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플로리다]

시범경기 첫 홈런포 가동한 박병호. 하지만, 박병호는 흥분하지 않았다. 되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담담한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과연 무엇이 변한 것일까.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가고 있다. 시범경기 이틀 연속 장타를 뽑아냈다.

박병호는 2월 25일(이하 미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제트블루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시범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포함 2타수 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홈런' 박병호 "타격 타이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틀 연속 맹타다. 박병호는 전날(24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도 6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우측 담장을 맞힌 장타도 있었다. 시범경기 두 경기 성적은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 3안타 가운데 2개가 장타였다.

이제 두 경기일뿐이지만, 그래도 출발이 나쁘지 않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더 많은 테스트를 남겨둔 박병호에게 보다 자신감을 북돋아줄 수 있는 결과라는 점에서 그렇다.

박병호는 두 번의 시범경기를 치른 뒤 엠스플 취재진과 만나 "오늘도 타이밍을 잘 잡으려고 신경 썼다. 좋은 타구가 나와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병호는 시범경기에서 지난해 약점으로 지목되던 속구 대처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때려낸 안타 3개 모두 속구를 공략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날도 0-2로 팀이 뒤지던 2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볼카운트 2-2에서 상대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5구, 스트라이크 존 낮은 쪽으로 향하는 속구를 공략했다. 정확히 받아친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시범경기에서 기록한 첫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홈런 상황을 떠올리며 담담하게 소감을 이어갔다. "속구 타이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웃이 되든 안타가 되든 결과보다 타이밍이 잘 맞으면 내 스스로 만족할 것 같다."

이번 겨울 준비한 대로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 지난해와 비교해 타격폼은 다르지 않다는 박병호다.

"스텝은 거의 비슷한데 조금 작아진 부분이 있다. 타격 타이밍을 일찍 준비하고 있다. 육안으로 봤을 땐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지난해완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몰리터 감독 "박병호가 자기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해냈다."

박병호는 첫 타석에서 기록한 홈런보다 오히려 두 번째 희생플라이와 세 번째 타석에서 쳐낸 땅볼에 더 의미를 두고 있었다.

2-2 동점이던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팀의 계속된 찬스를 살려나갔다. 1아웃 만루에서 2스트라이크까지 몰렸지만, 3구째 바깥쪽 변화구(커브)를 받아쳐 외야로 타구를 보냈다. 유인구에 속지 않고 효과적으로 대응한 것. 결과는 희생 플라이였다.

범타로 물러난 5회 초에도 박병호는 우완 조 켈리를 상대로 3구째 속구에 배트를 갖다 댔다. 비록 결과는 3루 땅볼이었지만, 이번에도 불리한 카운트였고, 약점으로 지적되던 몸쪽 높은 코스의 빠른 볼을 쳐내 내야로 굴렸다는 점에선 의미있는 장면이었다.

전날 경기에서도 박병호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등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박병호는 "(3회) 찬스에서 2스트라이크로 몰렸는데 희생플라이 친 것에 만족한다. 5회엔 투수가 순간적으로 변칙 투구를 했는데 대처하려고 했던 모습이 내 스스로 경기 초반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범경기가 시작하기 전 만난 박병호는 "물론 현재 내 상황이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타석에서 배트를 돌리는 모습, 투구에 대처하는 모습, (속구에 대한) 타이밍이 앞에서 맞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코칭스태프 역시 결과보다 그 점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결과보다 과정만 생각하겠다는 의미였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 역시 그런 박병호의 자세를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 좋아진 박병호의 속구 대처 능력에 만족감을 표했다. 몰리터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 밖을 벗어나는 속구를 능숙하게 골라내는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올 시즌 박병호가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해 냈다"고 칭찬했다.

박병호는 어디까지나 지금은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임을 강조했다. 시범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이유다.

박병호는 "시범경기를 앞두고 나 혼자 생각한 게 '경기 결과를 떠나서 어떻게 하면 잘할까'하는 것이었다. 지금 잘 맞는다면 잘 준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뿐이다.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고 있는 것에도 큰 의미는 없다. 이러다가 경기에 안 나갈 때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시즌 기간 그랬던 것처럼 그는 묵묵히 한 달 뒤 있을 개막전을 바라보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박은별 기자 star8420@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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