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조 3위 와일드카드로 2019년 UAE 아시안컵 16강 진출

-레바논과 승점, 골득실, 다득점까지 같아···16강행 결정한 ‘페어플레이 점수’

-다음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따돌린 요르단, 돌풍 팀 맞대결

-“조 3위가 1위를 잡을 수 있는 게 축구. 체력 회복이 관건”

2019년 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베트남과 이란의 경기 한 장면(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2019년 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베트남과 이란의 경기 한 장면(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2019년 UAE 아시안컵 16강전에 진출했다. 대회 조별리그가 마무리된 1월 18일이 돼서야 확정된 극적인 조별리그 통과였다.

베트남은 17일 D조 최종전에서 예멘에 2-0으로 이겼다. 1승 2패 승점 3점을 기록하며 이란(2승 1무 승점 7점), 이라크(2승 1무 승점 7점)에 이은 조 3위에 올랐다. 16개국이 4개 조로 나뉘어 상위 2팀씩 토너먼트(8강전)에 올랐던 지난 대회였다면, 일찍이 짐을 싸야 하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부터 출전국이 24개로 늘었다. 그러면서 신설된 게 ‘와일드카드 제도’다. 이전처럼 조 1~2위는 16강에 직행하고, A~F조 3위 6개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4개국이 16강행 막차를 탄다.

베트남은 바레인(A조), 키르기스스탄(C조), 오만(F조)과 함께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하면서,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됐다.

‘행운이 따랐던’ 베트남, 박항서 매직은 계속된다?

박항서 감독의 연이은 성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베트남(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박항서 감독의 연이은 성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베트남(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축구계는 베트남의 16강 진출엔 행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다른 팀들의 결과에 따라 16강이 결정된 까닭이다.

베트남은 아시안컵 죽음의 조에 속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죽음의 조(모로코·스페인·포르투갈)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한 이란, 그 이란을 2015년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잡아낸 이라크, 아시안컵 첫 출전으로 정보가 많지 않은 예멘과 한 조였다.

베트남은 1, 2차전에서 모두 패했다. 이라크와의 1차전에선 전반전을 2-1로 마쳤지만, 경기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며 2-3으로 역전패했다. 12일 이란과의 경기에선 0-2로 힘없이 무너졌다. 17일 예멘과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며 전패는 막았지만, 16강 진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넣고, 5골을 내줬다. 골득실이 –1이었다. 똑같이 1승을 기록한 팀 가운데 바레인(승점 4점), 키르기스스탄(골득실 0)은 와일드카드 16강 진출이 확정적이었다. 따라서 18일 최종전을 치른 E, F조의 결과가 중요했다. 레바논, 북한, 오만, 투르크메니스탄 모두 와일드카드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었던 까닭이다.

오만이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추가골에 성공하며 승점 3점, 골득실 0이 됐다. 베트남에 앞서 세 번째 와일드카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제 남은 자리는 단 하나. 계산이 쉽지 않았다. 레바논이 E조 최종전에서 맞붙은 북한을 4-1로 이겼다. 1승 2패 골득실 –1로 베트남과 동률이었다.

이번 대회에선 승점이 같을 땐, 승자승->골득실->다득점->페어플레이 점수->추첨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베트남과 레바논은 승점이 같았고, 둘이 맞붙은 적은 없었다. 골득실(-1), 다득점(4) 역시 동률이었다. 운명을 가른 건 페어플레이 점수(옐로카드->레드카드 순으로 비교해 카드가 적은 팀이 우위)였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옐로카드 5장을 수집했다. 레바논은 7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았다. 2007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한 순간이었다.

다음 상대는 돌풍의 팀 요르단 “체력 회복이 관건”

베트남은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앞세운 공격이 최대 강점이다. 조 3위로 16강에 올랐지만, 토너먼트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베트남은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앞세운 공격이 최대 강점이다. 조 3위로 16강에 올랐지만, 토너먼트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베트남의 다음 상대는 돌풍의 팀 요르단이다. 요르단은 B조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면서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1월 6일엔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1-0으로 이겼고, 10일 시리아전(2-0)에서도 승점 3점을 챙겼다. B조에 속한 4개 팀 가운데 FIFA 랭킹은 가장 낮았지만,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조 1위 16강 진출을 일궜다.

요르단의 호주전 볼 점유율은 22.9%였다. 시리아전 볼 점유율 역시 34.8%로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했다.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페널티박스 부근을 촘촘히 막아서는 데 주력했고, 볼을 빼앗은 순간 빠르게 이어지는 역습으로 득점을 노렸다. 그렇게 호주, 시리아를 이겼고, 팔레스타인과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베트남 역시 ‘돌풍’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아시아에서도 축구변방으로 불린 베트남이었지만, 2017년 10월 한국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됐다.

돌풍의 시작은 2018년 1월 9일 개막해 27일 막을 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안정적인 수비를 우선한 빠른 역습 축구로 준우승을 일궜다. 호주, 이라크, 카타르 등 아시아 강호를 잇달아 연파하며 아시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돌풍은 이어졌다. 베트남은 한국과 만난 준결승전에서 1-3으로 힘없이 무너졌지만, 대회 첫 4강 진출에 성공했다. 2018년 11월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선 무려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9년 첫 국제대회인 아시안컵에서도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조별리그 통과에 성공했다.

이상윤 MBC SPORTS+ 축구 해설 위원은 축구는 모른다조 3위로 올라간 베트남이 1위로 16강에 진출한 요르단을 잡을 수 있는 게 축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지난해부터 출전하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냈다. 팀 내에 자신감이 넘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베트남이 8강으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있었다.

요르단은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조별리그 3차전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선 주전 선수들을 쉬게 했다. 반면 베트남은 이라크와의 1차전부터 예멘과의 3차전까지 경기마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체력적인 부담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베트남의 8강 진출을 결정 짓는다.이 위원의 말이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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