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뤘던 연말···이명주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재미있는 축구’로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지켜주신 분들에 보답하겠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은퇴할 때까지 바라볼 곳”

-“스스로와의 약속 지켜나가며 꿈과 현실 간극 좁히겠다”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주장 이명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주장 이명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남해]

다시 한국 축구 대표팀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셨다

올 시즌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주장 이명주의 말이다.

이명주에게 2019년은 특별하다. 2018년 12월 20일 아산이 우여곡절 끝 K리그2 참가를 확정하면서, 이명주는 올 시즌에도 축구를 할 수 있다.

이명주는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기를 겪으며 많은 걸 배웠다아산을 지켜준 분들에 보답하려면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엔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다시 대표팀을 바라본다. 이명주는 대표팀은 은퇴하는 날까지 꿈이라며 (기)성용이 형처럼 볼란테(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싶다고 했다.

잠 못 이뤘던 연말···이명주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주장 이명주(맨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주장 이명주(맨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이 극적으로 K리그2 참가를 확정 지었다.

(나는) 아주 긍정적인 성격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헤쳐나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아산이 해체 위기에 몰렸을 땐 하루하루가 힘들더라. ‘1년간 축구를 못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어찌해야 할지 걱정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참 답답했다.

올 시즌이 유독 특별할 거 같다.

축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힘써주신 분들이 많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건지 크게 느낀다. 이 마음을 잊지 않겠다. 시즌 준비 잘해서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드리는 게 도와주신 분들에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박동혁 감독이 올 시즌 주장으로 이명주를 선택했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으며 많은 걸 배웠다. 특히나 책임감이 커졌다. 올 시즌엔 나만 잘해선 안 된다. 하나로 똘똘 뭉쳐 아산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박동혁) 감독님이 ‘주장을 맡아 달라’고 제안하셨을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주장은 축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 맡아보지만, 잘 해낼 자신이 있다.

본인은 어떤 주장인가.

(우리는) 성인이고 프로 선수다. 말로 ‘이래라저래라’하기보다 모범을 보이겠다. 해야 할을 확실히 하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역시 프로구나’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올 시즌 주장이 확실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팀 선수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올 시즌부터 일반인 선수들과 함께 뛴다. 전지훈련에선 같이 생활하니까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엔 일반인 선수들은 운동할 때만 함께 한다. 경찰청에서 병역을 이행 중인 기존 선수들과 하루빨리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소통이 활발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대표팀 복귀 꿈꾸는 이명주 “(기)성용이 형처럼 볼란테로 뛰는 게 가장 편해”

한국 축구 대표팀  이명주(사진 왼쪽)(사진=개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축구 대표팀 이명주(사진 왼쪽)(사진=개티이미지코리아)

일찍이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 대표팀과는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다. 다른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표팀은 모든 축구 선수의 꿈이다. 나도 다르지 않다. 아산 무궁화 축구단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올 시즌엔 잘해야 하는 이유가 많다(웃음).

2008년부터 대표팀 중원을 책임진 기성용·구자철이 은퇴(대표팀)했다. 절호의 기회 아닐까.

글쎄. 대표팀은 10년간 중원을 책임진 전설들이 떠나면서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최근엔 17세 이강인도 대표팀 후보군에 이름이 오른다. 잠재력이 풍부한 어린 선수가 많아지면, (대표팀 발탁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 안엔 꼭 대표팀에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자신을 어필해 달라.

전술 이해도가 높다. 어떤 감독을 만나더라도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자신이 있다. 팀플레이에도 아주 능하다. (기)성용이 형처럼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도맡을 수 있고,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패싱력도 갖췄다. (구)자철이 형과 마찬가지로 문전에서의 기회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결정력도 강점이다.

공·수 능력을 두루 갖췄다. 포항 스틸러스 시절엔 제로 톱으로 뛰며 10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2014년)했다. 알 아인(UAE)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최적의 포지션은 어디인가.

포항에선 유스 시절부터 함께 해온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끈끈한 조직력 없인 10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달성 기록이 나올 수 없었다. 많은 분이 당시 퍼포먼스가 워낙 강렬했던 까닭에 공격적인 선수로 알고 있지만, 사실 최적의 포지션은 볼란테다.

이유가 있을까.

오랜 시간 볼란테로 뛰었다. 포항에서 기록을 달성했을 땐, 팀 사정상 공격적으로 뛸 수밖에 없었다. 당시 팀엔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 내국인 스트라이커 부재에도 시달렸다. 미드필더 가운데 누군가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줘야 했다. 알 아인에서도 마지막 6개월(2017년 12월~5월)을 제외하면, 볼란테로 뛰었다.

2019년엔 대표팀 중심에 선 이명주를 만날 수 있을까.

꼭 그러고 싶다(웃음). 새 시즌 준비 잘해서 수준 높은 경기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 대표팀 복귀도 중요하지만, 아산 해체를 막아준 분들을 위해서도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 올해는 주장까지 맡아 어깨가 무겁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하나둘 지키다 보면, 꿈과 현실의 간극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