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입대' 한석종, “윤빛가람, 김민우 상병님께 많이 배우겠다.”

-“상무 입단은 큰 혜택…시간 헛되이 쓰지 않겠다.”

-“더 좋은 축구선수뿐 아니라 더 좋은 사람 돼 돌아오겠다.”

-“2년 동안 응원해준 인천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천 유나이티드 부주장 미드필더 한석종(사진=엠스플뉴스)
인천 유나이티드 부주장 미드필더 한석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군 복무하면서 프로팀에서 뛸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혜택입니다. 그 혜택에 보답하는 의미에서라도 한 단계 성장해 돌아오겠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부주장 한석종의 말이다. 한석종은 1월 10일 발표된 상주 상무 축구단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석종의 소속팀 동료 김대중을 포함해 진성욱, 류승우, 이찬동(이상 제주 유나이티드), 장호익(수원 삼성 블루윙즈), 강상우(포항 스틸러스) 등 7명도 상무 축구단에 합격했다.

이들은 21일 충남 논산 훈련소에 입소해 5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뒤,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복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역일은 2020년 8월 27일이다.

이번 상무 입단 경쟁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경찰 무궁화 축구단이 정부 정책에 따라 의경 선수 수급을 중단하는 통에 군 복무와 축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팀은 상무만 남았다.

한석종에게 상무 입대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한석종은 만 26세다. 상무 지원 자격인 만 27세까지 1년밖에 남지 않았고, 지난해를 끝으로 인천과의 계약도 만료되기 때문이었다.

보통 군대 갈 때가 되면 다들 긴장하더라고요.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빨리 입대 하고 싶은 거예요. 입대를 기다리는 선수는 아마 저뿐일 겁니다(웃음). 군에서 한층 성장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입대를 기다리는 남자 한석종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상무에 좋은 선수 많아 기대. 윤빛가람, 김민우 상병님께 한 수 배우고 싶다.”

입대 후 윤빛가람(사진 왼쪽 부터), 김민우에게 배우고 싶다는 한석종(사진=상주 상무 프로축구단)
입대 후 윤빛가람(사진 왼쪽 부터), 김민우에게 배우고 싶다는 한석종(사진=상주 상무 프로축구단)

1월 10일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 신입 선수 최종 합격자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인천 구단 관계자분들과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어요. 지금은 고향에 내려와 있어요. 부모님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차려 주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살이 많이 쪘어요(웃음).

‘합격’이 기분 좋은 단어긴 합니다만, 그 합격이 바로 군 입대입니다.

군대 가는 친구들을 보면 다들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전 지금 얼른 입대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웃음).

얼른 입대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영' 믿기지 않는 발언인데요.

진짜예요(웃음). 상무 입단 경쟁이 정말 치열했는데 그걸 통과했어요. 무엇보다 군에서 좋은 동기들과 함께 군 복무를 하게 돼 기뻐요. 상무엔 저보다 먼저 입대한 친구 (이)태희가 있어요. 인천에서 함께 활약한 (이)상협이 형, (이)호석이 형, (박)용지, (송)시우도 상무에서 뛰고 있고요. 아는 선수가 많아서 기대가 큽니다.


아는 이가 많다고 그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닐 듯합니다. 지금 거론한 선수들 모두 나이를 막론하고 한석종 선수의 선임들입니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웃음). 그렇지 않아도 태희가 자기는 보통 선임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저 같은 이등병은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위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상무엔 좋은 선수가 많습니다. 어떤 선수와 호흡을 맞춰 보고 싶습니까.

윤빛가람, 김민우 두 상병님과 함께 뛰어보고 싶어요.

‘상병님’이라고 하니 벌써 군인이 된 듯합니다.

윤빛가람 상병님은 상대팀으로 만났을 때 정말 위협적인 선수였어요. 운영 능력, 패스, 킥 모두 K리그 순위권에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김민우 상병님도 저돌적이고 정교한 왼발이 장점이죠. 두 선임과 개인적 친분이 없었거든요. 상무에서 두 선임께 많은 걸 배우고 싶습니다(웃음)


“더 좋은 축구선수는 기본. 더 좋은 사람 돼 돌아오겠다”

11월 24일 FC 서울전 득점 후 셀러브레이션 펼치는 한석종(사진=엠스플뉴스)
11월 24일 FC 서울전 득점 후 셀러브레이션 펼치는 한석종(사진=엠스플뉴스)

군 입대를 앞두고 여러 생각이 들겠습니다.

군 생활을 제 축구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아 볼까 해요. 반성도 많이 하고요.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거든요. 팬들께 여전히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2017년보다 2018년 평가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2017년 시즌을 마치고 저 스스로를 ‘이만하면 잘했다’고 평가했던 게 문제였어요. 자만이 하늘을 찔렀죠. 그것만 믿고 지난해 1, 2월 동계 훈련을 소홀히 했던 거 같아요. K리그 개막하고 다른 선수들은 동계 훈련을 통해 모두 한 단계 성장했는데, 전 2017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없었어요. 제자리걸음이었죠.

여름엔 부상도 찾아왔습니다.

‘러시아 월드컵’ 휴식 기간 수술을 했어요.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당한 부상이라 더 아쉬웠어요. 팬들께 잘 보여야겠단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복귀는 예상보다 빨랐지만, 몸이 완벽하지 않았어요. 결국 좋지 않은 컨디션을 이어갔죠.

시즌 후반엔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습니까.

지난해 11월 24일 FC 서울전이 기억에 남아요. 인천이 강등권에서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었어요. 제 득점이 결승골이 돼 강등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그동안 쌓인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습니다. 2017년이 축구선수로서 성장했던 해였다면, 지난해는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한 해였어요.

군 복무 동안 가장 발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합니다.

군 복무하면서 축구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혜택입니다.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을 겁니다. 단, 급하게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지난해처럼 몸과 마음을 모두 망칠 수 있으니까요. 더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돼 전역하고 싶어요. 그 점에서 (이)태희한테 의지를 많이 하려고 해요. 누구보다 성실하거든요. 게다가 상무엔 실력이 출중한 선수가 많아요. 옆에 붙어서 하나하나 축구를 다시 배울 겁니다.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웃음).

2년 동안 활약한 인천을 떠나게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로 인천과의 계약이 만료됐어요. 그리고 얼마 후 상무 합격 통보를 받았고요. 팬들께선 항상 제가 잘하든 못하든 응원을 해주셨어요. 급하게 결정된 바람에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한번 못하고 입대하게 됐습니다.

팬들께 한마디 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인천에서 2년간 많은 걸 배웠습니다. 좋은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와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상무에서 활약하는 ‘한석종’도 계속해서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인천 원정 때 인사드리러 갈 테니 반갑게 맞아주세요(웃음). 2년 동안 추억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박찬웅 기자 pcw02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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