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안, 다른 아시아 국가였다면 고민했을 것...한국이라 망설이지 않고 선택”

-“과거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올 시즌 전남 K리그1 승격 목표로 한국 왔다.”

-파비아노 감독의 축구 지론 “내가 스포트라이트 받는다는 생각으로 뛰어야”

-“올 시즌 K리그1 승격, 2020년 K리그1에서 전남을 이끄는 게 목표”

전남 드래곤즈 사상 첫 외국인 감독 파비아노 수아레즈 페소사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유재학 기자)
전남 드래곤즈 사상 첫 외국인 감독 파비아노 수아레즈 페소사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유재학 기자)

[엠스플뉴스=광양]

“11명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뛰어야 합니다.”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의 새 사령탑 파비아노 수아레즈 페소사 감독(53, Fabiano Soares Pessoa)의 축구 지론이다.

창단 28년 만에 K리그2에서 경기를 치르는 전남 드래곤즈가 1년 만에 K리그1으로 승격하기 위해 1월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파비아노 감독은 포르투갈 프로축구 세군다 리가(2부 리그) 이스토릴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마르코 실바 감독(현 잉글랜드 프로축구 에버튼) 밑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2011~2012시즌엔 팀의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1부 리그) 승격, 2012~2013시즌엔 팀 사상 첫 유로파 리그 진출권 획득을 도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진 이스토릴 감독으로 활동했다. 특히 2016년엔 ‘이달의 감독상’을 3번이나 받은 경력이 있다.

하지만, 파비아노 감독은 아직 한국 축구팬들에겐 다소 낯선 이름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욘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 축구 대표팀 감독과 외국인 선수 최초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1989~1990시즌), 대구 FC 안드레 감독은 과거 안양 LG 치타스 시절 K리그 도움왕(2000년) 출신이다.

전북 현대 모터스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조제 모리뉴 전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활동하는 등 타 외국인 감독은 한국인들이 알만한 정보가 있다. 파비아노 감독이 어떤 인물일지 더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파비아노 감독은 1, 2월 포르투갈에서 전남 전지훈련을 마치고, 현재 광양에서 선수들과 올 시즌을 치르기 위한 마지막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K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는 파비아노 감독을 엠스플뉴스가 만나봤다.

“과거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전남을 K리그1으로 승격시키려고 왔다.”

2017년 브라질 프로축구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 A(1부 리그) 클루비 아틀레치쿠 파라나엔시 감독 시절 파비아노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7년 브라질 프로축구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 A(1부 리그) 클루비 아틀레치쿠 파라나엔시 감독 시절 파비아노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남 드래곤즈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 됐습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책임감, 부담감이 따릅니다. 제가 올 시즌 어떻게 전남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스페인 혹은 브라질 출신 감독이 K리그에 입성할 문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포르투갈, 브라질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한국으로 온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제가 국외팀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조건은 딱 한 가지입니다. 바로 문화입니다. 한국인들은 성실하고, 모든 일에 진지합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타 아시아 국가 프로 구단이었다면 조금 더 고민했을 테지만, 한국이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습니다.

K리그 타 외국인 감독은 부임 전부터 한국 축구팬들에게 알려진 점이 있었지만, 파비아노 감독은 훌륭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한국 축구팬들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싶습니까.

제 경력이 화려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테고, 다른 외국인 감독에 비해 떨어진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과거 제 경력이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가 중요하죠. 전 올 시즌 전남을 K리그1으로 승격시키려고 한국에 왔습니다.

전남은 K리그1(1부 리그)이 아닌 K리그2(2부 리그)입니다. 감독직 수락을 망설였던 적은 없습니까.

전남이 K리그2에서 시즌을 치르는 게 1994년 창단 후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많은 팬은 ‘굴욕’이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전남이 힘든 상황에 처한 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전남은 구단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K리그1에 맞춰져 있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K리그1으로 올라갈 수 있는 팀이고, 그래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단 프런트와 미팅을 할 때도 그 점에서 서로 의견이 맞았죠. 2부 리그 팀이라고 해서 망설인 적은 없습니다.

한국에 실제로 와보니 어떻습니까.

