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9년 UAE 아시안컵 C조 1위로 16강 진출

-신태용 전 감독 “김영권, 아시안컵에서도 훌륭한 경기력”

-1시즌 5경기 뛴 김영권, 꾸준한 경기력 유지가 놀랍다

-“경험 풍부한 김영권이 토너먼트에서도 늪 축구에 앞장서길”

한국 축구 대표팀 중앙 수비수 김영권(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축구 대표팀 중앙 수비수 김영권(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 중앙 수비수 김영권이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 무실점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무실점으로 통과한 건 2015년 호주 대회 이후 두 번째다.

김영권은 2019년 대회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이 합류하기 전인 1, 2차전에선 주장 역할을 소화했다. 1월 16일 중국과의 3차전에선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줬지만, 후방 리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서 해설 위원(JTBC)으로 변신한 신태용 전 한국 감독은 수비가 강한 팀은 패하지 않는다며 무실점으로 16강에 오른 한국에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김영권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컵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 아직 우승 후보로 불릴만한 팀을 만나진 못했지만, 빼어난 개인 기량은 물론 팀을 이끄는 리더십 능력까지 보여줬다고 제자를 칭찬했다.

1시즌 5경기 뛴 김영권, 꾸준한 경기력 유지가 놀랍다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 타오바오에서 뛰고 있는 김영권(사진 왼쪽)(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 타오바오에서 뛰고 있는 김영권(사진 왼쪽)(게티이미지코리아)

김영권의 꾸준한 경기력이 놀랍다. 이유가 있다.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 타오바오 소속인 김영권은 2018시즌 30경기 가운데 5차례 출전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까닭이다.

슈퍼리그엔 아시아 쿼터(팀마다 아시아 국적 선수를 1명씩 영입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외국인 선수는 4명까지 영입할 수 있고, 경기 출전 가능 선수는 3명이다. 김영권은 토트넘 홋스퍼, FC 바르셀로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선 브라질 국가대표로 활약한 파울리뉴를 비롯해 알란, 안데르손 탈리스카 등 외국인 선수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김영권은 2018년 5월 12일 허베이 FC와의 슈퍼리그 경기 이후 공식전에 나서지 못했다. 월드컵 이후엔 공식전 출전이 1경기도 없었다. 김영권이 뛸 수 있는 경기는 한 달에 두 번 있는 A매치가 유일했다.

김영권의 현재 경기력이 더욱더 놀라운 이유다. 김영권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무결점 수비력을 보인다. 에밀 포르스베리(스웨덴),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멕시코), 티모 베르너(독일) 등 세계적인 공격수를 상대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정확한 태클로 위험 지역에서의 슈팅을 막아냈고, 후방에서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이상윤 MBC SPORTS+ 축구 해설 위원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가 수준급 경기력을 유지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김영권이 꾸준한 경기 출전엔 어려움을 겪었지만, 2군에서 더 굵은 땀방울을 흘린 까닭에 아시안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회에서도 맹활약한 김영권, ‘늪 축구’ 시즌2 보여줄까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김영권(사진 가운데)(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김영권(사진 가운데)(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영권은 한국이 무실점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데 앞장섰다. 한국이 총 14차례(이번 대회 포함) 아시안컵에 도전하면서 조별리그를 무실점으로 통과한 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2015년 호주 아시안컵이었다. 당시 한국은 오만, 쿠웨이트, 호주와 한 조에 속해 모두 1-0으로 이겼다. 이때 한국에 붙여진 별명이 ‘늪 축구’였다. 화끈한 골 잔치는 없었지만, 탄탄한 수비를 앞세운 이기는 축구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의 실점은 결승전에서 호주에 내준 2골(6경기)뿐이었다.

김영권이 후방의 리더로 나서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FIFA 랭킹 116위 필리핀, 91위 키르기스스탄, 76위 중국 등이 우리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3경기 연속 무실점은 칭찬해줘야 한다.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에서 상대에게 허용한 슈팅은 21개였다. 특히나 2차전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선 날카로운 역습과 슈팅(10개)을 잇달아 내줬다. 김영권이 후방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지 못했다면, 훨씬 어려운 경기를 할 수도 있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24개 팀 가운데 무실점을 기록 중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요르단, 이란, 카타르 등 4개국뿐이다.

김영권은 경험이 풍부하다. 2009년 U-20 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 두 차례의 월드컵(2014·2018)을 뛰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4강전 이라크와의 경기(2-0)에선 추가골을 터뜨리며 결승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2009년엔 한국 풋살 대표로도 뛰었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김영권은 아픔도 많다. 자신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진 적이 많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전이 대표적이다. 김영권은 후방으로 넘어온 평범한 볼을 처리하지 못하며, 이란 공격수 레자 구차네자드에게 선제 결승골을 허용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에서도 잦은 실수로 고개를 숙였다. 당시 한국은 알제리에 2-4로 졌다.

하지만, 김영권은 극적인 반전을 일구는 데 성공했다. 슈퍼리그의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로 꾸준한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까진 완벽하게 이겨내고 있다.

김영권은 2019 UAE 아시안컵 2, 3차전에서 연속골을 터뜨린 김민재처럼 큰 주목을 받진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국은 후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권 덕에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도 실점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 축구계엔 “수비가 강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다.

이상윤 MBC SPORTS+ 해설위원 역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호주, 일본, 이란 등 강력한 우승 후보를 만났을 때 무실점 경기를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험이 풍부한 김영권이 지금처럼 후배들을 잘 이끌어준다면, 2015년 호주 대회 못잖은 늪 축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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