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서만 9시즌 뛴 기승호, 더 많은 ‘출전 시간’ 위해 KGC 이적

-회춘한 기승호, KGC 주전급 식스맨으로 맹활약 중

-“팀 도움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찾아”

-주축 선수 빠졌을 땐, 후배 이끄는 맏형 역할도 척척

창원 LG 세이커스에서만 9시즌을 뛴 기승호(사진=KBL)
창원 LG 세이커스에서만 9시즌을 뛴 기승호(사진=KBL)

[엠스플뉴스]

김승기 감독께서 팀 수비를 가르쳐 주시는 데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웃음).

KBL(한국프로농구) 10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 기승호의 말이다. 기승호는 프로에 데뷔한 2008~2009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창원 LG 세이커스에서만 뛰었다. 상대를 끝까지 따라다니는 악착같은 수비와 장대 숲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돌적인 공격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기승호는 프로 3년 차였던 2010~2011시즌 53경기에서 뛰며 경기당 평균 11.3득점, 2.5리바운드를 기록해 KBL을 대표하는 스몰 포워드로 거듭났다.

잘 나가던 기승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병역을 마친 2012~2013시즌 이후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2015시즌엔 개막전을 앞두고 발목을 심하게 다쳐 6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6~2017시즌 51경기에 나서며 부활을 알리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 시즌 38경기에서 평균 11분 44초를 뛰는 데 머물렀다.

경쟁에서 밀린 기승호는 큰 결단을 내렸다. 2018년 6월 1일 10년을 함께 한 창원을 떠났다. LG와 안양 KGC 인삼공사가 기승호, 배병준-강병현, 이원대를 맞바꾸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33세,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할 나이에 새 팀에 적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기승호의 생각은 달랐다. 기승호는 2018년 5월 FA(자유계약) 선수가 됐다사인&트레이드 형식으로 KGC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 후회 없이 훈련했는데 기대만큼 출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KGC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착실하게 준비해 오랜 시간 코트를 누비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믿을맨’ 기승호, KGC 든든한 버팀목

10년 만에 팀을 옮긴 기승호의 선택은 성공적이다. 기승호는 올 시즌 27경기에서 뛰며 평균 7.2득점, 3.0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출전 시간도 확연히 늘었다. 지난 시즌 38경기 평균 11분 44초에 머물렀던 출전 시간이 27경기 평균 18분 40초로 증가했다. 이는 병역을 마친 뒤 14경기를 뛴 2012~2013시즌 이후 최다 평균 출전 시간이다.

베테랑 기승호가 새로운 팀에서 자리 잡은 가장 큰 원동력은 ‘성실함’이다. 기승호는 KGC에서도 개인 훈련을 자청한다. 야간 슈팅 훈련을 빼먹지 않던 LG에서의 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실전에선 왕성한 활동량과 끈질긴 수비를 선보이며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리바운드, 스크린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다. 과감한 돌파로 장신 선수가 득실한 골밑에서 득점을 만들고, 평균 1.0개의 3점슛도 기록 중이다. 2018년 12월 28일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의 경기에선 올 시즌 개인 최다인 22득점(3점슛 2개)을 기록했다. 대표팀 포워드 양희종의 백업으로 경기에 나서지만, ‘주전급 식스맨’으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기승호는 (김승기) 감독께서 ‘찬스가 왔을 때 주저하지 말라’고 주문하신다KGC에서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적 후 정확히 3일 뒤인 2018년 6월 4일부터 올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시즌 출전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 때 감독님, 코칭스태프, 동료들 모두 ‘슛이 좋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그 덕에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고, 지난 시즌보다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기승호의 말이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선수”

골밑을 파고드는 안양 KGC 인삼공사 기승호(사진 가운데)(사진=KBL)
골밑을 파고드는 안양 KGC 인삼공사 기승호(사진 가운데)(사진=KBL)

안양 KGC 인삼공사는 올 시즌 핵심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골밑 핵심 오세근은 2018년 12월 9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경기에서 무릎을 다쳐 7경기에 결장했다. 30일 서울 SK 나이츠와의 경기에서 코트로 복귀했지만, 감각과 체력을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주장 양희종은 12월 12일 전주 KCC 이지스와의 경기에서 목 부상으로 3경기에 결장했다. 양희종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무릎에 통증이 있는 등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여기에 2019 세계 남자 농구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치르는 대표팀에 합류해 정상적인 몸 상태 회복이 더 늦어졌다.

KGC 상징인 두 선수가 부상으로 주춤할 때 중심을 잡아준 이가 기승호다. 대표적인 경기가 12월 14일 원주 DB 프로미전이었다. 기승호는 이날 34분 4초간 코트를 누비며 15득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비에선 5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오세근, 양희종 주축 선수 둘이 빠진 팀의 79-71 승리를 이끌었다.

기승호의 알토란같은 활약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12월 28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선 올 시즌 최다득점(22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고, 30일 서울 SK 나이츠와의 경기에선 10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83-78)를 이끌었다. 양희종, 오세근이 모두 복귀한 상황이지만, 기승호는 ‘주전급 식스맨’으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기승호는 ‘이 정도면 부활에 성공한 시즌으로 평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김승기 감독에게 가장 많은 꾸지람을 듣는 선수가 ‘자신’이라는 것이다.

(김승기) 감독님에게 정말 많이 혼난다. 팀 수비 전술을 몇 번이고 설명해주시는 데 따라가질 못했다. 팀 수비에선 한 명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나. 시즌 초반보다 나아졌지만, 수비 전술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실수가 잦았다. 투지를 앞세운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팀에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선 가야할 길이 멀다기승호의 말이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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