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판 우레이·하오쥔민 부재에도 공격 축구 시도한 중국

-한국전 완패, 실력 차는 분명하나 자신감은 과거보다 높아져

-라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 업그레이드는 계속 된다

-“중국의 막대한 축구 투자, 한국과의 격차 좁히는 원동력”

중국 마르첼로 리피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 마르첼로 리피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제대로 붙었다. 수비 라인을 뒤로 빼는 수비 전술은 없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월 16일 아랍에미리트(UAE) 알나얀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3차전에서 중국과 맞붙어 2대 0 완승을 거뒀다. 중국은 한국에 완패하긴 했으나, 한창 공한증(恐韓症, 중국인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때완 달라진 자신감을 보였다는 평이다.

우레이, 하오쥔민 선발 제외에도 공격 전술 펼친 중국

중국은 황의조(사진 왼쪽 부터), 김민재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한국에 0대 2로 패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중국은 황의조(사진 왼쪽 부터), 김민재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한국에 0대 2로 패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중국은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부상 중인 중국 간판 공격수 우레이와 중국 2선의 핵심인 하오쥔민까지 선발명단에서 제외했어도 자신감은 여전했다.

중국 선발명단을 지켜본 축구 전문가들은중국은 무승부만 해도 조1위로 16강에 진출한다. 굳이 한국전에 올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수비에 강점이 있는 리피 감독이 여차하면 수비 전술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리피 감독은 공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전반 초반부터 공격수 위다바오를 필두로 한 중국 공격진은 전방 압박을 통해 한국 수비를 괴롭혔다. 리피 감독은 스리백 전술을 활용해 공격 시 양측 윙백의 오버래핑을 적극적으로 허용했다. 후방에서 단계적으로 빌드업을 하며 공격을 전개하던 한국은, 중국의 전방 압박에 잠시 고전했다.

하지만, 중국의 전방 압박은 뒷공간이 열리는 빌미를 제공했다. 아랍에미리트 현지에서 한‧중전을 지켜본 한양대 정재권 감독은 중국 수비수들이 라인을 올리고, 공격수들이 전방 압박을 하면서 중국 쪽 뒷공간이 열렸다. 이를 의식한 중국 수비수들이 어정쩡한 위치에 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중국 수비가 흔들렸다고 평했다.

결국 중국은 전반 14분 중국 수비수 스 커가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돌파하는 공격수 손흥민을 막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공격수 황의조가 페널티킥에서 한국은 1대 0으로 앞서 나갔다.

선제골을 내준 중국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전반 초반보다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위협적인 장면도 나왔다. 전반 29분 공격수 위다바오의 슈팅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되긴 했지만, 측면에서 올라온 날카로운 크로스에 의한 논스톱 슈팅은 인상적이었다.

후반전에 들어서자 리피 감독은 스리톱으로 공격수를 늘리며 위다바오에게 힘을 실었다. 리피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 회견에서 후반 스리톱으로 전환한 건 골을 넣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같은 강팀을 상대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은 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김민재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0대 2로 격차가 벌어진 중국은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치려 했으나, 체력이 떨어지며 거칠고, 둔탁한 플레이만 나왔다. 여기다 실수마저 잦아지며 결국 2점 차를 좁히지 못하고 한국에 패했다.

고비용 저효율’ 논란에도 중국 축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7년 12월 9일 ‘2017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한국과 2대 2 무승부를 기록한 중국(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7년 12월 9일 ‘2017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한국과 2대 2 무승부를 기록한 중국(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 회견에서 한국은 매우 빠르고 강하며, 기술적이었다. 냉정히 말해 한국은 모든 면에서 중국을 앞섰다. 중국은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중국은 한국에 실력 차를 느끼며 완패했다. 그런데도 중국에 달라진 게 있다면 바로 ‘한국전에 임하는 자세’다. 수차례 언론 보도가 됐듯 중국은 언제나 한국을 두려워했다. 197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전 승리가 없었다. ‘공한증(恐韓症)’이란 신조어를 만든 것도 한국이 아닌 중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공한증’에서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했다. 축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한국과의 격차가 좁혀졌다. 성과도 있었다. 중국 슈퍼리그 구단들은 2016년부터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구단을 상대로 9승 11무 8패를 기록하며 한국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2016년 리피 감독을 선임한 뒤엔 한국과의 대표팀 경기에서도 이번 경기 포함 1승 1무 1패를 기록 중이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명장’리피 감독이 중국에 전술적 색깔을 입힌 덕분이라는 게 많은 축구인의 공통된 얘기다.

중국은 16일 한국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자신감만은 살아 있었다. 경기를 지켜본 한국 축구전문가들은 “중국이 비신사적인 반칙으로 경기 흐름을 끊는 장면이 자주 나왔지만, 과거보단 거친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는 평을 내놨다.

연세대 신재흠 감독은 중국이 다소 의욕만 앞선 경기를 펼친 면이 있다. 중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경기를 좀 더 냉정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다만, 지금처럼 중국이 축구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간다면 과거 일본이 한국과의 격차를 좁혔듯 중국이 한국과의 실력 차를 좁히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pcw02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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