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최장신(221cm) 하승진, ‘PO 사나이’ 별명에 걸맞은 활약 ‘절실’

-PO 통산 두 자릿수 득점과 리바운드 기록한 하승진, '봄 농구'에 유독 강한 선수

-‘속도’ 중시 KCC, 하승진이 부족한 높이에 힘 보태야 한다

-KCC·오리온 이구동성 “하승진이 4강 PO로 가는 데 중요 변수”

전주 KCC 이지스 내국인 센터 하승진(사진=KBL)
전주 KCC 이지스 내국인 센터 하승진(사진=KBL)

[엠스플뉴스]

KBL(한국프로농구) 최장신(221cm) 하승진이 존재감을 과시해야, 전주 KCC 이지스가 4강 플레이오프(PO)로 나아갈 수 있다.

KCC는 홈에서 열린 KBL 6강 PO 1, 2차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3월 23일 6강 PO 1차전에서 15점 차 열세를 뒤집는 역전승(94-87)을 일궜지만, 2차전에선 86-97로 패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MVP’ 이정현이 3점슛 9개를 던져 2개만 성공하는 등 저조한 외곽슛 성공률(22%)을 보이면서 1차전에서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승진도 14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골밑에 안정감을 더했지만, 3점슛 17개(성공률 47%)를 터뜨린 오리온의 기세를 꺾을 순 없었다.

‘PO 사나이’ 하승진, 봄 농구에 누구보다 강했던 선수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하승진(사진 맨 오른쪽)(사진=KBL)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하승진(사진 맨 오른쪽)(사진=KBL)

하승진은 KBL 통산 347경기에서 뛰며 경기당 평균 11.6득점, 8.6리바운드, 1.1블록슛을 기록하고 있다. PO 통산 36경기에선 평균 14.2득점, 10.1리바운드, 1.0블록슛을 올렸다. 농구계가 하승진을 ‘PO 사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승진은 역대 챔피언 결정전 21경기에서도 평균 12.4득점, 8.0리바운드를 올리며 두 차례의 우승(2008-2009, 2010-2011)을 이끌었다. 하승진을 상대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하승진이) 림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준다공·수 양면에서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라고 말했다.

'PO 사나이' 하승진 KBL 대회별 통산 기록(표=엠스플뉴스)
'PO 사나이' 하승진 KBL 대회별 통산 기록(표=엠스플뉴스)

하승진은 올 시즌 6강 PO에서도 높이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3월 23일 6강 PO 1차전에선 32분 34초간 코트를 누비며 9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나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장신 외국인 선수 대릴 먼로의 2점슛 성공률(10/17·58%)을 떨어뜨리는 등 공격보다 수비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다.

오리온 주축 선수인 최진수, 이승현은 하승진이 버틴 KCC 골밑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각각 2, 6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승진을 상대해본 선수들의 말처럼 존재만으로도 팀에 큰 보탬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하승진은 25일 오리온과의 6강 PO 2차전에선 팀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26분 43초를 뛰며 14리바운드(9득점)를 잡았지만,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1차전에서 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먼로(18득점, 12리바운드), 이승현(19득점, 6리바운드), 최진수(18득점, 4어시스트)가 동시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하승진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이들은 3점슛 9개를 합작하며 발이 느린 하승진을 괴롭혔다. 하승진이 골밑을 비우고 외곽으로 나오면 한 박자 빠른 패스로 헐거워진 KCC 골밑을 노렸다. 내·외곽 공격이 가능한 먼로, 이승현, 최진수에 허일영(12득점, 8리바운드)까지 가세하면서 KCC로선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KCC 강점은 ‘높이’보다 ‘속도’···하지만, 하승진이 힘 실어줘야 4강 PO 보인다

하승진 딜레마다. 221cm 키는 확실한 무기다. 골밑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속도를 앞세운 상대 공격이 불을 뿜기 시작하고, 중거리 슛이 림을 가르면 하승진의 약점이 도드라진다. 이는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이 정규시즌 내내 고민해온 문제이기도 하다.

KCC는 높이보다 속도를 중시한다. 팀 중심은 정규리그 MVP 이정현, 장신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 내국인 장신 포워드 송교창이다. 특히나 이정현은 정규리그 51경기에서 뛰며 평균 17.2득점(3점슛 2.0개), 4.4어시스트(전체 4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패싱력’이 뛰어나다. KCC 공격은 ‘이정현의 손에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내·외곽을 넘나들며 득점을 올린다. 세 선수는 6강 PO 1차전에서 76득점을 합작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도 합계 51득점을 올리며 KCC 공격 농구의 중심을 잡았다. 단신 외국인 선수 마커스 킨(6강 PO 평균 9득점)이 공격에 가세하면, KCC 화력은 더욱 불을 뿜게 된다. 참고로 킨은 6강 PO 2차전에서 18득점을 올리며 팀 기대에 부응했다.

결국엔 PO 사나이 하승진이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과시하느냐가 KCC의 4강행을 결정한다. 하승진이 득점에서도 팀에 보탬이 된다면, 4강 PO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오그먼 감독은 정규시즌 내내 하승진 활용법을 고민했다. 오그먼 감독은 하승진은 높이 강점이 뚜렷한 선수라면서도 그가 코트에 있을 때 KCC 특유의 빠른 농구 색깔을 잃지 않는 것이 숙제라고 말해왔다. 이어 단기전에선 하승진의 높이가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경험도 풍부한 선수인 만큼 PO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승진은 6강 PO 2경기(평균 29분 38초)에서 정규리그(평균 17분 43초)보다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평균 기록은 9득점, 7리바운드, 1.5어시스트다. 오그먼 감독은 PO 사나이란 별명을 얻은 이전처럼 평균 두 자릿수 득점과 리바운드를 책임져주길 바라고 있다.

오리온은 하승진 수비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승현은 6강 PO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승진 수비라고 했다. 최진수, 허일영도 하승진은 1:1로 막기 버거운 선수라며 경기마다 적극적인 도움 수비로 KBL 최장신 선수의 존재감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부는 원점(1승 1패)으로 돌아왔다. KCC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기 위해선 ‘PO 사나이’ 하승진이 팀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오리온 역시 하승진을 얼마만큼 제어하느냐가 4강 PO 진출을 결정할 수 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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