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기사 재배치' 청탁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사진=엠스플뉴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기사 재배치' 청탁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청탁 문자'로 기사 재배치 당한 오마이뉴스

"보도 전까지 전혀 몰랐다. 상당히 당혹스럽다."

+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의 증언

"프로축구연맹 기사 쓴 뒤 협회, 연맹, 구단

비판 기사는 주요지면에 잘 걸리지 않았다"

+ 네이버 현직 에디터의 폭로

"네이버 고위층, 에디터와 가깝거나 네이버에

협조적인 언론사 기사 먼저 챙긴다."

"필요 이상 자극적이거나 선동적인 의사 표현이 많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온라인 독자를 낚듯이 인터넷 공론장에는 눈길을 확 끌어당기는 댓글이 득세한다... '협회가 불리한 댓글을 삭제한다'(축구는 그렇게 엄청난 분야가 아니다)" - 2017년 10월 15일 한겨레신문 기고문에서 홍재민 포포투 편집장 -

국내 포털사이트 뉴스·미디어 검색 점유율 70%를 자랑하는 네이버의 ‘외부 청탁에 의한 기사 재배치’는 사실이었다.

10월 20일 엠스플뉴스는 “[단독] 네이버, 축구연맹 ‘청탁 문자’ 받고 기사 숨긴 정황 포착”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엠스플뉴스는 “네이버가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수시로 협회,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를 뉴스 이용자들이 볼 수 없는 곳에 재배치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 청탁을 수용해 실제 기사 재배치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엠스플뉴스는 취재 과정에서 2016년 10월 3일 프로축구연맹 김00 홍보팀장이 네이버 금00 이사에게 보낸 “연맹을 비판하는 오마이뉴스 이근승 시민기자의 기사 ‘한국프로축구연맹, 누군가를 처벌할 자격이 있나’를 재배치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청탁 문자’를 주고받은 뒤 해당 기사는 네이버 스포츠 축구 주요 면에서 사라졌다. ‘기사를 일반 대중이 보기 힘든 것으로 사라지게 해달라’는 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이 성공을 거둔 순간이었다.

청탁에 의해 ‘기사 재배치’ 당한 오마이뉴스,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에 상당히 당혹스럽다.”

오마이뉴스 본사 입구(사진=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본사 입구(사진=오마이뉴스)

엠스플뉴스는 20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연락을 취했다. 해당 기사와 관련해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어떤 항의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프로축구연맹과 네이버 고위 인사의 결탁에 의해 해당 기사가 네이버 주요 기사면에서 갑자기 사라진 걸 혹시 인지하고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오마이뉴스 김시연 편집부장은 “일반적으로 기사에 문제가 있으면 1차적으로 협회나 연맹이 우리(언론사) 쪽으로 연락한다. 언론사가 네이버에 요청해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경우는 간혹 있으나, 협회나 연맹이 언론사나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거치지 않고, 포털에 직접 연락을 취한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들은 바가 없다”며 “(만약 그랬다면) 원칙에 어긋나는 일로,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김 편집부장은 “이근승 시민기자의 연맹 비판 기사와 관련해 프로축구연맹이나 네이버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걸 재차 확인해준 뒤 “엠스플뉴스 취재 전까지 전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포털이 외부 청탁에 의해 기사를 재배치한다는) 의심이 있더라도 언론사가 그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그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그게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충격적인 네이버 뉴스 편집의 실상. "네이버 고위층, 에디터와 가깝거나 네이버에 협조적인 언론사는 다른 언론사보다 기사가 늦게 나와도 메인 노출"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각종 자료 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네이버 문자 메시지 일부 발췌 내용(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각종 자료 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네이버 문자 메시지 일부 발췌 내용(사진=엠스플뉴스)

오마이뉴스 이근승 시민기자는 ‘시민’이란 단어를 빼도 무방할 만큼 깊이 있는 축구 기사를 써왔다.

19일 엠스플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기자는 “시민기자의 한계가 있어 축구협회나 축구연맹으로부터 ‘프레스 카드’를 받지 못해 다른 기자들처럼 자유롭게 운동장에 들어가지 못한다”며 “언제나 표를 사 구장에 출입해 취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기자의 기사엔 유독 현장 기사가 많다. 기성 기자들처럼 취재 편의를 제공받지 못하지만, 이 기자는 그걸 열정으로 이겨냈다. 실제로 이 기자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협회, 연맹, 구단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는 의식 있는 기자’란 평을 듣는다.

이 기자도“협회, 연맹, 구단들에게 아쉬운 소릴 할 필요가 없어선지 늘 자유롭게 기사를 쓴다”며 “최대한 공정한 시각으로 기사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자신의 기사가 프로축구연맹의 ‘청탁 문자'에 의해 네이버 기사면에서 재배치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기자는 “내가 썼던 협회, 연맹, 구단 비판 기사 대부분이 네이버 주요 지면에 거의 걸리지 않았다”며 “한국프로축구연맹, 누군가를 처벌할 자격이 있나’ 기사가 나간 뒤엔 더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털어놨다.

네이버 현직 에디터의 폭로 "협회, 연맹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마지 못해 메인에 걸 때도 있지만, 그땐 잠깐만 메인에 노출하곤 한다. ‘메인 노출 이력’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가 네이버 고위 관계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복원본(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가 네이버 고위 관계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복원본(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는 취재 중 네이버 전·현직 에디터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네이버가 메이저 언론사보다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한 마이너 언론사와 ‘시민기자’의 기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편향돼 있다는 것이었다.

복수의 전-현직 네이버 에디터는 “네이버 에디터들 사이에서 마이너 언론사와 시민기자의 기사는 ‘언제든 날려도 되는 기사’ 정도로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같은 기사를 마이너 언론사가 먼저 써도, 그 기사는 주요 지면에 걸리기 어렵다. 네이버 고위층이나 담당 에디터와 가까운 언론사, 네이버에 적극 협조하는 언론사가 뒤늦게 기사를 쓰면 그 기사가 네이버 메인 기사면에 더 잘 오르곤 한다.

협회, 연맹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마지 못해 메인에 걸 때도 있지만, 그땐 잠깐만 메인에 노출하곤 한다. ‘메인 노출 이력’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실상은 협회, 연맹, 구단 입장을 옹호하는 기사를 ‘공정성’이란 미명 아래 더 오래 메인에 노출하곤 한다. 이것이 네이버 편집의 현실이다.“

오마이뉴스 측은 “네이버 뉴스 에디터들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기사를 ‘외부에서 요청이 왔을 때 쉽게 내려도 된다’는 식으로 인식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와 관련해 네이버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

박동희, 배지헌, 김원익, 전수은, 김근한,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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