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시장의 핵으로 자리잡은 릴리앙 음바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이적 시장의 핵으로 자리잡은 릴리앙 음바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만 18세의 어린 소년이 축구 종목 역대 최고 이적료 경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주인공은 릴리앙 음바페(18, AS 모나코). 최근 보도에 의하면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은 이 어린 소년에게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함께 끊임없는 구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음바페의 소속팀 모나코에 제시한 이적료는 무려 1억 1천 5백만 유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464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물론 음바페가 어린 나이에 보여준 유럽 대항전과 리그 활약은 엄청난 재능이란 말로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프로 데뷔를 이룬 것은 지난 시즌이다. 2 시즌 밖에 지나지 않은 선수에게 무려 1,400억 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최근 세계 축구계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이적료 인플레이션'이 한몫 하고 있다.
심심찮게 1,000억 원 이상의 금액이 보도되는 지금의 이적 시장. 이적료 인플레이션, 그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자료 출처는 트랜스퍼 마켓이다.

1. '2001년 8월 7일' 지단, 레알에 입성…이적료 인플레이션의 시초
천문학적인 축구 이적료 인플레이션의 시작. 그 주인공은 지네딘 지단이었다. 지단은 지난 2001년 8월 7일, 약 5시즌 동안 머문 팀 유벤투스를 떠나 레알 마드리로 입성했다. 당시 이적료는 무려 6,248만 유로(한화 약 794억 원).
그해 당시 세계적 선수들의 평균 이적료가 1,500만 유로(한화 약 190억 원)대에 머문 것을 감안한다면 당시로써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당시 최고 금액으로 레알에 입단한 지단(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당시 최고 금액으로 레알에 입단한 지단(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뿐만 아니라 이 시즌의 오프시즌은 현재에도 회자될 만큼 인플레이션이 심한 시기였다. 당시 네드베드, 인자기, 루이 코스타, 베론, 부폰 등 세계적 선수들의 이적 역시 이루어진 시즌이었는데, 부폰이 라치오를 떠나 유벤투스 입성할 당시의 4,495만 유로(한화 약 572억 원) 이적료는 현재에도 골키퍼 최고 이적료로 군림하고 있다.
2. '2009년 7월 2일' 호날두, 8년 만에 넘어선 지단의 기록
2001년 파란만장한 오프시즌을 보낸 축구계는 이적료에 대한 고찰과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로 인해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수집하는 '갈락티코' 정책을 내세운 레알 마저 호나우도를 3,800만 유로(약 484억 원)에, 데이비드 베컴을 3,188만 유로(약 406억 원)에 영입하는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선수들을 이적시킬 수 있었다.
지단의 기록 역시 깨지지 않았다. 비교적 저렴한 이적 시장이 수년간 계속됐다. 그러나 지단의 기록이 8년 만에 깨졌다. 주인공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호날두는 당시 레알 이적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바탕으로 결국 당시 맨유 퍼거슨 감독의 허락을 이끌어내며 2009년 7월 2일, 레알로 이적했다.

고비용-고효율의 시초, 레알 호날두(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고비용-고효율의 시초, 레알 호날두(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이적료는 7,990만 유로(약 1,018억 원)로 지단의 이적료보다 1,000만 유로가 훨씬 상회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호날두의 이적료는 단순 이적료 기록을 경신했다는 의미 외에도 본격적인 '고비용 고효율' 시대를 이끌어냈단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3. 2010년대 초반, 재벌 클럽과 잉글리시 프리미엄이 만든 인플레이션 부흥기
천문학적인 이적료에도 불구, 레알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호날두는 당시로써는 어마어마한 금액임에도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해냈다. 호날두는 레알에 입성한 후 올 시즌까지 7시즌 동안 레알 유니폼을 입고 394경기에 출전, 406골 114득점이라는 경이로운 스탯을 쌓아갔다.
뿐만 아니라 호날두는 레알에 라리가 우승 2회,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이라는 최고의 고효율을 자랑하며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호날두의 성공사례를 본 클럽들은 이후 투자에 대한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맞춰, 재벌 구단주들 또한 대거 등장했다. 석유 부자 만수르의 맨시티와 러시아 재호 구단주를 등에 입은 파리 생제르망이 그 주인공.
이들은 2010년 대 이적 시장을 주름잡는 오프시즌의 큰 손들이었다. PSG는 파스토레를 3,570만 유로(약 454억 원)에 사들였으며 티아고 실바 또한 같은 금액으로 사들였다. 맨시티 역시 아구에로를 3060만 유로(389억 원)에 영입했으며 야야 뚜레 또한 2550만 유로(324억 원)로 유니폼을 입혔다.

