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FC의 육성 목표 “2022년 성인팀 선수 30% 이상을 우리 유소년 클럽 출신으로 구성한다”

-지난해 유소년 클럽 창단 이후 첫 프로선수를 배출한 수원 FC ‘U-18’

-“창의적인 플레이는 지속적인 칭찬에서 나온다”

-“뛰어난 축구기계보다 뛰어난 축구전문가와 훌륭한 시민을 배출하는 게 유소년 클럽의 진정한 방향”

골을 넣고서 기뻐하는 수원 FC 'U-18'팀 학생선수들(사진=수원 FC)
골을 넣고서 기뻐하는 수원 FC 'U-18'팀 학생선수들(사진=수원 FC)

[엠스플뉴스]

K리그가 키운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중심이 되고 있다.

2008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리그의 장기 발전을 위해 ‘전 구단 유소년 시스템 의무화’를 추진한 지 10년 만에 가시적 성과가 나온 것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야말로 그 성과가 확인된 좋은 무대였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 20명 가운데 무려 15명이 ‘K리그 유소년 클럽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한 현장 지도자는올 시즌 K리그 전체 등록선수 811명 가운데 209명이 유소년 클럽 출신이라며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후엔 전체 등록선수의 절반 이상이 클럽 출신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팀이 있다. 바로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에 속한 수원 FC다. 수원 FC는 현재 자신만의 육성철학과 색깔로 유소년 클럽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수원 FC의 목표 “2022년 성인팀 선수 30% 이상을 수원 FC 유소년 클럽 출신으로 구성하는 것”

강원도 강릉에서 강원 FC 'U-18'팀과 경기를 치르는 수원 FC 'U-18'(사진=엠스플뉴스)
강원도 강릉에서 강원 FC 'U-18'팀과 경기를 치르는 수원 FC 'U-18'(사진=엠스플뉴스)

수원 FC가 유소년 클럽시스템을 구축한 건 2010년이다. 당시 수원 FC는 6~13세가 속한 ‘U-10(보급반)’ 팀과 초교 3~6학년이 중심인 ‘U-12’ 팀을 만들었다. 2014년엔 중등부에 해당하는 ‘U-15’ 팀과 고등부인 ‘U-18’ 팀을 조직했다.

수원 FC는 애초부터 ‘연령별 대회 입상’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정작 목표는 따로 있었다. 수원 FC 관계자는 2022년까지 성인팀 30% 이상을 우리 유소년 클럽 출신으로 채운다는 걸 핵심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시민구단’ 수원 FC로선 명증한 목표였다. 시민구단은 기업구단에 비해 예산이 적다. ‘고비용-고효율’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우리가 키워낸 선수를 우리가 쓰는 것’ 구조를 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수원 FC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어린 선수들을 직접 키워 성인팀까지 올라가게 한다면 구단은 ‘저비용-고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다 이적료를 통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시민구단이 항구적으로 팀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육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 FC가 유소년 육성에 투자하는 돈은 한해 15억 원 선이다. 수원 FC 관계자는 “시민구단 특성상 재정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수원 FC의 강점은 15억 원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나 수원 FC는 학생선수들의 부담을 최대한 덜고자 노력한다. 학생선수들이 수원 FC에 내는 회비는 월 15만 원이다. 기숙하는 학생선수는 월 40만 원 가량이다. 일반 고교 축구부의 경우 월 100만 원이 넘는 회비를 내곤 한다.

수원 FC 학생선수들이 기숙하는 곳은 ‘수원선수촌’으로, 기숙사엔 ‘U-18’ 학생선수 30명 전원과 ‘U-15’ 학생선수 가운데 집이 원거리인 8명이 함께 생활한다. 수원시의 적극적인 협조와 수원 FC의 비용 부담으로 학생선수들은 원거리 이동의 불편 없이 공부와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다.

물론 이 회비도 돈을 벌려고 받는 건 아니다. 아들이 수원 FC 유소년 클럽에서 뛰는 한 학부모는 돈을 내면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아이들이 더 열심히 뛴다. 요즘 사교육비가 얼마인지 고려했을 때 월 15만 원을 내고서 프로구단의 체계적 교육을 받는다는 건 행운이나 다름없다” “특히나 수원 FC는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중시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유소년 클럽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자급자족’에 성공한 수원 FC

수원 FC 유소년 클럽 출신으론 처음으로 프로선수가 된 정명원(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기자)
수원 FC 유소년 클럽 출신으론 처음으로 프로선수가 된 정명원(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기자)

