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감독, 1월 2일 인천 지휘봉 내려놨다···인천 “유 감독 선택 존중. 명예 감독으로 선임해 인연 이어갈 것”

-김병지 “처음 상철이의 건강 소식 접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다”

-“상철이에게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어. 그라운드에 서는 건 그다음 문제”

-“선수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봐온 유상철. ‘언제 아팠냐’는 듯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돌아올 것”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김병지 이사장(사진 왼쪽),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명예 감독(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김병지 이사장(사진 왼쪽),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명예 감독(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한국 축구 레전드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김병지 이사장이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내려놓고 항암 치료에 집중하기로 한 유상철 감독을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김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한 얼굴로 돌아오는 것임을 강조했다.

인천 관계자는 1월 2일 “췌장암 투병 중인 유 감독이 지난해 12월 28일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고심 끝 유 감독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은 유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유 감독을 명예 감독으로 선임하고, 2020년 잔여 연봉을 지급한다. 또한 유 감독의 치료를 물심양면으로 살필 것”이라고 했다.

축구계 “유상철 감독은 두 번째 약속도 지킬 것”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유상철(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유상철(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상철 감독은 지난해 5월 14일 욘 안데르센(노르웨이) 전 감독에 이어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인천은 11경기에서 1승 3무 7패(승점 6)를 기록하며 최하위(12위)에 머물렀다. 인천이 유 감독을 선임한 건 K리그1 잔류를 위해서였다.

유 감독은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소화했다. 인천은 2019년 11월 30일 경남 FC와의 K리그1 파이널 B 최종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잔류를 확정했다. 승강 플레이오프로 밀려난 11위 경남과의 승점 차는 1점이었다. 유 감독은 “무슨 일이 있어도 K리그1에 살아남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유 감독이 지켜야 할 약속은 또 있다. 인천은 지난해 10월 20일 구단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유 감독의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상태임을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11월 19일. 유 감독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췌장암 4기임을 공개했다.

축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유 감독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그라운드 전 지역을 누비고, 수비수부터 공격수까지 못 하는 게 없었던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였다. “이번엔 힘들 것”이란 축구계 예상을 뒤엎고 인천의 잔류를 이끈 떠오르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김병지 이사장은 (유)상철이의 췌장암 4기 소식을 접하고 머릿속이 하얘졌다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상철이가 프로팀 감독을 맡으면서 고민과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상철이를 포함한 축구인들의 건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다고 했다.

유 감독의 췌장암 4기 판정 사실이 알려진 후 응원 메시지가 끊이질 않았다. 전북 현대 지휘봉을 잡은 첫해부터 리그 우승을 이끈 호세 모라이스 감독은 유 감독이 ‘K리그1에 잔류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아주 기쁘다몸이 온전치 않은 상황 속에서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덧붙여 유 감독은 강한 사람이다. 건강을 회복해 그라운드로 돌아올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팬들과의 두 번째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했다.

유 감독의 ‘절친’ 수원 삼성 이임생 감독 역시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따듯하게 안아주는 것 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유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상상 못 한 일을 해낸 사람이다. 이번에도 축구계에 희망을 전할 것이란 믿음을 보였다.

김병지 “아끼는 후배 상철아, 그라운드에 서는 것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다”

항암 치료에 전념하기로 결정한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명예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항암 치료에 전념하기로 결정한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명예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12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명예 감독을 비롯해 대한축구협회(KFA) 홍명보 전무이사,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김병지 이사장, 성남 FC 김남일 감독, 경남 FC 설기현 감독 등이 식사를 함께했다.

김 이사장은 상철이에게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다. 그라운드 위에 서는 건 그다음 문제다. 당시 식사 자리에서도 ‘반드시 극복해낼 것’이란 얘길 많이 했다. 선수 시절부터 상철이를 오랫동안 봐 왔다. ‘언제 아팠냐’는 듯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과 유 감독의 인연은 남다르다. 둘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울산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태극마크를 달고선 ‘1998 프랑스 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 등에 나섰다. 김 이사장이 유 감독의 건강 회복을 장담하는 건 이 때문이다. 오랫동안 봐 왔고 유 감독이 강인한 사람이란 걸 알기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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