계획"

-"국가대표 영광, 열악한 여건에 스트레스도... 농구만 집중하게 해주세요"

서울 SK 나이츠 포워드 최준용(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서울 SK 나이츠 포워드 최준용(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최준용(24, 200cm)은 고교 시절부터 농구계 인사들에게 ‘한국 농구의 미래’란 평가를 받았다. 센터가 어울리는 신장이지만, 웬만한 가드보다 뛰어난 드리블, 개인기, 스피드를 보여줬다. 1번(포인트가드)부터 5번(센터)까지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팔방미인’으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다.

경복고등학교 재학 시절엔 팀 동료 이종현(24, 203cm)과 함께 고교무대를 평정했다. 연세대학교에선 입학 첫 해부터 국가대표로 발탁될 만큼 압도적인 재능을 뽐냈다. 프로 2년 차를 맞은 2017-2018 시즌엔 소속팀 서울 SK 나이츠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다. 18년 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SK의 우승 트로피가 최준용의 입단 이후 현실이 됐다.

하지만, 24살의 나이에 KBL 최고의 선수가 된 청년은 최고란 말에 손사래를 친다. 최준용은 난 운이 좋은 선수라면서 좋은 팀을 만나 프로 우승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빛나는 눈빛과 함께 더 큰 꿈을 얘기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NBA 도전의 꿈이 있었다. 설령 실패해도 꼭 한번은 부딪히고 싶다.최준용의 말이다.

꿈을 이루려면 먼저 해결할 과제가 있다. 최준용은 9월 18일 전주 KCC 이지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오른쪽 다섯 번째 발가락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현재는 수술을 받고 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최준용은 코트 복귀가 먼저다면서 팀의 2연패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NBA 도전은 그 이후라 했다. 엠스플뉴스는 11월 16일 경기도 용인의 SK 나이츠 양지 체육관에서 재활에 몰두하고 있는 최준용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눈을 번쩍인 최준용 "NBA 진출은 오랜 꿈"

NBA 도전의 꿈을 밝힌 최준용(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NBA 도전의 꿈을 밝힌 최준용(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9월 18일 KCC와의 연습경기에서 발가락을 다쳐 수술했습니다. 근황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부상자들은 하루하루가 지루합니다. 아직 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재활 프로그램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두르진 않으려고요. 차근차근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든 뒤 코트에 복귀하고 싶습니다.

복귀까진 4개월이 걸린다고 알려졌습니다.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빠릅니다. 조금 더 일찍 코트로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최고의 선수가 안팎에서 보는 농구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큰 차이가 있어요. 코트를 누빌 때, 벤치에서 선수들을 독려할 때, 재활하면서 경기를 지켜볼 때가 모두 다릅니다. 지금처럼 밖에서 보는 게 가장 잘 보입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코트 전체를 보기 때문인 거 같아요. 동료들의 경기를 하나하나 지켜보는 것이 큰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올 시즌 팀엔 최준용, 김민수, 최부경 등 부상 선수가 많습니다. 애런 헤인즈는 정상적인 몸 상태를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챔피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부상 선수가 많은 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100% 전력으로 시즌을 시작했으면 선두 자리는 우리의 차지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를 포함한 부상 선수들이 하루빨리 코트로 돌아와야 합니다. 시즌 막판 정상적인 전력이 가동된다면, 챔피언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새로운 목표가 있을까요.

미국 무대에 도전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NBA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성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꼭 한번 도전할 거예요.

놀랍네요. 축구, 야구와는 달리 해외 진출이 제한된 농구잖아요. 하승진 선수를 제외하면 NBA 코트를 밟아본 이가 없는데요.

미국 도전의 꿈이 현실의 벽에 막혀 사그라지려고 할 때 (이)대성이 형이 큰 울림을 줬습니다. 같은 선수지만 저에겐 스승 같은 존재예요. (대성이) 형이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걸 보면서 ‘나도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죠. 농구를 대하는 자세나 열정이 세계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아요. 배울 게 정말 많습니다.

이대성 선수는 NBA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부리그 격인 G리그를 경험했습니다. 미국이 어떤 곳인지 조언을 많이 해줄 것 같습니다.

미국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가르쳐 줍니다. 한번은 대성이 형이 “미국엔 너보다 크고 빠른 선수가 1000명 넘게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그래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어요.

괜히 미국이 아니군요.

제가 당장 미국에 가겠다는 건 아니에요. 부상을 털고 코트로 복귀해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미국 진출을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요. 스스로 ‘최고의 상태다’라고 인정할 수 있을 때 도전할 생각입니다.

문경은 감독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모르실 거예요. 예전에 한번 지나가는 말로 한 적은 있는데 기억을 못 하실 거 같아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팀이 우선입니다. 복귀부터 해야죠.

"대표팀이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달라"

미국 진출 얘기가 나왔으니 대표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대표팀 선수로 활동하셨잖아요.

농구를 시작한 때부터 대표팀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지금도 대표팀에서 경기하면 재미있어요. 다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 같은데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언제부터인가 대표팀이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비시즌(여름)에 쉬지 못하는 건 괜찮아요. 얼마든지 뛸 수 있어요. 문제는 정신적으로 다가오는 스트레스에요. 마음이 지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원이 너무나도 열악해요. 한 예로 대표팀 유니폼이 연습복 포함해서 하루 4벌은 필요해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지원이 안 돼요. 1~2개 제공돼요. 예전 대표팀 유니폼 입고 연습합니다. 대표팀이라면 최소한 이런 부분은 지원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유니폼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 대표팀 선수들이 손빨래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됐어요. 세탁비 지원이 안 된 거였어요. 개선된 게 없구나 싶은데요.

그 부분은 개선이 됐어요. 문제는 ‘왜 선수들이 불만을 표시해야만 바뀌느냐’는 거예요. 선수들이 나서야만 최소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속상해요. 저는 대표팀 막내라서 그나마 괜찮지만, 고참급 선수들은 스트레스가 엄청날 거예요. 말을 못 할 뿐이지.

국제대회 나가면 서러울 때가 많겠군요.

대표팀 선수들을 지원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린 감독, 코치, 트레이너, 매니저까지 많아야 5~6명입니다. 국제대회 나가서 다른 팀을 보면 트레이너만 8명씩 있어요. 코치진은 어떤지 아시나요. 일본이나 중국은 가드, 포워드, 센터 코치가 각각 따로 있어요. 포지션별로 나눠서 몸을 풀어요. 우린 드리블해서 레이업하고, 빠르게 반코트 왕복하는 게 다예요.

대표팀의 성적을 기대한다는 게 난센스인 거 같네요.

우린 갈수록 뒤처지고 있어요. 예전엔 일본이랑 경기하면 진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최근엔 일본을 이긴다는 확신이 사라졌어요. 일본이 농구에 투자하면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빨라졌거든요.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게 뭔가요.

농구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유니폼처럼 정말 사소한 건 지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대표팀은 종목을 막론하고 운동선수에겐 꿈이잖아요.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대표팀이 돼야죠. 라건아가 귀화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뒤에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운동하고 있는지 몰랐다"고요. 라건아는 귀화 선수라 특별수당도 받잖아요.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그런 말을 했겠어요.

대표팀은 여전히 최준용의 꿈인가요.

물론이죠.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쓴소리도 안 합니다. 우린 팬들이 있어 존재할 수 있어요. 농구 인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이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거예요. 지금은 한국 농구의 위기입니다. 안일하게 있으면 성적, 팬 모두 잃을 수 있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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