수원 FC는 유럽 프로축구팀들을 연구하며 한국에 맞는 육성 시스템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수원 FC는 수원 지역 학생선수들을 중심으로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지역의 축구 유망주를 발굴해 지역에서 키워 지역의 스타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2017년 ‘U-15P(중학교 1~3학년 대상)’를 만든 것도 수원 지역에서 좋은 유망주 자원을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수원 FC 관계자는 2014년 이미 중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한 ‘U-15’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2017년 U-15P를 또 만든 건 중등부 선수층이 두꺼워야 ‘U-18(고교 1~3학년)’에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원 FC 유스팀 연령별 선수현황과 훈련 시간. 모든 훈련은 2시간을 넘지 않는다(사진=엠스플뉴스)
수원 FC 유스팀 연령별 선수현황과 훈련 시간. 모든 훈련은 2시간을 넘지 않는다(사진=엠스플뉴스)

수원 FC의 유소년 육성 정책은 향후 30년을 바라보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 장기 프로젝트의 첫 결실을 수원 FC는 지난해 처음 맛봤다. 2014년 ‘U-18’의 일원으로 들어왔던 고교 학생선수 가운데 첫 프로 선수가 탄생한 것.

2017년 수원 FC와 계약을 맺은 정명원이 주인공이다. 수원이 그토록 바라던 ‘자급자족, 지역인재 육성·발굴’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수원 FC 유소년 클럽 출신인 정명원은 올 시즌 ‘K3리그 BASIC’의 평택시민축구단으로 1년간 임대돼 활동 중이다.

“학생선수들이 축구를 그만두고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날 때 더 많은 사회적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수원 FC의 진정한 육성철학”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는 수원 FC 'U-18' 학생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는 수원 FC 'U-18' 학생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9월 7일 오후 2시. 수원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수원 FC ‘U-18’ 학생선수들의 훈련이 진행됐다. 다음날 있을 ‘2018 아디다스 K리그 주니어’ 후기리그 5라운드 FC 안양 ‘U-18’과의 일전에 대비한 훈련이었다.

학생선수들은 경기 전날이라, 강도 높은 훈련 대신 패스, 크로스, 코너킥, 슈팅 훈련 등 주로 실전에서 사용할 기술 훈련에 집중했다.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지도자의 태도였다.

수원 FC ‘U-18’ 코치진은 학생선수들이 훈련 도중에 실수를 해도 다그치는 법이 없었다. 되레 훈련이 진행된 2시간 내내 좋아, 잘했어, 괜찮아등의 칭찬과 독려로 일관했다.

수원 FC ‘U-18’ 이승환 골키퍼 코치는 “학생들이 좀 더 창의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가장 방법은 지속적으로 선수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특히나 한창 자존감이 낮은 학생 시절엔 지도자가 칭찬과 격려를 더 많이 해줘야 그 좋은 분위기가 실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오늘처럼 내일이 경기인 날은 학생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더 많은 칭찬과 격려를 들려준다”고 귀띔했다.

이승환 골키퍼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수원 FC 'U-18' 학생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기자)
이승환 골키퍼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수원 FC 'U-18' 학생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기자)

같은 팀 박재성 코치는 수원 FC의 육성 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80살 정도 산다고 가정할 때, 학생들이 축구 선수로서 활동할 기간이 얼마나 되겠나. 축구 선수가 아닌 평범한 시민으로 살 날이 훨씬 더 길다. 학생들이 축구 선수를 그만두고,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날 때 더 많은 사회적 기회를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지도자의 가장 큰 임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 FC는 학생들에게 공부와 인성을 강조한다. 우리 지도자들이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학생들이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수원 FC가 유소년 클럽을 바라보는 변하지 않는 시선일지 모른다.

수원 FC는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수원 FC는 ‘U-18’의 경우 학생선수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걸 고려해 수원시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수학, 영어 등의 필수과목을 학생선수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계획이다.

수원 FC가 ‘뛰어난 운동기계 생산’이 아닌 ‘뛰어난 축구 전문가와 훌륭한 시민 배출’이란 방점을 육성 철학으로 삼는 건 국내 모든 스포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수원 FC ‘U-18’ 골키퍼 김찬용은 이렇게 말했다. 축구하는 게 즐겁습니다라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꼭 승리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라는 각오가 지배하던 대한민국 아마추어 스포츠판에 ‘즐겁습니다’란 말이 들린다는 것. 이보다 더한 변화가 어딨겠는가.

박찬웅 기자parkkoppett@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