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경찰대학·한국프로축구연맹·아산시 3자 간 ‘아산 무궁화 FC’ 운영협약 발표

-2017년 5월, 정부 ‘2023년 의무 경찰 완전 폐지’ 정책 발표

-아산 측 입장, ‘의경 폐지 동의. 2020년 경찰 축구단 해체 및 시민 구단 전환 목표’

-2018년 9월, 경찰대학 ‘예체능 특기부서 선수선발 계획 없음’ 통보

아산 무궁화 FC가 갑작스럽게 팀을 해체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사진=엠스플뉴스)
아산 무궁화 FC가 갑작스럽게 팀을 해체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최근 K리그2(2부 리그) 1위 팀 '아산 무궁화 FC'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순위 때문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팀을 해체해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정부는 "2023년까지 점진적으로 의무경찰(의경)을 감축.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산도 정부 정책에 따라 팀 해체와 함께 시민구단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팀을 해체하고 시민 구단으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필요했기에 2020년까지 무궁화 FC가 유지되길 바랐다.

이런 아산의 바람에 제동이 걸린 건 9월 14일이었다. 이날 축구단과 운영협약을 맺은 경찰대학으로부터 "예체능 특기부서에 선수 선발을 할 계획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산 주장 “2020년 경찰 축구단 폐지와 함께 시민구단 전환 목표”

아산은 '의경 폐지'에 동의함에 따라, 2020년 경찰 축구단 해체와 시민구단 창단을 목표로 세웠다(사진=엠스플뉴스)
아산은 '의경 제도' 폐지에 동의함에 따라, 2020년 경찰 축구단 해체와 시민구단 창단을 목표로 세웠다(사진=엠스플뉴스)

2017년 1월 11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운영협약식’이 열렸다. 이날 협약식에서 아산시, 한국프로축구연맹, 경찰대는 2016년 12월 21일 창단한 아산 축구단 운영을 위해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4개월 후인 5월 29일. 정부는 "2018년부터 5년에 걸쳐 해마다 20% 비율로 의경을 감축해 2023년까지 의경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산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의경 선수를 단계적으로 줄여 2020년을 끝으로 경찰 축구단을 해체할 예정이었다며 "팀 해체에 따른 의경 선수 충원 계획도 세웠다"고 밝혔다.

아산 관계자는 “2019년 2월이면 축구단 인원이 14명뿐이라, 올해 9월 17명을 더 받아 내년 시즌을 31명으로 리그를 치르려 했다. 2019년 중순 23명을 수급받는다면 2020시즌 종료 후 해당 선수 전역과 함께 팀을 해체할 수 있게 된다”며 해체 계획을 설명했다.

이 계획에 맞춰 아산은 경찰대에 8월 말 선수 충원을 요청했다. 경찰대는 “기다려달라”고 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9월 14일 경찰대에서 갑작스럽게 아산에 "예체능 특기부서에 선수를 뽑을 계획이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K리그 선수 규정 제4조에 따르면 '클럽별 등록 선수는 최소 2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선수를 충원하지 못한다면 아산은 2019년 2월이 됐을 때 선수 14명의 '미니 축구단'이 돼버린다. 당장 내년 시즌도 치르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시민 구단 전환을 위해 차근차근 기반을 다지던 아산이기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종이 한 장’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시민구단 전환’의 꿈.

아산은 팬들과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아산은 팬들과 하나 되는 과정에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아산은 ‘의경제도 폐지’가 공식화됐을 때까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시민구단 전환’을 목표로 잡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역민들과 다양한 스킨십을 시도한 게 좋은 예다. 아산은 일반인에게 축구를 지도하는 ‘킥오프(KICK OFF)’ 프로그램,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진로 강의’, 청소년 체력 증진을 위한 ‘비타민 스쿨’ 등을 통해 활발하게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다.

아산 시민을 축구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축구장 안까지 푸드 트럭을 들어오게 해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했으며, 선수 포토타임, 팬 사인회, 윷놀이 등의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려 애썼다.

이런 노력으로 아산은 K리그2 '13~24라운드 최다 관중 증가’에 성공하며 9월 15일 ‘2018 2차 플러스 스타디움상’을 수상했다. ‘플러스 스타디움상’은 연맹이 구단들의 일정 기간 관중 동원 성과를 평가해 이 기간 관중 증가율 1위를 기록한 팀에게 주는 상이다. 아산은 1차 기간(1~12라운드) 대비 2차 기간 평균 334명의 관중이 증가해 경기당 관중 1,636명을 기록했다. 아산은 유소년 축구 활성화에도 힘썼다. 2017년 U-18 팀을 창단하며 본격적인 미래 투자에 나섰다.

아산은 오세현 아산 시장에게 시민구단 창단을 요청한 상태다. 오 시장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K리그1 승격까지 유력하면서 아산의 시민구단 전환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아산은 ‘공문 한 장’에 꿈을 이루기는커녕 팀을 해체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아산은 경찰 축구단 폐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의경이 완전히 폐지 될 2023년까지 시간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아산은 2020년까지 시민구단으로 자연스럽게 전환 될 수 있는유예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경찰 측의 갑작스러운 통보가 아산과 K리그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박찬웅 기자 pcw02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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