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사진=강원 FC)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사진=강원 FC)

[엠스플뉴스]

'강릉운동장 사용건'과 관련해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강릉시청의 주장. 강릉시청의 주장은 의도된 거짓말인가, 단순 행정착오인가. 많은 강원지역 체육관계자는 "강릉시가 강원 FC를 대놓고 홀대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 역시 사실인가, 지나친 억측일까.

Q. 강원 FC가 '자의가 아닌 타의로 3월 11일 홈 개막전을 강릉에서 치를 수 없었다'는 기사(본보 3월 16일자 기사 '[단독] 강원 FC, '홈 개막전' 강릉에서 치를 수 없었다')를 읽었습니다.

강릉시청이 강원 FC 측에 '강릉종합운동장이 보안구역으로 설정돼 사용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 강원 FC가 어쩔 수 없이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홈 개막전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요.

그런데 내셔널리그 홈페이지를 보니 18일에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내셔널리그 강릉시청 축구단의 홈 개막전이 열리더군요. 기사에서 강릉시청 관계자는 "강릉종합운동장 우레탄 바닥에서 페놀 성분이 검출됐다. 그래서 지난해 말부터 강릉종합운동장 사용이 정지됐다. 그래서 강릉시청 축구단도 내셔널리그 개막전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치를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요.

어째서 강원 FC는 홈 개막전 무대로 사용하지 못한 강릉종합운동장을 강릉시청 축구단은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우레탄 바닥에서 페놀 성분이 검출돼 사용이 정지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강릉시청 축구단은 어떻게 경기를 치를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신건우 외 7명-

A. 기사를 정성껏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의해주신 내용에 대한 추가 취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질의하신 바와 같이 강릉종합운동장 사용과 관련해 강릉시청 고위 관계자는 16일 엠스플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릉종합운동장 우레탄에 유해 물질 가운데 하나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강릉종합운동장 사용이 중지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문제로 아직 교체작업을 하지 못했다. 우레탄 교체 작업을 하고서 경기장을 사용해야 하므로 시민들도 통제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홈 개막전은 강릉 남대천에 있는 월드구장에서 한다. 강릉시청 축구단도 현재 사용을 못 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요? 놀랍게도 이 관계자의 말은 하루 만에 사실과 다름이 밝혀졌습니다.

강릉시청 "강릉운동장에 페놀이 검출됐고, 동계올림픽 보안구역으로 설정돼 강원 FC가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 그러나 강릉운동장에서 검출된 건 납이었고, 강릉시청 축구단은 이상없이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홈 개막전 치른다.

강릉시청 축구단 홈페이지, 강릉종합운동장에서 3월 18일 홈 개막전이 열린다고 공지돼 있다(사진=강릉시청 축구단 홈페이지)
강릉시청 축구단 홈페이지, 강릉종합운동장에서 3월 18일 홈 개막전이 열린다고 공지돼 있다(사진=강릉시청 축구단 홈페이지)

우선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검출된 건 페놀이 아니라 납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강릉시는 최근 공공체육시설에 대한 유해성 검사를 했습니다. 검사 결과 강릉종합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1400mg/kg의 납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이는 기준치(90mg/kg)를 훨씬 초과하는 검출량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지난해 10월 10일부터 강릉종합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에 대한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당시 강릉시는 "정밀 검사 등을 거쳐 친환경 우레탄 등으로 개·보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건 강릉종합운동장 우레탄 트랙이 2015년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 설치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엠스플뉴스와 전화통화한 인사가 강릉시 문화체육국장임을 고려한다면 시의 실질적인 체육 총책임자가 시의 가장 큰 경기장에 어떤 유해물질이 검출된지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사실과 다른 발언은 강릉시청 축구단의 내셔널리그 홈 개막전 무대입니다. 강릉시청 문화체육국장은 "강릉시청 축구단 홈 개막전도 18일 강릉종합운동장이 아니라 월드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내셔널리그 공식 홈페이지와 강릉시청 축구단 공식 홈페이지엔 '18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오후 3시에 강릉시청과 천안시청과의 경기가 열린다'고 공지돼 있습니다.

'엠스플뉴스'가 17일 내셔널리그 측에 이 같은 사실을 문의했을 때도 내셔널리그 측은 "당연하다. 그걸 왜 묻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내셔널리그 관계자는 “경기가 예정대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우레탄 바닥 공사를 하고 있어도 경기장 안의 시설은 문제가 없다"며 "경기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미난 건 같은 날, 같은 시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2017 K리그 클래식 3라운드가 열린다는 점입니다.

