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4위 KCC, 23일 5위 오리온과 6강 PO 1차전

-역대 두 번째 외국인 감독 오그먼, 경력만큼은 누구보다 화려해

-‘최초’와 ‘최고’ 외쳤던 오그먼 “외국인 감독 성공 사례 만들고 싶어”

-“MVP 수상 자격 충분한 이정현이 있어 두려울 것 없다”

전주 KCC 이지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사진 왼쪽), 이정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전주 KCC 이지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사진 왼쪽), 이정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전주 KCC 이지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이 KBL(한국프로농구) 외국인 사령탑 최초로 플레이오프(PO)에 도전한다.

KCC는 3월 23일 오후 2시 30분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6강 PO 1차전을 치른다. 5전 3선승제로 치르는 6강 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4강에 오를 확률은 93.2%에 달한다. 1차전에서 패한 팀이 6강 PO에 오른 건 역대 44경기 가운데 단 3번뿐이다.

KCC는 정규리그 54경기에서 28승 26패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오리온은 27승 27패로 리그 5위를 차지해 KCC와 만나게 됐다. 두 팀의 올 시즌 정규리그 상대 전적은 KCC가 4승 2패로 우위다.

KCC 오그먼, 화려한 선수 경력 가진 유일한 외국인 감독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는 전주 KCC 이지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사진=KBL)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는 전주 KCC 이지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사진=KBL)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오그먼은 1991년 미국 프로농구(NBA) 신인선수 드래프트 9순위로 애틀란타 호크스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올랜도 매직 등 6개 팀을 거치며 15년간 슈팅 가드로 활약했다.

오그먼은 NBA 통산 1,001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8.0득점, 3.2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승리를 불러오는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팀에 없어선 안 될 식스맨으로서 선수 시절을 보냈다. 2007년부턴 덴버 너게츠를 시작으로 12년간 코치 생활을 했다.

오그먼은 27년간 '세계 농구인의 꿈'으로 불리는 NBA에 몸담았다. 이전까지 KBL 감독 가운데(총 73명) NBA 코트를 직접 경험한 이는 '딱' 한 명뿐이었다. 2005-2006시즌 6개월 남짓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의 전신)의 지휘봉을 잡았던 제이 험프리스가 주인공이다.

험프리스는 오그먼과 같은 가드 출신 지도자였다. 1984년 NBA 신인선수 드래프트 14순위로 피닉스 선즈에 지명됐다. 당시 3순위가 바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었다. 험프리스는 밀워키 벅스, 유타 재즈 등을 거치며 14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 후엔 CBA(중국프로농구) 질린 타이거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11월엔 원주 DB 프로미(당시 TG 삼보 엑써스)에서 코치로 활약했고, 2005년 6월 전자랜드 지휘봉을 잡았다. 험프리스는 KBL 최초 외국인 코치이자 감독이었다.

하지만, KBL 최초 외국인 지도자의 도전은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험프리스는 TG 코치 시절 두 차례의 우승을 맛봤지만, 전자랜드에서 감독을 맡았을 땐 3승 17패의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채 6개월 만에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험프리스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전자랜드 관계자는 당시 팀 내부에 문제가 많았다특히나 (험프리스) 감독이 주득점원이었던 외국인 선수 리 벤슨과 갈등이 생기면서 팀을 장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덧붙여 팀은 NBA 출신 감독인 험프리스에게 기대가 컸지만, 팀이 예상과 달리 크게 부진하면서 험프리스 감독과의 동거가 오래가지 못했다고 했다.

첫 PO 도전 앞둔 오그먼 “자랑스러운 MVP 이정현이 있음에 두려울 것 없어”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은 지난해 11월 17일 원주 DB 프로미와의 경기부터 전주 KCC 이지스 지휘봉을 잡았다.

오그먼 감독은 사령탑 경험은 처음이지만, 시즌 초 14경기에서 6승 8패로 부진하던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올 시즌 40경기에서 22승 18패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오그먼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마지막 도전인 플레이오프가 남은 까닭이다. 오그먼 감독은 사령탑이 되고서 얼마 지난 뒤 이렇게 말한 바 있다.

KBL에서 외국인 지도자는 나 이전엔 험프리스밖에 없었다. 난 농구 철학이 확고한 감독이다. 점진적으로 팀을 변화시켜 나아갈 것이다. 강인한 수비를 바탕으로 볼을 빼앗으면 빠르게 득점을 만들 수 있는 농구를 추구하겠다. KCC엔 이정현, 송교창 등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 이 선수들과 함께 ‘외국인 감독도 KBL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겠다.

오그먼 감독 뒤엔 이정현이 버티고 있다. 이정현은 올 시즌 'KBL 내국인 선수 MVP'에 올랐다. 51경기에서 뛰며 평균 17.2득점, 4.4어시스트, 3.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BL 내국인 선수 가운데 평균 득점이 가장 많았고, 어시스트 순위에서도 전체 4위에 올랐다. 특히나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2:2 플레이로 여러 차례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 우승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에이스 이대성은 (이)정현이 형은 MVP를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온 힘을 다해도 막기 힘든 KBL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4강 플레이오프에서 KCC와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정규리그에서 3승 3패로 동률을 이뤘고, 동 포지션 최고의 선수와 후회 없이 대결해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그먼 감독도 이정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시즌 중엔 NBA로 누군가를 데려가야 한다면 이정현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고, 시즌 막바지엔 올 시즌 MVP는 이정현이 받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오그먼 감독은 21일 KBL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팀에 어려운 시기가 몇 차례 있었지만 잘 이겨냈다. 단기전에서 가장 무서운 팀이 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하나다. 이정현이 자신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까닭이다.

이정현은 농구를 영리하게 하는 선수다. 감독이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아도 팀을 승리로 이끌 줄 안다. 괜히 MVP를 수상한 게 아니다. 이런 선수와 함께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물론 KCC엔 이정현 못지않은 선수가 많다. 송교창, 송창용, 정희재 등도 플레이오프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선수 모두가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KBL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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