막대한 자금을 통한 영입으로 리그 우승까지 달성한 맨시티(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막대한 자금을 통한 영입으로 리그 우승까지 달성한 맨시티(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또한 이 시기에 프리미어리그가 급성장을 이뤘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의 방침에 따라 중계권료 수익을 구단에 배부하는 방식은 프리미어리그의 인기 성장과 함께 이들의 자금력을 높여나갔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25인의 로스터 중 12명의 선수는 반드시 유소년 때부터 잉글랜드 소속 구단의 훈련을 받은 홈 그로운 선수가 포함돼야 한다.
이에 잉글랜드 구단은 외국인 선수들을 전력의 축으로 두며, 그 전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잉글랜드 선수들을 높은 가격대로 영입하곤 했다.
바로 '잉글리시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현상이었다. 잉글랜드 국적의 선수를 높은 이적료로 사들이는 이런 현상의 정점을 찍은 선수는 바로 앤디 케롤이었다. 케롤은 2011년 2월 1일, 겨울 이적 시장 뉴캐슬에서 시즌 중간 리버풀로 이적했는데 당시 이적료는 무려 3,485만 유로(약 444억 원)였다.
4. 2013년 여름 이적 시장, 고비용-고효율의 정점을 찍다
2010년대 초반,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리며 탄생한 이적료 인플레이션은 2013년 가장 큰 반향을 맞는다.
호날두 이후 빅클럽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고비용 고효율 이적이 정점을 찍은 해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스페인 클럽의 역사적인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와 레알 마드리드의 가레스 베일이다.
2013년 7월 2일, 세계 여러클럽들의 끈질긴 구애를 받은 네이마르는 결국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당시 그의 이적료는 7,497만 유로(약 955억 원). 이는 2009년 호날두가 세운 이적료 기록의 바로 뒤를 잇는 역대 2위의 금액이었다.
그러나 네이마르의 기록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2개월 뒤인 9월 2일, 이번엔 레알 마드리드가 토트넘 소속인 베일을 이적료 8,585만 유로(약 1,093억 원)로 영입하며 호날두와 네이마르의 이적료를 넘어서 역대 최고 이적료에 이름을 올린다.

나란히 역대 이적료를 갱신하며 입단한 네이마르-베일(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나란히 역대 이적료를 갱신하며 입단한 네이마르-베일(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이들은 모두 세계적 클럽은 바르셀로나와 레알의 주축 멤버가 되며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나눠 갖는 등, 고비용 고효율의 정점을 찍었다.
또한 1년 뒤, 리버풀 소속이던 수아레즈 또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이적료 6,946만 유로(약 885억 원)와 함께 입게 되며 이적 시장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5. 2017년 현재, 주체할 수 없는 이적료 인플레이션
이후 상황은 우리가 현재 느끼는 인플레이션 정점의 시기다. 이는 역대 이적료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이적료 역대 TOP 10위에 해당하는 인물 중 15년 이후 선수가 무려 3명이나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역대 최고 이적료의 주인공 역시 갱신됐는데 그는 바로 포그바다. 포그바는 2016년 8월 10일, 유벤투스에서 맨유로 이적할 당시 금액이 무려 8,925만 유로(약 1,137억 원)로 단숨에 역대 최고 이적료를 갱신했다.

역대 최고 이적료의 주인공, 포그바(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역대 최고 이적료의 주인공, 포그바(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또한 유벤투스로 입단한 이과인이 같은해 7,650만 유로(약 974억 원)로 4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적했으며 9위에는 15년 8월 31일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케빈 데 브라이너가 6,290만 유로(약 801억 원)로 자리했다.
올 시즌이 끝난 후 이어진 최근 이적시장은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맨유의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의 해리 케인을 영입 목표로 두고 있는데 맨유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케인의 이적료 역시 1억 유로가 언급되고 있다.
에버튼의 루카쿠 역시 월드 레코드 이적료를 이적의 우선순위로 삼을 만큼 이제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1,000억 원 이상의 이적료는 반드시 지불해야할 '하이패스'가 돼버렸다.
뿐만 아니라 유럽 리그로 대표되는 축구계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과 중국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상급 선수들을 사들이며 이적료 인플레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적료 인플레이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축구 변방으로
이런 이적료 인플레이션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어딜까. 가장 많이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유명 클럽들일까.
아니다. 이들은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하지만 또한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의 몸 값 역시 높아지고 있기에 선수들을 팔고 영입하면 그만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유럽 축구 외의 리그들이다. 이들은 이적료 상승으로 인해 팀 내 선수들을 보호하기도 애를 먹고 있으며 전력 강화를 위한 영입 역시 여의치않다. 그만큼 구단 운영에 난항을 겪는 것도 피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적시장이 현재의 이적료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우리는 곧 이적료 2,000억 원 시대를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보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세계에서 명분을 지키는 축구 리그는 그 수를 손 꼽을 정도일 것이다.
김다빈 기자 dabinnet@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