더 재미난 건 강원 FC는 페놀(실제론 납)이 검출되고, 동계올림픽 보안구역으로 설정돼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강릉종합운동장을 강릉시청 산하 강릉시청 축구단은 아무 문제없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강릉시의 강원 FC 홀대의 숨은 이유들?

삽과 곡괭이를 든 강원 FC 직원들(사진=엠스플뉴스 강윤기 기자)
삽과 곡괭이를 든 강원 FC 직원들(사진=엠스플뉴스 강윤기 기자)

'엠스플뉴스'의 취재 중 많은 강원 체육계 인사들의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그 가운덴 '강릉시가 강원 FC에 의도적인 보복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꽤 많았습니다. 한 제보자는 "강원 FC가 강릉시에 단단히 찍혔다"며 "그 배경엔 여러 이유가 숨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복수의 제보자는 입을 모아 '내 지역 사람 감싸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강원 FC는 2014년 구단운영비를 횡령, 배임한 혐의로 팀장급 이상 인사 2명을 고소했습니다. 이들은 2015년 법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지난해엔 강원 FC의 몇몇 직원이 사표를 냈습니다.

복수의 제보자는 "강원 FC를 나간 직원들은 강릉시 공무원들과 여러 해를 거쳐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팀을 떠나자 강릉시에서 강원 FC를 좋지 않게 봤다"며 "조태룡 사장이 강원도 지역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해서도 반감이 상당했다"고 전했습니다.

프로축구단을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한 강원지역 체육 관계자는 "조 사장은 강원도지사가 임명한 사람이다. 강원도지사가 지역 축구단을 살리려고 프로야구 단장 출신인 조 사장을 어렵게 데려왔다. 그런데 강원도지사와 강릉시장은 당적이 다르다. 강릉시청 안팎에서 강원도지사가 임명한 조 사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진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릉시 관계자는 "말이 되지 않는 헛소문"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강릉시는 강원 FC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강원 FC 숙소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강원 FC의 숙소 운영비를 강릉시가 보조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취재 결과 1억 원 안팎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이 금액을 제외하고, 강릉시의 강원 FC 지원비는 '0'원입니다. 대신 강릉시청은 '강릉시청 축구단'에 한 해 25억 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러 혼란을 딛고 강원 FC는 지난해 '새 출발'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팀이 K리그 챌린지(2부)에서 K리그 클래식(1부)으로 승격하는 기적을 맛봤습니다. 의욕적으로 2017시즌을 준비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그러나 시즌 홈 개막전에서 홈구장 시설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면서 전체 직원이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강원 FC는 시즌 2번째 홈 경기를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강원 FC 관계자는 "축구경기 외적으로 팬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풍성한 무대를 마련했다"며 "팬들이 이번 홈 경기만은 절대 후회하지 않으시도록 전체 직원이 밤잠을 미루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 공사로 강원 FC가 평창에서도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소문의 진실은?

시즌 두 번째 홈 경기를 준비 중인 강원 FC 직원들(사진=엠스플뉴스 강윤기 기자)
시즌 두 번째 홈 경기를 준비 중인 강원 FC 직원들(사진=엠스플뉴스 강윤기 기자)

사실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은 축구장이 아닙니다. 그래서 축구 전용구장에 비하면 다소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스키점프 대회나 국가대표 훈련 기간이 아니면 이를 활용할 방법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나라가 비상식적인 정치적 혼란에 빠지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국민적 무관심에 놓여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강원도가 올림픽 이후 경기장 활용을 고심하던 차에 조태룡 강원 FC 사장은 '스키점프대의 축구장변신'이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조 사장은 "축구단의 모체인 강원도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며 "처음엔 스키점프대 축구장을 전용 홈구장으로 활용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릉시의 이해하기 힘든 설명과 비협조로 조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올 시즌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활용해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조 사장은 "강원 FC가 1부리그로 승격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분들이 열성적인 강릉 축구팬들이었다. 강릉은 누가 뭐래도 전국 최고의 축구도시다. 그분들께 1부리그에서 뛰는 강원 FC의 멋진 활약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안 돼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강원 FC의 홈 개막전을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에서 치를 때 모든 직원의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강릉시는 강릉종합운동장 사용 여부와 관련해 여전히 강원 FC에게 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걸까요? 항간엔 '강원 FC가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도 쓸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 관리를 맡은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에서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 공사가 시작할 것'이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강원 FC가 올 11월까지 경기장을 사용하는 덴 아무 지장이 없다. 홈 개막전이 조금 있다 열렸으면 잔디에 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사후 활용방안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준 강원 FC에 감사한 마음”이라는 애정 어린 당부의 말을 남겼습니다.

강원 FC 또한 시설 운영에 대한 문제점 개선을 약속했는데요. 정작 강릉시청은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박동희, 강윤기 기자 stylekoo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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