한국에 온 지는 두 달 정도 됐습니다. 포르투갈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통에 실제로 한국에 머문 기간은 한 달 정도입니다. 와서 살아보니, 한국에 대한 호감이 더 생겼습니다. 최근 여수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정말 좋더라고요(웃음). 여유가 있을 때 한국의 수도인 서울 등 다른 도시도 가보고 싶습니다.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까.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합니다. 통역원에게 항상 어떤 게 매운 음식인지 묻습니다. 한번은 통역이 ‘덜’ 맵다고 말한 통에, 안심하고 음식을 먹었더니 제겐 엄청 맵더라고요(웃음). 서로가 생각하는 ‘맵다’의 기준이 달랐던 겁니다. 한 달 동안 경험치가 좀 쌓이면서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게다가 다행인 건 한국 음식은 다채롭다는 겁니다. 굳이 매운 음식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할 만큼 반찬이 많죠. 적응에 문제는 없습니다.

“전남을 K리그1으로 승격시킨 감독, 관중들을 흥분시킬 재밌는 축구를 하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전남 파비아노 감독(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사진=엠스플뉴스)
전남 파비아노 감독(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사진=엠스플뉴스)

전남이 지난해 K리그2로 강등됐습니다. 지난해 전남에 대해 분석했을 텐데요. 파비아노 감독이 생각하는 전남은 어떤 팀이었습니까.

지난해 전남 경기 분석은 계약 전에 이미 끝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난해 전남이 K리그2로 강등당한 것에 대해 지적하는 건 전임 지도자에게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파비아노 감독은 어떤 축구를 지향합니까.

모든 선수가 ‘주인공’이 되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주인공이요?

홈·원정 관계없이 볼 소유 시엔 적극적인 드리블, 돌파, 전진 패스 등을 보이며 플레이를 하고,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땐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등 자신이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뛰는 축구를 말합니다.

전남 감독 부임 후, 두 달 동안 전지훈련을 치렀습니다. 파비아노 감독이 지향한 바가 선수들에게 녹아들었다고 생각합니까.

전체적으로 만족합니다. 지난해 선수들이 지녔던 사고방식을 대부분 바꿔 놓는 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유럽 리그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추구하는 축구가 경기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가장 고무적입니다.

전지훈련에서 가장 강조한 점이 있다면.

공격, 역습, 수비, 공을 빼앗겼을 때 등 여러 상황에 대한 장면을 놓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해당 장면을 몸에 익도록 했습니다. 해당 장면에 대한 플레이를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으면 절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펼칠 수 없습니다. 반복적으로 훈련을 해야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동작을 실행할 수 있는 겁니다.


전지훈련을 치르는 도중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습니까.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축구 선수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가 속한 국가 대표팀이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축구는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증명한 결과였습니다. 저는 ‘11명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축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 모두가 훈련을 잘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전남은 시즌 시작 전부터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 시달렸습니다. 그에 비해 올 시즌은 출발이 좋은 듯합니다.

선수들 큰 부상은 없습니다. 선수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부상을 당할지 모르기에 항상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저와 훈련하는 게 올 시즌이 처음이라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낸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직 선수들 컨디션이 100%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개막전을 치를 때쯤엔 육체적·정신적 컨디션 모두 100%가 될 거라 봅니다.

올 시즌 K리그2에서 전남이 독주할 거란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독주’, ‘K리그2 우승 유력’ 등 언론이나 축구 전문가들이 말하는 걸 저도 들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최대한 이를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는 게 좋을 겁니다. ‘방심’이란 무서운 단어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전남에 대한 예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오직 경기를 통해서만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

K리그2 1라운드 아산 무궁화 축구단과 경기를 치릅니다. 지난해 K리그2 우승팀입니다.

아산이 지난해 거둔 성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산의 올 시즌 데이터가 없다는 게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겁니다. 아산도 올 시즌 전지훈련을 통해 한 단계 발전했을 테지만, 우리는 아산의 지난해 데이터를 보고 준비를 해야 하는 까닭이죠. 지난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막전에서 아산이 경기를 펼칠 때 어떤 의도로 축구를 할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게 중요할 듯합니다.

올 시즌 목표는 단연 K리그1 승격일 겁니다. 파비아노 감독이 추구하는 또 다른 지향점이 있습니까.

올 시즌 목표인 K리그1 승격의 연장선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2020년 K리그1에서 전남을 이끄는 게 더 큰 목표입니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파비아노 감독만의 꿈은 무엇입니까.

올 시즌 종료 후 “파비아노 감독은 전남을 K리그1으로 승격시킨 감독”이란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이에 더해 “파비아노 감독의 축구는 재밌다”는 말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감독이 되겠습니다. 많은 팬께서 경기장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웃음).

유재학, 박찬웅 기자 pcw02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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